1972년 핑퐁 외교로 죽의장막이 거치고 미.중 수교가 이루어졌다. 중국을 방문한 닉슨 대통령에게 당시 부총리였던 덩샤오핑은 중국의 어느 곳을 제일 가보고 싶은지 물었다고 한다. 닉슨 대통령은 계림(桂林 Guilin)을 보고 싶다고 한 후부터 이곳은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구이린’이라 발음하는 계림은 진(秦)나라 때부터 화남(華南) 최고의 도시이며 한때 광서성(廣西省)의 성도가 된 적도 있으나 지금은 광서좡족(壯族)자치구 이다. 계림의 명칭은 이곳이 예로부터 계수나무가 많은 지역이란 뜻이라고 한다. 계림의 산수는 천하제일(桂林山水甲天下) 이라는 명성을 들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 계림에 있는 이강(漓江)은 라오스와 국경을 둔 중국 남부 좡족자치구에 있는 하천으로 전장은 437km에 달하며 계림에서 양삭(陽朔)까지의 약 83km의 하천을 말한다. 수묵화(水墨畵) 같은 이강의 절경은 백리화랑(百里畵廊)이라고 하고, 최고의 풍광으로 중국 화폐 20위안 뒷면에 이강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다. 이강의 양편 모두 수직 형태인 기암괴석은 카스트로 지형인 이곳에서 지각 변동으로 돌출하여 생겨난 것으로 이강의 선상 유람은 이 지역 방문의 백미(白眉)라 일컫는다.

한편 해질녘 이강의 여기저기에서 비치는 등불은 처음 이곳을 찾아온 요우커(遊客 관광객)들에게는 황홀하다 못해 신비감을 주고 있다. 배를 타고 가까이 가보면 마른 통대나무 십 여 개를 묶어 만든 베의 한 쪽 에는 등불이 걸려있고 또 반대편 횃대 위에는 노자시(鸕鶿屎, cormorant)라고 불리는 가마우지 한두 마리 또는 십 여 마리가 실(絲)로 목걸이(?)를 한 채  앉아있다. 그리고 한 가운데는 수 십 년을 그래 온 것 같이 밤에 보아도 구리 빛 얼굴의 노 어부(漁翁)가 밀짚모자를 깊숙이 눌러 쓴 채 등불이 어른거리는 수면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텃새인 민물 가마우지와 철새인 바다 가마우지와 쇠가마우지가 있는데 세계적으로는 32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에 분포하는 민물가마우지는 가장 크고 흔한 종으로 나뭇가지와 해조류를 이용하여 절벽의 바위 턱에 둥지를 만들고 담청색의 반점이 있는 타원형의 알을 4-5개 낳는다. 그러나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기 위하 여는 알이 부화한 후 날기 직전의 새끼 가마우지를 절벽에 줄을 걸고 내려가 잡은 다음 어미 가마우지로 집에서 기르면서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가마우지는 물속으로 잠수하여 물갈퀴가 달린 발로 헤엄쳐 물고기를 잡은 다음 물위로 올라와 먹는 습성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일종의 목 걸개를 한 다음 물고기를 토해내게 하여 바구니에 담는 어법으로 배고픈 가마우지들로 하여금 수 십 번 자맥질로 물고기를 잡도록 하고 노력의 대가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작은 물고기를 먹게 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30cm 길이의 먹이도 통째로 먹기 때문에 혀가 필요 없어 작게 퇴화하였으며 코가 없어 콧구멍이 없으며 깊숙이 내비공(內卑孔)이 있을 뿐으로 물에 장시간 수심 20m까지 자맥질을 하면서 물고기를 잡기에 편리하게 진화되어 왔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동물을 학대하는 비윤리적인 어법일 수 있으나, 한편 버려진 유령 그물이나 끊어진 낚시 줄에 의하여 엄청난 생물자원의 피해를 고려한다면 가마우지 낚시는 가장 환경 친화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반면 가마우지는 노 어부에게는 자산이고 생계수단으로 자식들의 성장과 학업은 물론 노후 보장 수단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가마우지 낚시는 지구촌에서 행해지고 있는 어법 중 특이한 것으로 중국이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계림의 이강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 가마우지는 성(性)이 냉하고 유독함으로 뜨거운 물이나 불에 덴 데에 약으로 쓴다고 하였고, 물가 돌 위의 배설물은 자색의 꽃처럼 되어 있는데, 이것을 긁어모아 기름에 섞어서 바른다고 하였고, 또 어린아이의 감질(疳螏-젓체)에는 이것을 분말로 갈아서 멧돼지 간을 구워 함께 먹이면 특효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일본 언론은 대미 일변도의 북한 외교를 가마우지 외교라고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비유하였고, 1980년대 말 일본 경제 평론가인 고무로 나오키는 취약한 수출 구조로 인해 수출품을 많이 팔고도 정작 이익의 대부분을 일본에게 뺏기는 한국의 수출 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가마우지 경제(cormorant economy)라고 빚 대어 말한바 있는바 최근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효과로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수산분야에도 가마우지 경제 개선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不見魚出水 不下釣魚竿(고기 노는 것이 보이지 않으면 낚시 대를 담그지 않는다)의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