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뱀장어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뱀장어 양식어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뱀장어는 대부분 양식으로 어린 실뱀장어일 때 바다에서 잡아 민물에서 키우는 것인데 실뱀장어 가격이 급등해 입식을 포기한 양만업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서 13년째 뱀장어를 양식 중인 김성호(46)씨의 양만장에는 지난해 입식해 키운 뱀장어들이 가득하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출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0kg 정도를 입식할 계획이었지만, 천정부지로 뛴 가격 때문에 실제로 입식한 물량은 30kg 정도로 당초 계획량의 30%밖에 입식을 하지 못했다.

2009년 당시 1마리당 1500원에 불과한 실뱀장어 가격이 지난해 마리당 6000~7000원 수준으로 무려 4배가량 급등해 30kg의 실뱀장어를 입식하면서 2년 전 2억원 정도면 충분했던 지출이 4.5배가 넘는 9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부담비용은 비단 이뿐만은 아니다. 실뱀장어는 8개월가량 키워야 상품으로 출하가 가능한데, 30kg의 실뱀장어를 30t의 상품가치가 있는 성만으로 키우려면 kg당(성만 기준) 1만5000원 정도의 사료비와 인건비가 들어가야 한다. 산술적으로 김씨가 30kg의 실뱀장어를 30t의 성만으로 키우기 위해서 13억5000만원(실뱀장어 값 9억원+사료비 등 4억50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성만 출하가격은 kg당 3만8000원에서 4만원 수준이다. 30t의 성만을 최고의 값으로 출하한다고 해도 12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8개월동안 애써 키워 1억5000만원 가량을 손해를 보는 것이다. 봄이 되면 뱀장어 값이 오를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출하를 늦추고 있는 김씨는 “뱀장어 양식을 계속해야 할 지 고민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김씨의 사정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아예 입식을 포기한 양만어가들이 부지기수다. 광주·전남에 있는 400여개의 양만장중 가동 중인 곳은 275개소 정도다. 30% 가량이 입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지난해부터는 성장률이 떨어지지만 극동산 실뱀장어보다 가격이 싼 북미산과 동남아산 실뱀장어를 수입해 입식한 어가들도 늘고 있지만, 이마저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들 실뱀장어에 대한 뚜렷한 양식기술이 없어 대부분 성만이 되기 전에 폐사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만업자들은 그동안 양만양식 여건에 좋고 맛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싼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과 대만 연안에서 채포되는 극동산 실뱀장어(학명 엔길라 자포니카)를 울며겨자먹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전남도는 국립수산과학원과 협조, 동남아와 아프리카 실뱀장어를 수입해 부화 등 양식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극동산 실뱀장어를 대체할 양식기술 개발에 박차를 하고 있다.

도는 또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주변 4개국이 어미 뱀장어 포획 금지기간 설정 등 공동대책을 마련해줄 것과 전남에 국립뱀장어종묘연구센터 건립 등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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