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간질환이 악화된 전직 고위 공무원이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았다.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재홍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배평암(裵平岩) 전 해양수산부 차관보(현 한국어촌어항협회 회장)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연금 부지급 결정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씨의 해양수산부 차관보로서의 직무수행상 과로 및 음주가 간경변증의 주된 원인과 겹쳐져 병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공무와 질병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장애 연금 지급 조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직무상의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상당한 추론이 가능하다면 입증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판부는 배씨가 20여년 전부터 간염에서 비롯된 간경변의 기초 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나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의 어업협정 준비 과정에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국제협상 타결을 위해 밤늦게까지 폭음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등을 고려해 공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1999년 5월 해수부 차관보로 취임한 배씨는 2000년 한일 어업회담 준비를 위한 국?과장 회의를 주재하던 중 간경화의 합병증인 간성혼수로 쓰러져 이듬해 6월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에 배씨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공무상요양 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기존에 앓고 있던 B형 간염의 자연적인 경과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요양 승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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