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륙, 명(明)나라에 이어 들어선 청(淸)나라는 전체 인구의 2%도 되지 않는 만주족(滿洲族)이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가진 한족(漢族)을 강력한 통치력으로 지배했다. 청나라의 황제였던 건륭제(乾隆帝 1735-1795)는 옹정제(雍正帝)의 아들로서 60년간 재위에 있으면서 대제국 청나라의 최전성기를 통치해 현대 중국의 기틀을 마련한 황제였다. 건륭황제는 조부(康熙) 때부터 재정적 축적을 계승하여 안정되고 문화적으로도 완숙한 ‘강희-건륭 130년’이라는 청나라 최성기를 완성하여 한(漢)과 당(唐)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만인과 한인들 간의 반목을 완화시켰고, 분당의 싸움과 황족의 결당을 평정하였으며, 주변 위구르와 티벳 등을 정복함으로써 영토 확장에도 큰 힘을 써 국내외적인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였다. 또한 조부 강희제를 본받아 남순(南巡) 6회, 동순(東巡)5회, 서순(西巡) 4회의 공식적인 내지 순회 지도를 하였다.

현대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창한 개혁개방정책이 10년을 맞이한 1989년에는 톈안먼 사건이 벌어졌으며, 1991년에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 개혁 개방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됐고, 보수적인 단체들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싱쯔싱서(姓資姓社)’ 논쟁이 활발히 전개된 시점에서 덩샤오핑은 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 우한(武漢), 선전(深川), 주하이(珠海 ), 상하이(上海)등을 시찰하고 중요한 담화를 발표하였는바 그것이 유명한 ‘남순강화(南巡講話)’로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고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는 것으로 ‘싱쯔싱서’를 주장하는 자들에 대한 논쟁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다. 이와 같이 현대의 중국지도자들도 지역순회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건륭제는 공식시찰과는 별도로 미복순시(微服出巡)를 자주 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19대 숙종대왕(肅宗大王)이 미복을 하고 암행순시를 자주하였다는 역사의 기록으로 보아 민심과 민생을 살피는 수단으로서의 평복순시는 중국이나 우리나 비슷하다고 하겠다.

한번은 건륭황제가 미복순시 도중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지방관리에게 지역 주민들이 그의 공적을 치하하는 액자를 전달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五大天地(오대천지)’라고 쓰여 진 액자를 건네받은 지방관은 주민들에게 그 뜻을 물었으나 설명을 듣고는 액자를 내팽개치고는 크게 노하였다. 건륭제가 들어 본즉 그 지방관이 재임 기간에는 첫째로 뇌물이 횡횡한 ‘금은천지(金銀天地)’였고, 둘째는 민생은 돌보지 않고 주지육림에 빠졌던 ‘주색천지(酒色天地)’였고, 셋째는 민초들이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천지(暗黑天地)’였고, 넷째는 억울함을 호소해도 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원한천지(怨恨天地)’였으며, 다섯째는 악덕지방관이 떠나니 ‘감사천지(感謝天地)’라는 것이었다. 건륭은 빙긋이 웃으며 민심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하다고 했다고 한다. 또한 건륭은 그 군중들 사이에서 새로 부임하는 새 지방관을 발견하고는 즉석에서 지필묵(紙筆墨)을 가져오게 한 후 새 지방관을 엎드리게 한 후 그의 등을 받침대 삼아 ‘四大天地(사대천지)’라고 크게 쓰고 시정목표를 삼으라고 했다고 한다. 첫째는 ‘천지당당(天地堂堂)’이요, 둘째는 ‘천지동요(天地動搖)’요, 셋째는 ‘환희천지(歡喜天地)’이고, 넷째는 ‘행복천지(幸福天地)’ 라고 적어 주었다고 한다. 그 지방관(縣令)이 선정을 베풀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5일까지 8일간 평창에서는 111개국 11,000명의 지체가 부자유한 젊은이들이 그들의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일어나 달리고 또 쓰러질 때까지 달렸다. 감독은 없고 주인공들만 있는 하나의 휴먼 드라마인 ‘평창스페셜올림픽’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한 것은 ‘박모세(21세)의 애국가’였다. 그는 어머니가 임신 5개월의 검진에서 생존율 0%라는 뇌 기형 진단을 받고 수술을 권유 받았음에도 재왕절개로 출산을 강행하였다. 교회의 목사님은 그를 ‘박모세’라고 이름지어주고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였다고 한다. 네 번에 걸친 뇌수술로 대뇌의 70%, 소뇌는 90%를 잘라냈고, 뇌수를 내보내는 인공관을 머리에 삽입하여 현대의학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지만 그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그리고 지체장애에 자폐까지 앓고 있는 중복장애자였던 박모세는 그 어머니의 지극정성과 기도로 성장했고, 5살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년 찍는 뇌 MRI에서는 뇌가 매년 채워지고 있어 기적이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의 박모세는 이번 올림픽에서 무반주임에도 영롱한 목소리로 음정과 박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정상 음악가를 능가하는 애국가를 우리 모두에게 선물했다. 가수 한대수씨의 원곡으로 알려진 ‘행복의 나라로’는 양희은, 서유석씨가 불러 더욱 우리에게 친근한 노래 말이다. 장막을 걷어라....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 바람을 한번 또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위로 나를 걷게 해주세/ 봄과 새들의 노래 듣고 싶소...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이 달 25일이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미국의 35대 대통령이었던 케네디는 ‘미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우리 모두 함께 인류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해 보라’고 했다. 우리 60만 수산인 여러분 새 정부가 건륭제 정부같이 잘해줄 것을 믿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권한만을 내세우기에 앞서 의무의 실천이 중요하며, 박모세를 생각한다면 돌파하지 못할 역경이 없다고 생각된다. 창문을 열고, 산들바람과 풀밭 위를 걷고, 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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