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해양학자인 호지슨 박사는 자신이 3m가 넘는 멸치를 인도네시아에서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세계 여러 곳의 어류생물학자들도 멸치는 무한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 이유로 멸치의 수명과 멸치가 얼마까지 자랄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으로, 10cm 내외 크기의 멸치만을 보아 온 우리로서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다.

한편 멸치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연구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8종의 멸치가 분포하고 있다고 하며, 그 중 우리나라 종은 1년, 그 외 호주, 미국, 페루산은 약 7년까지 산다고 한다. 반면 제주도에 가면 ‘멸치후리기’라는 노래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옛날 대형 멸치들이 배를 습격하여 어부들이 두려웠다는 내용이다. 멸치는 크기가 작을 때에는 대륙붕해역에서 살지만 1m가 넘으면 해구(海溝) 근처에서 활동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 어떤 지질학자는 지진의 원인은 엄청난 큰 멸치가 ‘맨틀’의 대류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멸치가 3m가 넘어가면 진화의 형태를 보이는데, 지느러미는 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도록 바뀌고, 백상아리를 능가하는 송곳니가 생긴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 잠수함이 이유를 모른 체 두 동강이 난적이 있는데, 학자들은 멸치의 소행이 유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멸치(蔑致)는 그 모습이 상고대(上古代)에 이 지구상에 나타난 고대어(古代魚)의 모습과 비슷한 물고기라고 한다. 멸치라는 이름은 행어(行魚)를 비롯하여 정어리, 곤어리, 운어리 등 네 종류를 합쳐서 공동명으로 부르는 이름도 되고, 행어만을 일컫는 이름도 된다.(정문기 어류박물지)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 승무원들의 말에 따르면 달에는 천년된 멸치 화석이 존재했다고 한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멸치가 인간보다 몇천년 앞서 달에 착륙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우해이어보’는 멸치를 멸아( 鱴兒), 말자어(末子魚)로, ‘자산어보’는 추어( 鯫魚), 멸어(蔑魚)라 기록되어 있고, 우리 조상들은 멸치는 물고기 축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하여 ‘업신여길 멸(蔑)’자를 썼고, 물에서 잡아 올리면 급한 성질 때문에 바로 죽어버린다 하여‘ 멸할 멸(滅)’자를 쓰기도 했다. 추어라는 이름 역시 변변치 못하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임원경제지’의 ‘전어지편’에는 이추(鮧鰌)로, ‘재물보’에는 잔어(잔魚)라고 소개하고 있다. 서울, 경기도(驪州) 및 함경도 일부 지방에서는 메르치, 메레치라고 부르고, 강원도(長箭) 및 고저(庫底) 지방에서는 멧치. 황해도(夢金浦)에서는 돗자래기, 초도(椒島)에서는 열치라고 부른다. 전남과 제주에서는 멸, 또는 행어, 거문도에서는 몃(幾魚)이라고 부른다. ‘며르치’는 경상도 방언이고, 그 외에도 잔사리(咸南), 멸오치, 명어치, 열치라고도 불러 그 이름을 전부 열거할 수 없다.(수과원 어류도감 등) 멸치는 대양으로 회유하기 때문에 원양성이며 동시에 연안성이고, 한편 난류성이며 표층성, 주광성 어류이기도 하다.

일본의 한 식품영양학 전문가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는 멸치 한 종류만 먹어도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전부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멸치는 영양의 보고(寶庫)이다. 멸치를 비롯한 생선뼈는 주로 인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화합물은 비타민 D의 도움을 받아야 체내에 흡수가 잘된다. 비타민 D는 생선 내장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내장과 뼈를 통째로 먹는 마른 멸치나 볶음멸치는 칼슘 흡수에서는 최고의 자연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의 튼튼한 발육, 성장과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멸치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속담도 있는데, ‘멸치 한 마리는 어쭙잖아도 개 버릇이 사납다’라고 하여 멸치 한 마리는 아깝지 않으나 그로 인해 개의 버릇이 나빠질 것을 염려한다는 뜻이고, ‘몇 끼를 굶었더니 기갈이 반찬이라고 평소에 거들떠보지 않던 멸치볶음도 맛있더라’ 라고 쓰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멸치가 최고의 웰빙 조미료로 자리 잡고 있어 ‘금치(金致)’라고 불린다. 이른 봄 먼 바다에 있던 멸치들이 연안으로 몰려오는 바다는 활기가 넘친다.

대양에서 상어, 고등어 떼를 피하여 연안으로 들어오니, 이번에는 갈치와 삼치가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리고 있고, 천신만고 끝에 이를 피하니, 배 위의 가마솥에는 물이 펄펄 끓고 있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기선권현망)이 유혹하고 있다. 가까스로 이를 피하니 이번에는 배구네트(유자망), 축구골대(정치망) 그리고 나무막대(죽방렴)를 줄줄이 꽃아 둔 곳에서 비명이 들린다. 나, ‘며르치’는 이것 역시 돌파하고 나서 사방을 둘러보니 그 많던 동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소수만이 통영 앞바다에 기진맥진하여 도착했다. 나는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2-3일을 그 곳에서 쉰 뒤에 한려수도를 지나 부산으로 향했다. 낙동강 하구에 이르니 탁류로 앞이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먹을 것은 많아 배를 채우고, 다시 힘을 얻어 영도 앞을 통과하여 기장 연안까지 둘러본 뒤 큰 바다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오륙도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덩치 큰 형님들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달려왔으나 나는 수면으로 떠올라 자유형과 평형으로 따돌리고, 또는 자맥질로 해중림 속에 숨기를 반복하면서 달아났으나 탈진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조류의 흐름에 따라 떠내려가다가 큰 통나무 하나를 발견하고, 그 밑에 달라붙어 눈을 감고 몸을 의지한 채 잠이 들었다. 나는 검은색에 흰 반점이 있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범고래로 변해있었고, 그 동안 나를 괴롭힌 상어와 한판 붙었다. 상어가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이 하도 통쾌하여 껄껄 웃다가 잠을 깨니 통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 며르치는 그날 거대한 흰긴수염고래(Blue Whale)의 배에 붙어 야무진 꿈을 꾼 것이다.
어업인 여러분 새해에 만선의 꿈을 이루시고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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