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전어는 썩어도 전어라고 한다. 구울 때 나는 냄새가 하도 고소하여 온 동네방네에 퍼지니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다. 한편 ‘가을 아욱국도 사립문 닫고 먹는다’는 속담과 같이 가을 전어도 너무나 맛이 있어 ‘며느리가 친정 나들이를 간 동안에 사립문 닫아걸고 먹는다’ 라고도 한다. 또 ‘죽을 결심을 하고 강둑에 오른 사람이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자살을 포기 한다’. 그러나 ‘8월의 전어는 돼지나 개도 안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전어는 그만큼 맛이 일품인데서 나온 비유들이다.

어느 지역의 전어축제 홍보카피에 ‘며늘아, 돌아와’였다고 한다. 그 옆에 누군가가 ‘가면 또 때릴려고’라고 썼다고 하니 재미있는 홍보 기획물이다. ‘가을 고등어와 가을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자고로 고부갈등이 심했나 보다. 가을이 익어 가면 주당들은 전어가 소주를 부른다고, 내장도 발라내지 않고 칼집을 내고 굵은 소금을 뿌려 숯불에 구운 전어를 가시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대가리부터 손으로 들고 뜯으니 그 맛이 고소하여 ‘머리에만 깨가 서 말은 들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두일미’라 하여 어른들에게 머리만을 권하면 에끼 ‘네놈 대가리에는 모래가 서 말’이란 소리를 듣는다, 전어는 별칭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전국적으로 전어(錢魚, 全魚, 剪魚, 典魚)라고 불리고 있고, ‘난호어묵지(蘭湖漁牧志)’와 ‘전어지(佃漁志)’에는 전어(錢魚),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전어(箭魚)라고 하였다. 또 지방에 따라 새갈치, 엿사리, 전어사리, 대전어, 빈즈미, 되미, 뒤애미, 엽삭, 전애대라고도 부르며, 동해에서는 어설키라고 하고, 전에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한편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圓經濟志)’에는 전어는 서남해에서 난다...해마다 입하(立夏) 전후에 물가에 나와 진흙을 먹는데, 어부들이 그물을 쳐서 잡는다.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서 파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이므로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이름의 유래를 적고 있다. 그리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기록된 전어(剪魚)는 ‘큰 것은 1척 가량이고 몸이 높고 좁다. 빛깔은 청흑색 이다’에서 유래됐다. 그 외에도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충청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충청도, 전라도 그리고 함경도 해역에서 잡혔다고 기록되어 있고, ‘자산어보’에는 흑산도에도 간혹 나타나나 그 맛이 육지 가까운데 것만 못 하다라고 하고 있다. 또한 ‘동국여지지(東國輿地誌)’, ‘여지도서(輿地圖書)’ ‘여도비지(輿圖備志)’ 등에도 기록이 있다.

9~11월이 되면 전어가 생산되는 항 포구에는 전국의 냉장 탑 차 들이 몰려들어 ‘봄도다리 가을전어’, ‘봄 멸치 가을전어’ 및 ‘봄 숭어, 가을전어’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옛날에 전어 잡이는 50m 그물을 길게 둘러 전어 때를 몰아넣은 후 그물 줄을 당기고 둥그런 가래로 퍼 올릴 때 경남 사천과 전남 광양에서는 ‘갈방아소리’와 ‘전어잡이 노래’가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전어는 지역에 따라 그 맛의 차이를 따지는 일이 많은데 경남 사람들은 진해만과 마산만의 전어를 두고 그 살이 떡처럼 차지다하여 ‘떡전어’라고 달리 부르고, 전남의 여수와 광양사람들은 광양만의 전어가, 순천은 순천만, 보성은 보성만, 득량만과 여자만의 전어가 최고라고 한다. 또 충남 보령과 서천(홍원항)에서는 그 지역의 전어 맛이 특별하다며 전어축제를 열고 있고 그 외에도 무창포, 인천, 삼천포, 안양, 궁평항에 서도 열린다. 그러나 미식가들은 객관적으로 보성의 득량만과 여자만 전어가 풍미가 일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어는 플랑크톤과 갯바닥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데 득량만과 여자만은 특별히 갯벌이 발달해 있어 먹이가 풍부한데 기인한다고 한다.

1990년도 초만 해도 전어는 회로 먹지 않았다. 그러나 수송수단과 일시 축양기술이 발달하여 지금은 바닷가가 아닌 수도권 시장에서도 회나 회무침 등 굽는 것 외에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2003년부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산만 가지고는 미식가들의 기호를 충족할 수 없어 양식이 시작되었으며 그 맛과 영양가도 대동소이 하다고 하니 이를 구별하여 찾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다만 수산물은 계절에 따라 그 맛을 달리하므로 제철에 나는 어류를 먹는 것이 순리로 봄에는 도다리, 병어, 갑오징어, 여름에는 민어, 가을에는 예컨대 전어 그리고 겨울에는 숭어가 제철이라고 한다. 전어는 염신품으로도 유명한데 어린 전어로 담근 젓은 엽삭젓 또는 뒈미젓이라고 하며, 내장으로 만든 젓은 전어속젓 그리고 내장가운데 모래주머니 모양의 위만을 모아 담은 젓은 전어밤젓 또는 돔배젓이라고 하는데 매우 귀할 뿐더러 비싸다.

전어에는 우리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비타민, 미네날 성분들이 풍부하여 피부미용에도 좋고, 성인병에 좋은 DHA. EPA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 있어 다이어트,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관계 질환, 특히 동맥경화와 고혈압 등에 특히 좋다고 한다. 또한 칼슘이 풍부히 들어있어 뼈를 튼튼히 해주어 특별히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크다고 한다. 그리고 신장기능이 부실하여 몸이 붓는 사람들에게는 이뇨작용을 통하여 몸을 가볍게 해주고, 불필요한 불순물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도 한다. 더욱이 글루타민 핵산이 많이 들어 있어 성장기의 아이들의 머리를 좋아지게 하고 간 기능 강화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바야흐로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으니, 바닷가 전어 회집을 찾아 황홀한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전어 구이와 회를 즐기며 ‘Sunrise sunset’(영화 지붕위의 바이올린 주제곡)을 청해들으면 어떠실지, 아니면 어느 시인의 말처럼 ‘달빛 한쌈에 전어 한쌈’을 즐겨 보시던지, 가을의 전설인 전어가 성큼 우리앞에 다가와 있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