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강남스타일’이라는 말춤으로 세계를 정복해 나가고 있다. 지난 9월 21일 기네스북 세계 러코드 측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가 유튜브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사용자가 추천한 기록(214만건)을 달성하여, 종전 기록(미국 가수 LMFAO의 157만건) 능가하여 새로운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의 ‘빌보드차트 11위’에 오른 지 1주일 만에 올린 쾌거라고 한다. 그리고 싸이의 동영상을 보고 춤을 따라해 본 사람이 9월말 추산으로 약4~5억 명이 된다고 하고, 한국인 최초의 그래미상 후보로 수상이 유력시된다고 한다.

싸이는 미국 보스턴대학과 버클리음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정통파 가수이지만 그의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아 발표된 앨범이 금지곡으로 묶이기도 했고, 군복무를 두 번이나 했다. 강남스타일의 노래가사도 특별한 게 없고, 영어 버전도 없다. 다만 그 내용이...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커피 식기도 전에 원 샷 때리는 사나이... 뭐 그런 내용이다. 그런데 왜 세계가 열광하는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녀시대나 비보이 등의 아이돌이 선구자가 된 한류의 또 다른 모습 즉 한류 2라고 대부분 진단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대륙 그리고 아시아에서 진도 7을 넘어서는 흔들림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동물 중 가장 늦게 진화(6800만년 전)된 동물이 말(馬)로서 그 발상지는 중앙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칭기스칸의 몽골은 중국대륙을 침략하여 원(元)나라를 세웠고, 유라시아대륙으로 통하는 동서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서방으로 대군이 말을 타고 질풍노도와 같이 달려 나갔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말을 가축으로 사육한 기원은 삼국시대로 우경(牛耕)이 시작되고, 기마전의 확대와 고려시대 몽골이 침입하면서 제주도에 목장을 설치했으며, 마산에 몽고우물(井)이 있듯이... 조선실록이나 세종실록 등에 따르면 몽골의 말이 전래되기 전 제주도 조랑말은 고려시대부터 매년 임금에게 올린 진상품이었고, 연산군은 정력보강제로 백마를 즐겼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몽골과 돌궐, 선비족의 영향을 받은 고구려나 부여 등도 기마민족이었고, 일본 역시 고사기나 일본서기 등에도 기마민족임을 나타내는 고고학적 자료나 전승, 신화 등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34년 22세의 나이로 페르시아 원정을 나설 때 기병 5천을 중심으로 인도에 이르기까지 11년간을 정복자로서 그리고 새로운 질서수호자로 기병대를 운영하였다, 또한 원주민인 인디언의 토벌로 시작된 미국의 서부개척사는 우리 귀에 익숙한 나팔소리와 함께 말을 이용한 기병대가 떠오르고, 제7기병대의 전설과 카우보이나 정의의 보안관으로 분(扮)한 존 웨인의 서부영화로 압축된다. 따라서 말 춤은 우리보다는 몽골이나 유럽, 미국에서 먼저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동양 속담에 등잔불 아래가 어둡다고 그것을 놓쳤다. 따라서 한국 가수가 노래 부르고 춤을 췄다고 할지라도 너무 쉽고 빠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잠재력이 폭발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미국의 뉴욕이나 라스베카스 심지어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롬니 후보 얼굴에 댄서를 합성한 것이지만 말 춤은 청중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고 한다. 또한 유럽의 프랑스나 스웨덴, 덴마크 등의 나라는 그렇다 하더라도 아시아의 점잖은 불교국가인 태국이나 라오스 등에서도 싸이의 말 춤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니, 말의 종주국이나 선진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남는다.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 간조 시에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자세히 관찰해 본적이 있는가, 특히 태양이 서쪽으로 넘어가기 전의 노을 진 하늘 아래의 갯벌은 수백 종의 동물들이 고개를 드러내고, 장엄한 우주의 오케스트라에 맞춰 열광적으로 춤추는 광경을 보면 말 춤의 원조가 물고기가 아닐까. 특히 엽랑게들이 만들어 놓은 모래 구슬 무대 위에 칠게가 일광욕을 즐기면서 힘을 과시하듯 두 집게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말 춤을 추고, 싸움꾼 방게는 누가 자기영역을 침범하는지 살피기 위해 안테나를 흔들며 춤춘다. 쏙은 수직으로 오르락내리락 춤추고, 최상의 포식자인 핵주먹 갯가재는 피식자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좌우로 두리번거리면서 춤춘다. 망둥이는 이리저리 점프하면서 백댄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잠수복을 입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라, 수중에서도 조류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흐느적거리는 연산호, 분홍, 연보라, 노랑의 수백 종이 수직해벽에 꽃을 피운 배경으로 물고기들의 군무가 펼쳐지고 있고, 흰동가리, 청줄돔, 파랑돔도 춤을 추고, 특히 벵애돔, 가오리 및 고래상어도 춤추는 댄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자의 목 갈퀴처럼 신비하고 화려한 지느러미를 흔드는 쏠배감펭이 으뜸인 것이 아닐지.

일본인이 좋아하는 사백어(死白魚, 시로우오)라는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는 요리하는 방법이 찌거나 굽지 않고, 산채로 ‘시로우오노 오도리구이’라고 하여 식초를 가미한 간장에 찍어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것인데 사백어가 입안에서 춤춘다고 하여 일본어의 동사 오도루(춤추다)를 따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2003년 개봉된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에서 아빠 물고기가 모험을 즐겨 집을 떠난 아들 물고기 니모를 찾는 여정에서 빨주노초파남보 물고기들의 군무(群舞)가 고달픈 여행에 위안이 된다. 머지않아 물고기들의 춤을 페러디한 ‘바다스타일’이 세계를 정복할 날도 오지 않을까 마음 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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