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9년 프랑스 ‘쥘 베른’의 대표적 과학소설로 영화화한 “해저 2만리”에 탐사선 ‘노틸러스’호를 휘어감은 대왕오징어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압권이다. 일본국립박물관 탐사팀이 수심 900m에서 최초로 촬영에 성공한 대왕오징어의 실체는 크기가 약 8m에 이른다고 보고되었다. 2010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발견된 5억5천만 년 전 생물 ‘넥토카리스 프테릭스’(몸길이 2-5cm, 두 개의 촉수)가 오징어, 문어 등 두족류의 조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학계의 관심을 모은 지 1년 만인 2011년 오스트리아 국립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이 X선단층촬영 기법과 3D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알프스 ‘돌로미테 산맥’ 꼭대기에서 신종 암모나이트 화석을 발견한 바 고생대말에 등장한 뒤 중생대(백악기) 바다에서 매우 번성했던 암모나이트는 멸종된 연체동물로 현재의 오징어나 문어 등 연체동물의 고대 조상으로 알려졌다고 발표했다. 이 알프스 산맥은 과거 바다가 융기한 곳으로, 바다 속 퇴적물이 1억 2800만 년 간 꾸준히 융기해 지금의 지형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며, 지중해, 동남아시아, 한반도 등에도 귀중한 지구의 역사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4억 년 전 바다 속에 살았던 암모나이트는 멸종했지만 달팽이 모양의 나선형 껍질을 가진 암모나이트는 중생대에 번성한 연체동물로 형태는 오징어류에 가까우며,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출현한 앵무조개 등과 같은 조상에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도 있다.

수산과학원(김영해 박사)은 오징어는 연체동물-패류-갑오징어-오징어-문어의 순으로 수중생활에 편리하도록 진화됐다고 밝히고 있다. ‘침대를 버린 달팽이’(정채봉 지음)에서 짐이 가벼워야 멀리 갈 수 있다는 설명으로 달팽이와 나비가 되어 훨훨 창공으로 날아가는 배추벌레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앵무조개가 패각이라는 짐을 벗어던지고 강한 턱과 헤엄을 잘 치는 현재의 오징어가 됐듯이 우리도 껍질을 벗자고 한다. 또 그의 책 ‘달팽이들의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북유럽 민족과 게르만 민족(유대교)은 오징어와 문어를 먹지 않는다. 특히 문어는 악마의 물고기(devil fish)라고 하여 기피하는 대상으로, 구약성서(레 11:9-10)의 음식 금기에 물에 살면서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어류는 피하라는데 근거를 두고 있고, 17세기에 들어서면 노르웨이 근해의 북극해 주변에서 출몰한 거대한 문어나 오징어 모습을 한 ‘크라켄(kraken)’이라는 괴물이 전설 속에 나오게 된다. 크라켄은 천지창조부터 종말까지 살아남는다는 길이가 2.5km나 되는 괴물로 긴 촉수로 배를 덮치고 바다 속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선원들이 매우 두려워했다. 아마도 대왕오징어를 괴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1851년 ‘허먼 멜빌’의 “백경”에서 대왕오징어가 향유고래와 싸우는 장면과 ‘케리비언 해적2’에 등장한 크라켄은 무서운 힘으로 배를 파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 듯하다. 뱀파이어 오징어(수심 600-800m)도 현존하고 있고, 최근 ‘플레시오사우러스’ 위에서 흡혈오징어의 화석이 발견되었으며, 1억6천 만 년 전의 두족류 화석에선 오늘날 갑오징어의 먹물과 같은 멜라닌 성분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오징어를 듬뿍 넣는 ‘파에아(paella)’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국가들은 오징어를 즐겨 먹고, 동양에서도 오징어나 문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일본의 경우 약사여래가 문어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는 전설이 있고, 우리는 비늘이 없어도 문어와 낙지만은 먹물이 있다고 예외로, 마른 오징어는 예쁘게 오려 차례상에 올렸다. 특히 한국의 대서양트롤 기지인 테네리페(스페인)에서는 ‘몽고이까(가미나리이까)’ 한 마리만 들고 나가면 하루 저녁 술값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오징어는 중국요리 특히 짬뽕에 제일 많이 들어가는 재료의 하나이다. 짬뽕이란 명칭의 유래는 일본 ‘나가사키 짬뽕’의 인천 전래설이다. 중국 푸젠성(福健省) 출신의 천핑순(陳平順)이 1899년 나가사키에 중식당을 개업하면서 육(소, 닭, 돼지), 해(오징어, 패류), 공(닭)군과 야채를 뒤섞어 국수를 끓였는데, 밥 먹었느냐의 줄임 말인 ‘츠판(吃飯)’이라는 인사의 푸젠성의 발음인 ‘차판’ 또는 ‘샤뽕’이 일본인들의 귀에는 ‘잔폰’으로 들렸고 이것이 한국에 들어와 짬뽕이 되었다는 설이다.

구룡포의 꽁치잡이 어부들은 밤늦도록 오징어 물 회를 안주삼아 고단했던 바다 이야기에 밤이 지새는 줄도 모른다. 오징어는 동해의 유목민으로 1년 사이 동지나해에서 러시아까지 약 3,000km를 회유하며, 풍부한 어획고는 동해 영세 어업인들을 먹여 살리는 힘이다. 울릉도와 독도가 그 중심이었던 오징어 어장은 남해와 서해에까지 넓혀져, 기온과 해수온 변화에 따른 오징어의 고달픈 여정이 더욱 길어졌다.

“동의보감”, “물명고”, “제물보”, “전어지”, “규합총서” 등의 옛 문헌에는 오중어, 오증어, 오적어, 오적이 등으로 불렀으며 한자로 오적어(烏賊魚)가 표준어였고, 묵어(墨魚), 흑어(黑魚)라고도 하고, 귀한고기라고 하여 고록어(高祿魚)라고도 하였다. 특히 자산어보에 그 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매일 물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것을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면 곧 까마귀를 감아가지고 물속에 들어가 먹었으므로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해적)이라는 뜻으로 오적어라 하였다고 하나, 정약전(자산어보)의 제자인 이청은 오징어가 까마귀를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뿜어대는 검은 먹물이 까마귀 같아서 까마귀와 같은 물고기라는 뜻의 오즉어(烏卽魚)라고 해석하였고, 오적어-오즉어-오징어로 발음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징어에는 라이신, 타우린 등 아미노산의 보고일뿐더러, 오징어 굽는 냄새만 맡아도 감기가 낫는다고 하니 먹기에 주저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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