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내려오는 상상의 동물이 여럿 있다. 그 중에는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변했다는 ‘붕새’를 비롯하여 5색 깃털과 5음을 낸다는 ‘봉황(鳳凰)’ 그리고 세발달린 까마귀(三足烏), 한쪽 다리밖에 없다는 ‘상양(商羊)’, 불가살이(不可殺伊)에서 유래됐다는 ‘불가사리’, 그 외에도 구미호, 해태, 주작, 백호, 청룡, 현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원래 불가사리는 쇠를 먹고 악몽(惡夢)과 사기(邪氣)를 쫓는다는 상상의 동물로 곰의 몸, 무소의 눈, 코끼리의 코, 소의 꼬리, 범의 다리를 닮은 모양으로 설철(齧鐵)이라고도 한다. 불가사리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불가살(不可殺)로 죽일 수 없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불가살(불 可殺)로 불(火)로서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 초 태조 이성계는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을 펼치면서 전국 사찰의 승려들을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이 때 한 승려가 처남 집 다락방에 숨어 지내다가 무료하여 밥알로 괴물모양의 인형을 만들었는데, 그런데 이 인형이 처음에는 바늘을 먹더니 점점 못, 숟가락, 젓가락 그리고 집안의 모든 쇠붙이를 다 먹고 덩치가 커져 집안을 나가 전국의 쇠붙이를 다 먹어 치웠고, 관병들이 던지는 창과 칼까지 먹었으나 이를 죽일 수 없게 되자, 불가사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스님이 집을 떠나면서 쪽지를 남겼는데 처남이 이를 펴보니 불로서만이 죽일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불가사리는 아무리 해도 죽거나 없어지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바다에 사는 ‘불가사리’도 여러 조각으로 잘라도 죽지 않고, 재생력과 번식력이 강하고, 다른 생물을 다 먹어치운다는 뜻으로 불가사리라고 하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바퀴벌레는 중생대에 지구상에 나타나 거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했던 백악기 시대를 거쳐 현재에 살아 있듯이 유럽 등지에 사는 도룡뇽의 일종으로 10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올름’이나 바다 생태계의 파괴자라는 ‘불가사리’ 그리고 진공 상태와 151도의 고온, 절대 0도의 극저온 그리고 7만5천 기압의 심해저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곰벌레’는 정말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생물체임에 틀림없다. 불가사리는 중국에서는 해반차(海盤車), 해성(海星) 또는 해연(海燕 별불가사리)라고 하고, 영어로는 Starfish, Seastar라고 한다. 미국 영화에 불가사리 1.2.3편이 있는데 원제는 진동(Tremors)이나 땅속에 살면서 사람을 잡아먹는데 죽일 수가 없다는데서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불가사리는 극피동물(棘皮動物)로 세계적으로 1,800여종(또는 3,600종), 국내에는 70여종(또는 10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불가사리는 인류에게 백해무익한 것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 중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은 토착종으로 ‘별불가사리’ 이고, ‘자산어보’에 풍엽어(楓葉魚 속명 開夫殿)라 기록되어 있다. 캄차카와 일본 홋카이도 등 냉수대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 바다의 지렁이라 불리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 ‘삼천발이(千足섬 속명 三千足)’등 5종이 대표적이다. 이 중 바다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어 어업인들에게 시름을 안겨주는 종은 ‘아무르불가사리’ 한 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머지 종은 바다 오염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불가사리 구제가 무차별적으로 종을 구분하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어 예산 낭비요소도 있다고 하겠다. ‘아무르불가사리’를 대상으로 한다면 수온이 하강하는 가을 이후가 구제의 적기라 하겠다. 원래 추운 지방에서 옮겨온 종이라, 여름철 수온이 올라가는 시기에는 먼 바다에서 머물다가 수온이 하강하기 시작해야 연안으로 이동하여 패류나 성게 등에 피해를 입힌다.

이와 같이 외래종인 아무르불가사리가 우리 연안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된 것은 선박들의 빈번한 왕래 때문으로 무개중심을 맞추기 위하여, 넣고 빼는 해수의 이동시에 유생들이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가 지정한 유해 10종 가운데 적조와 더불어 아무르불가사리가 포함되어 있는 관심 종이다. 우리 토착종인 별불가사리는 생물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죽은 어류의 사체를 먹어치워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고 있고, 거미 및 빨강불가사리 역시 물속에서 부패한 어패류와 유기물질만을 먹이로 섭취하고 있다. 이들의 습성은 육지에서 유입된 중금속으로 오염된 해저를 옥토로 만드는 지렁이에 비유되는 유익한 종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불가사리는 극피동물의 특성상 왕성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어 팔이나 신체의 일부가 손상되어도 곧 회복된다고 하고, 다섯 개의 팔 중 떨어져 나간 팔은 독립개체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물에서 쉽게 죽일 수 없어 건져 낸 후 육지에서 말려서 죽이고 있으나 부패되면서 강한 악취를 발산한다.

한편 국내외 연구진에 의하여 기능성 식품이나 항생제, 항암제 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불가사리 구제 방법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산호초를 파괴하는 독이 나오는 ‘악마불가사리(Acanthaster Planci)'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으나, 산호초가 해골로 다 변하면서 국제 관광 다이버들이 다 떠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불가사리의 천적은 없는가? 국내 연구기관의 연구에 의하면 나팔고둥과 쥐치가 불가사리를 먹는다고 하나 이 자원이 환경오염과 자원 남획 등으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효율적인 대책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시인 김명수 씨는 ...꼬막 조개 해삼 멍게 슬그머니 다 잡아먹고/ 애써 가꾼 양식장도 거덜을 내 버린다/ 떼 내어도 떼 내어도 되살아나는 불가사리/ 가난한 어부들은 한숨만 쉰다. ...눈살만 찌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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