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통상 환경은 양자간·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지역주의(Regionalism)가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과거 GATT체제보다 WTO체제에서 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볼 때, 1995년까지 GATT, WTO에 발효 중인 지역무역협정(RTA)은 50건 내외였으나, 2011년에는 297건까지 확산되어 전 세계 교역량의 60% 이상이 협정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대외 교역을 통해서만 국력 신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급속히 확산되는 지역주의 중심의 세계 통상 기조에 편성하지 않을 수 없으며, 더 나아가 능동적·공세적으로 타 국가와의 통상 정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우리나라도 현재 8개국(칠레, 싱가포르, EFTA, ASEAN, 인도, EU, 페루, 미국)과 FTA를 체결·발효하였고, 중국, 캐나다 등 다수 국가와는 동시다발적 FTA 협상을 추진중에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지역주의 네트워크에 편승하여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FTA 네트워크의 역외국으로서 받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든 협상에는 득(得)과 실(失)이 있듯이,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면 무역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 득이 되는 산업은 밀어주되 실이 되는 산업은 희생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수산업은 FTA 체결 협상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 특히, 수산양식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아직 개방된 세계시장에 당당히 맞설 만큼 충분한 산업적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에 본고는 이미 세계 FTA 지역주의 네트워크에 갇힌 우리나라 수산양식이 생존에 생존을 거듭하고, 나아가 선진 수산양식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안들을 언급한 후, FTA에 대비하여 앞으로 우리나라 수산양식이 나아가야 할 진로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FTA 대비 해결해야 할 현안들

우리나라 수산양식산업은 1960년대 신 양식기술이 개발되면서 생산중심의 외형적 성장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양식 수산물 생산량은 2000년 65만 톤에서 2011년 147만 톤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양식어장의 생산기반을 악화시키는 다양한 문제들도 공존하였다.

우선, 최근 우리나라 수산양식 정책은 선택과 집중을 중시한 수출지향형 전략적 품목 육성과 규제완화를 통한 수산양식의 시장지향형 산업구조재편에 중점을 두어 왔다. 물론 이러한 정책 방향은 수산양식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기업형 양식 산업 육성에는 상당히 유익하지만, 상대적으로 선택과 집중에서 제외되어 왔던 가두리 어류와 내수면 어류는 소홀히 다루어 질 수 밖에 없었다.

둘째, 우리나라 수산양식의 경영 주체는 양식 어가들로 대부분 영세하다. 특히, 어류 가두리와 해조류 양식어가들은 경영 상태가 좋지 못해 경미한 자연 재해 또는 한시적 가격 변동에도 큰 타격을 받아 왔다. 이러다 보니 어류 가두리나 해조류 양식어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교섭력이 강한 유통업자의 매매가(賣買價) 조정 농락에 매번 휘둘리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왔다.
셋째, 우리나라 수산양식은 김, 전복, 넙치 등의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여전히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힘든 열악한 생산기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외형 위주의 성장에 치중하다보니 환경수용력을 초과한 시설과 노후화된 양식시설 등으로 인해 생산성 저하와 함께 질병과 폐사 발생이 빈번하고 생존율이 낮은 상황이다. 한 예로 과잉 밀식으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전복을 들 수 있다.

넷째, 우리나라 수산양식은 경직된 어업권제도로 인해 효율적인 어장관리 및 지속가능한 생산성 유지 등에 취약하다. 특히 어업권제도가 지닌 진입제한 및 어장 보유한도 설정 등의 규제는 국내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도적으로 막아왔다. 아울러 물권인 어업권이 권리화되면서 경영, 불법양식, 환경관리 등의 과거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 어가들에게 이들 권리가 자동적으로 연장되면서 책임있는 어장관리 및 양식경영이 이루어지지 못해왔다.

다섯째, 우리나라 수산양식은 일부 어종을 제외하고 육종, 사료, 백신 등의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있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를 안고 있다. 우선, 육종기술은 넙치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세계시장에 내세울 만한 뚜렷한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사료기술도 어획부진으로 계속 인상되고 있는 생사료 가격 부담을 해소할 만한 고효율 배합사료 상용화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 백신기술도 아직 시작 단계로서 치어 폐사율을 낮추기에 역부족이다.

여섯째, 양식어가의 만연한 법 경시 풍조와 행정의 관대한 법 적용을 들 수 있다. 최근 지자체의 단속 및 지도는 솜방망이식 처벌에 머물고 있어 불법양식의 정비에 있어 실효적 효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오히려 불법 양식어가의 확산을 조장하고, 건전한 양식어가들의 자생적 비즈니스 확장 의지를 꺾는 부작용을 초래해 왔다.

이상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나라 수산양식이 외형적으로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현안들로서 글로벌 시대, 세계 지역주의 네트워크 내에서 필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시급한 과제들이다.    

수산양식 선진화를 위한 제언

◇현장중심형 수산양식 정책 지원
최근 우리나라 수산양식 정책은 선택과 집중을 중시한 수출지향형 전략적 품목 육성과 규제완화를 통한 수산양식의 시장지향형 산업구조 재편에 중점을 두어 왔다. 이러한 수산양식의 정책 방향은 세계 지역주의 네트워크에 부합하는 적절한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도 기존에 있어 온 양식 품목 및 양식 어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또한 필요하다. 특히, 수산양식에 있어 우럭, 송어, 굴 등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품목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양식산업에 있어 의미 있는 품목들이다. 따라서 이들 양식 품목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서도 현장 중심형 정책적 지원을 아까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환경친화적·지속적 성장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향  
우리나라 수산양식의 초창기 양식기술 도입은 수산물 공급원으로서의 양식 증산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수출지향형 산업육성을 정책적으로 강조하면서 생산기반확대는 여전히 중요시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성장의 기조 속에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환경친화적이고도 지속가능한 생산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원전사태, 오염된 연안어장, 기후변화에 따른 폐사 및 어병 발생 등으로 인해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가격에서 식품안전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산양식의 국제교역에서도 에코라벨링이 부착된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제 교역에서 선제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산양식의 생산기반을 지속가능한 친환경 양식으로 전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장지향형 선진 양식산업 육성 확대
수산양식은 1~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일 뿐만 아니라, 수직적 통합 및 수평적 통합이 가능한 신성장 산업이다. 따라서 미래 수산양식은 세계 지역주의 네트워크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용절감형 생산기반 및 유통구조 재편이 필히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예들로, 비용절감형 양식시설 확대, 위생품질관리형 수산물시장 확대, 소비자 지향형 직거래 체제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육종, 백신, 사료 산업의 유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수평적 통합 산업과 종묘, 양성, 유통, 수출을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수직적 통합 산업을 동시에 육성해 나가야 한다. 한 예로 세계적 양식 수출 품목인 노르웨이 연어 양식산업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해조류 바이오 연료 개발이나 양식 품목을 이용한 기능성 식품이나 약품 개발 등에도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효율적 양식산업 운영을 위한 법·제도 개편
우리나라 수산양식산업이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수산양식 산업을 아우르는 하나의 단일화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한 예로 양식산업법과 같은 통합법을 제정하여 어업권의 면허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면허의 기간도 단축할 뿐만 아니라 부실면허는 회수하여 신규진입자에게 제공하는 혁신적 제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양식발전기본계획 수립, 양식발전심의위원회 설치, 양식산업진흥공단 설립 등에도 관심 가지고 양식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 주도형 모니터링체계 구축
지자체별 차별화된 양식산업 육성은 FTA 네트워크 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수산양식 모니터링은 국토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에 있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감시·감독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품종별·해역별 환경수용력 평가 및 불법시설·불법양식 단속 등은 지자체가 객관적으로 감독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별 양식어장의 통합적 정보망 구축, 양식 품목의 생산예측 시스템 운영 등도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쟁력 갖춘 통합적 기업 육성을 위한 양식산업국 신설 
우리나라 수산양식은 농림수산식품부 내 양식산업과에서 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양식산업과에서 담당하는 양식관련 제도, 지도관리, 양식재해, 질병관리, 위생협력 등으로는 세계 지역주의 네트워크 내에서 경쟁력 갖춘 선제적 대응이 곤란하다. 게다가 수산양식 품목인 내수면 어종은 자원환경과에서, 수산양식 수출 촉진은 수출진흥팀에서 담당하고 있어, 기존의 조직만으로 미래 수산양식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경쟁력을 갖춘 양식기업 육성 및 수평적·수직적 통합 등을 관할할 수 있는 양식산업국 신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