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부터 진짜 노벨상 시상에 앞서 ‘기발한 연구 연감’이 주최하는 ‘이그(IG는 불명예, 수치스러움을 의미하는 ignobel을 흉내) 노벨상’이 가라오케(가짜 오케스트라의 줄인말) 발명자인 일본의 이노우에 다이스케에게  2004년 노벨평화상(가라오케를 통한 인내심 배양에 기여)이 수여된 바 있다. 또한 수십 개국의 프라이버시 전문가와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로부터 프라이버시 인권침해에 기여(?)한 주로 공무원들에게 수여되는 ‘빅 브라더 상’이 2002년 9.11 테러관련으로 영장 없이 많은 혐의자를 구금 조사한 바 있는 미국 법무부장관에게 수여된 바 있다. 이외에도 예산을 낭비한 정부기관에 주는 ‘밑빠진 독 상’과 최고의 영화에게 주는 아카데미상 시상 하루 전에 수여되는 ‘최악의 영화’에 수여되는 ‘골든 래즈버리상(Golden Raspberry Award)’과 ‘가장 끔찍한 프로젝트 상’ 및 그 외에도 여성 커뮤니티에서 사회 저명인사의 망언을 꼬집어 주는 ‘꿰매고 싶은 입 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수협중앙회 이종구 회장(ICA수산분과위원장)이 ‘협동조합의 노벨상’이라는 ‘로치데일 파이오니어’상을 받은 것은 개인적으로서도 최고의 영예일뿐더러 국가적으로도 반세기 수산협동조합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수협의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1844년 영국 북서지역의 로치데일(Rochdale)은 면적 158,08㎢, 인구 95,796(2011년) 즉, 영국의 공업도시 멘체스터 북동쪽 18㎞ 지점으로 페나인 산맥이 서쪽으로 돌출된 산기슭의 스포든강과 로치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18세기부터 면직물, 모직물, 레이온 직물 등의 섬유공업이 성했고, 그 밖에 석면, 고무, 전기제품 등도 생산한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운동의 발생지로 당시의 매점이 보존되어 있고 로마시대의 도로와 색슨식 성(城) 등이 남아 있다. 1844년 이곳 로치데일에서 실직한 28명의 후란넬 직공(직조공)이 소액을 출자하여 창고를 빌려 소비조합을 창설한 것이 소비조합형태의 협동조합 태동의 효시로 ‘로치데일선언’이라는 것을 주장하였다. 이 조합의 목적과 계획은 1구좌 1파운드의 출자금으로 충분한 자금을 모으고 조합원의 금전적 이익과 가정적 상태의 개선을 도모하는데 있었다. 바꾸어 말하면 공통의 이익에 입각한 자급자족의 기본 개념으로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이다.

로치데일조합의 이론적 바탕은 19세기 영국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이상적 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언(Robert Owen, 1977-1858)으로부터 출발했다. 오언은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에 맞서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조합원들만을 위하는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협동조합을 추구했다. 오언의 이론을 바탕으로 1844년 영국 공업도시인 로치데일에 점포를 내고 생활필수품인 밀가루와 버터 등을 구입하는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로치데일 조합은 조합원 숫자가 1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성공한 모델이 됐다. 조직이 커지자 조합은 1인 1표제의 원칙, 정치 및 종교적 중립 등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며 조직을 꾸려 나갔다. 이외에 투자한 자금에 대한 고정된 이자의 지급, 이익금의 공평한 분배 등의 원칙이 세워졌다. 이 같은 원칙은 1937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 Inte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대회에서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이후 1895년 런던에서 설립된 ICA는 현재 94개국 249개국 회원단체와 약 10억 명 이상의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는 매머드급 글로벌 조직이다. 한국과의 관계는 1963년 농협이, 1979년 수협이 ICA 회원국으로 각각 가입한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국제협동조합의 노벨상’이라고 평가되고 있고, 상 제정 후 전 세계의 10개국 10명만이 수상한 바 있는 로치데일 파이오니어상을 2011년 11월 19일 멕시코의 대서양 쪽 휴양도시인 칸쿤에서 개최된 ICA총회에서 받았다.

한국 수협중앙회(회장 이종구)는 2009년 ICA내의 수산위원회 위원장(국)으로 피선되었고 세계수협의 날 제정과 세계어업인을 위한 행동강령인 ‘서울선언’을 이끌어 내는 등의 리더십 발휘와 국제수산세미나 개최, 회원국 간의 MOU 체결 선도 등은 물론 인도, 방글라데시 등 협동조합 개도국에 수산기자재와 정보화기기 등의 물질 제공과 지식공유는 ICA가 지향하는 가치추구는 물론 정신구현에 최선을 다한 것이 높이 평가되었다.

최근 국제 뉴스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선진국이 된 경우는 대한민국이 최초라고 국제사회에서 확인하고 있고, 우리의 경험을 배우려는 많은 국가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의 협동조합 160여년 역사에서 50년 만에 한국의 수협도 이렇게 성장했다. 한편 우리의 책임과 의무 또한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구상의 70억 인구가 하나의 공동체가 될 날이 멀지않았다. 특히 필자는 2009년 연초에 ‘세도우(그림자) 수협’을 만들자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안했다. 머지않은 장래에 통일은 올 것이고 우리가 통일 북쪽에 제일 먼저 보내야 하는 것은 수협의 조직과 경험의 전수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전국시대 말기 맹자. 장자와 함께 선진의 삼대 문학서라고 칭해지고 있는 한비자(韓非子)의 유노(喩老)편에 ‘천하의 어려운 일은 쉬운 데에서 일어나고(天下之難事, 必作於易) 또한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天下之大事, 必作於細)’라고 하였다.

이번 한국의 수협이 작고 쉬운데서 시작하여 난제를 풀고 큰일을 해냈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로치데일이 서울과 가까워졌다. 우리는 금번의 수상을 계기로 수협과 수산 조직원 상호간에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고 국제 협동조합운동을 선도하는 조직으로 강화되어야 함을 잊지 말고. 거대한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 어머님의 품 같은 바다에 삶의 터전을 일구어 나가야 하는 숙명에는 순응하되, FTA와 고유가로 대변되는 격랑에는 지혜와 용기로 맞서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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