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꽃의 신 플로라에게는 아네모네(Anemone)라는 미모의 여종이 있었는데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시녀 아네모네를 사랑하였다. 이 사실을 안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멀리 내쫓아 버렸다. 그러나 제피로스가 바람을 타고 그녀를 뒤쫓아가서 사랑에 빠지자 새로 변한 플로라는 질투에 불탄 나머지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슬픔에 젖은 제피로스는 아네모네를 잊지 못하고 매년 봄이 되면 늘 따뜻한 바람을 보내어 아네모네를 꽃피운다는 슬프고도 괴로운 사랑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로마신화에는 비너스는 자신의 아들 큐피터의 화살을 맞고 아도니스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지나 신과 인간의 부질없는 사랑은 결국 아도니스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고 슬픔에 젖은 비너스는 아도니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생명을 불어 넣어 아네모네를 꽃 피웠다고 전하기도 한다.

이 아네모네라는 꽃은 봄바람을 타고 잠깐 피었다가 스쳐가는 바람결에 지고 마는 화려하지만 너무나 연약한 꽃이다. 말미잘은 영어로는 바다의 아네모네(sea anemone)라고 부르고 세계적으로는 1,000여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미잘이 무성한 곳을 찾으면 조류에 하늘거리는 촉수의 화려함이 마치 한 떨기 꽃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말미잘은 입과 항문이 하나인 자포동물의 일종이며 화려한 촉수는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를 유혹하여 포식하는 무서운 도구로 사용된다. 그러나 촉수를 뽐내다가도 위험을 느끼면 순식간에 촉수를 강장 속으로 거두어들여 화려함을 감추고 원통형의 몸통만을 남긴다. 다시 말미잘의 화려함을 보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강장 속에 숨어있던 촉수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 활짝 꽃이 핀다.

말미잘의 촉수가 화려하고 매력적이라고 해서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곤욕을 치른다. 이들 촉수에는 독을 지닌 자포가 있어 침입자나 먹잇감이 접근하면 총을 쏘듯 발사하기 때문이다. 자포가 지니는 독성은 작은 물고기를 즉사시킬 정도의 맹독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도 피부에 직접 닿았을 때는 피부 발진이 생기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으로 상당기간 고통을 당한다. 여기에서 아네모네의 꽃말인 ‘사랑의 괴로움’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말미잘에게도 우리가 잘 아는바와 같이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있다. 아주 작은 크기의 흰동가리돔(yellow tailed anemonefish)이 주인공이다. 흰동가리돔은 말미잘 촉수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뿐 아니라 이곳을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막아내는 보금자리로 삼는다. 그러나 말미잘과 흰동가리돔의 공생관계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고 있고 다만 과학자들 사이에서 몇 가지 가설만이 존재할 뿐이다. 화려한 몸짓으로 헤엄치는 흰동가리돔의 유혹을 따라 말미잘에 접근했다가는 곧 당하고 만다. 이와 같이 보금자리를 제공받는 대가로 먹을거리를 유혹해 오는 셈이다. 한편 촉수사이에 떨어져있는 찌꺼기는 흰동가리돔이 먹어 청소부 역할도 해주고 밤이 돌아오면 말미잘의 촉수사이에서 비스듬히 누워 잠을 잔다. 독침으로 둘러싸인 요새 안에서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셈이다. 그러나 말미잘이 쇠약해지면 그 촉수를 잘라먹는 것도 목격된다고 한다.

흰동가리돔은 우리나라 제주도를 비롯하여 일본, 필리핀, 폴리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홍해 등에 분포하는 아름다운 물고기이다. 자기게와 말미잘새우 또한 말미잘과 공생을 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촉수 속에 숨어 지내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초등학교 교과서엔 말미잘과 집게의 공생관계가 나온다. 한자리에 붙어 살아야 할 운명을 극복하고자 말미잘은 집게의 껍질위에 자리를 잡고 살다가 집게가 움직이는 대로 떠돌아다닌다. 집게 입장에선 말미잘을 업고 다니는 게 다소 부담스러우나 포식자들이 싫어하는 말미잘과 함께 있다 보니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니는 셈이다. 말미잘은 강장동물이면서도 해파리형의 부유성 세대가 없고 바로 고착형의 폴립생활을 하는 점은 산호초강의 일반적인 특징과 같다.

이외에도 지구상에는 서로 돕고 사는 동물들이 많다. 서로 돕는 상리공생관계를 보면 청설모와 도토리의 관계로 청설모는 도토리를 먹고 도토리를 적당히 땅속에 묻어 자라도록 하며, 악어와 악어 새, 망둥어와 장님새우, 해파리와 꽃잎고기 그리고 진딧물은 꽁무니에서 단물을 개미에게 제공하고 개미는 무당벌레의 침입을 막아주고 있다. 이외에도 일방적인 편리공생관계로 해삼과 숨을치로 해삼의 항문 속을 은신처로 제공 받지만 해삼에게는 이득은 없고, 황로와 물소 관계도 황로는 물가에서 먹이를 얻고 물소를 방패삼아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지만 물소는 이득이 없다. 또한 고래에 붙은 따개비는 고래가 움직일 때 먹이를 얻지만 고래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 대합과 대합속살이게 역시 같다. 이외에도 나무와 겨우살이 식물, 고목과 버섯, 상어와 빨판고기 등도 편리공생에 속하는 것들이다. 한편 게의 등에 주머니벌레(sacculina)라는 갑각류가 기생하는데 이것에 기생당한 수게는 마침내 수컷의 특징을 상실하고 암컷화 되어 기생거세가 일어난다고 하고, 풍뎅이의 유충에 기생하는 굼벵이벌 또한 공생관계가 아닌 기생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미국에 국가 부도 위기상황이 도래하여 1941년 이후 70년 만에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유럽의 재정위기로 국제자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증시를 포함하여 유럽, 아시아, 중동 증시가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 수산업계에도 영향이 클 것이다. 어느 길이 서로 돕고 사는 상리공생의 길인지 관·민이 함께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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