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포경모선 니신마루호와 4척의 작살(하푼)선으로 구성된 일본 포경선단이 남빙양을 향해 출항한 것은 2005년 11월 8일이었다. 니신마루 선단이 남극해에 근접할 무렵, 그린피스의 고래보호 캠페인 선박 희망호(에스페란자)도 남빙양에 접어들어 고래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남빙양에서 열흘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야 남위 66도, 동경 146도 지점에서 니신마루 선단은 폭풍우 속에서 이미 다섯 마리의 밍크 고래를 잡아 올리고 있었고, 8미터의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남빙양은 작살에 맞은 밍크 고래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학살자들과 고래지킴이들 간의 사투현장 상공을 희망호에서 발진한 헬리콥터가 영상으로 현장 기록을 담고 있었다. 이로써 일본 선단은 물러나고 다른 고래들에게 생명을 선물로 준 그린피스의 활동은 전 세계에 타전되어 일본의 과학포경은 돈벌이에 불과한 학살극임이 폭로됐다.

일본은 과학포경(JARPA)이 시작된 지난 18년 동안 남극에서 밍크 고래만 6,800마리를 포획하여, 1986년 상업포경이 금지되기 이전 31년 동안 일본이 과학적 조사목적으로 잡은 고래가 840마리에 불과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국제 NGO인 그린피스 대원들이 일본 선박의 물대포를 맞으며 격렬한 해상시위를 벌이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엔지오(NGO)라는 개념이 국제적으로 공식 정립된 것은 1945년 4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51개국 대표들이 모여 UN창설을 논의할 때 당시 상공회의소, 기업연합, 전문직 연합,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 직능단체가 대부분 참석하여 그들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후 NGO는 UN헌장 71조에 공식적으로 등재되고, 비정부성, 공익성, 연대성, 자원성, 공식성 및 국제성 등의 특징을 가진 민간단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비정부간 기구라고 부르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는 흔히 자발적인 사적그룹과 개인을 회원으로 하는 기구로서 이윤을 목표로 하지 않고, 지방이나 국가 혹은 국제 수준에서 활동하는 이익집단 혹은 압력집단이라고 부르고 있고 경우에 따라선 시민사회단체 또는 민간단체라고 부른다. 국제적인 NGO의 탄생 기원은 1838년 설립된 영국의 반노사회단체를 효시라 보고 있으며 이후 적십자, 그린피스 및 국경없는 의사회 등이 있고 국제연합의 경제이사회(ECOSCO)로부터 협의지위(consultative status)를 얻은 약 2,000개의 NGO가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NGO의 태동은 1960년대 이후로 그 역사가 매우 짧고, 1980년대 중반까지는 군부 권위주의 하에 있던 우리나라는 억압적 사회분위기 하에서 시민사회가 발전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1987년 민주항쟁이후 시민사회는 민주화를 비롯한 제반 사회문제에 대한 활동범위를 넓혀가면서 사회 중심세력으로 대두되었고, 1989년 경실연, 참여연대 등과 각종 환경운동연합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수산분야 역시 1991년 1만6천여 어업인 후계자들의 모임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수연)가 결성되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60만 수산인과 수산업 각 분야의 현안사항에 대한 목소리를 담아내기엔 주변 여건과 예산 및 수산업단체의 협조가 미흡하고 역사가 일천한 안타까움이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한반도 수산포럼’과 ‘밝은어촌수산연대’ 등 새로운 수산분야의 NGO가 동시에 탄생하였다고 하니 그 의의는 크다고 하겠다.

민간단체의 어정(漁政) 참여 필요성에 대하여는 정책당국과 민간단체 모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하고 있고, 민간단체의 정책참여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시위나 항의 등의 적극적 참여와 동시에 위원회나 협의회 참석 등의 공식적인 참여방식도 증가되고 있다. 그러나 후자는 요식적이고 형식적인 참여 즉, 행정행위의 통과의례쯤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농후하여 전자의 방식인 다중의 힘에 의한 시위를 통하여 보다 많은 정책당국의 양보를 받아 내려는 현상도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

그러나 NGO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원칙이 있고 특별히 부여된 미션(임무)이 있다. 하나는 정부와의 대립이다. 정부의 권한확대를 견제하고, 권력이 합법적으로 사용되도록 감시해 나가야 한다. 또 하나는 정부와의 협력으로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하고 정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역할도 수행하여야 한다. 즉 NGO는 정부와의 대립 및 협력을 통하여 균형 잡힌 건전한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공공의 이익실현이라는 미션(mission)은 불변이다.

그동안 수산분야에서 진정한 NGO가 탄생하지 않았든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정부는 물론 수산인 공히 공동책임이 있다고 본다. 정부는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함에 있어 이익집단의 개입이나 감시 등이 최소화 될수록 좋다는 안일한 생각을 할 수가 있었고, 협동조합이나 산하단체를 통하여 정제된 의견만을 수렴하고 한편, 어민단체들은 상경하여 정부 고위인사를 면담하고, 적절한 답변을 듣는 것이 전부이고 관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NGO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 공공제로서 어민운동을 바라보고 이에 대한 지원체제를 구축해 주어야 한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있긴 있으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직접지원을 확대하는 것 역시 사이비 또는 친(親)정부기구인 NGO(near-government organization)를 만드는 것으로 오해되어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한 NGO는 정부 및 정치권과 상호독립적인 영역으로 존중되어 자율성과 자발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히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NGO는 다른 사회적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하므로 학계나 언론계의 감시 또한 중요하고, 항시 타락한 권력 지향 NGO의 결말도 타산지석으로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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