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을 정확히 정의한다면 본래의 값인 온값의 절반을 말한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물건의 값을 올려놓고 그 가격에서 반을 감해주는 것은 올바른 반값이 아니다.

1964년 1월 ‘전국 어업인비상대책위원회’는 한일국교 정상화에 즈음하여 평화선 사수는 물론 수산업에 관한 양국 간의 새로운 해양질서 확립에 대한 우려를 정부 및 국회에 청원하고, 당시에 유통구조의 문제점으로 인한 어업용 유류 수급의 원활한 공급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각계에 호소했다.

1965년 5월 처음으로 수협 울산유류출장소가 과세 유류를 공급하였고, 10년 후인 1975년 4월 윤활유가 면세로 공급되면서 수협의 면세류 공급은 시작되었다. 1978년 1월에는 ‘조세감면규제법’이 개정됨에 따라 부가가치세 및 특별소비세가 면세되었고, 1983-2005기간에는 면세유 공급대상이 확대되고 부가가치세에 이어 교육세, 교통세 및 주행세가 면세되었다.

우리 국민들은 원조를 아주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반값의 원조는 약 20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현대 그룹의 왕회장이었던 고 정주영 회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아파트’라고 생각된다. 건축 토목분야의 달인으로 획기적인 일화를 많이 남기셨던 분의 공약이니 많은 집 없는 서민들이 적극 호응하고 선거판이 달아오르자 상대 후보들이 연합전선을 펴 서민들을 현혹하는 현대판 김삿갓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당시의 아파트 값의 형성 구조가 건설회사의 분양가와 채권입찰제가 각각 반반이었으니 채권 입찰제만 개선한다면 반값공급은 큰 무리가 없었던 공약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그러나 정주영후보가 낙선하자 반값아파트라는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한 시대 입지전적인 분이 큰 성찰 없이 정치에 입문하기 위하여 그저 내뱉은 역사 속으로 잠적한 단어로만 생각했으나, 지난 2006년 아파트 값이 폭등조짐을 보이자 여, 야 할 것 없이 릴레이식으로 환매조건부 분양, 토지임대부 분양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 꼬리를 달아 반값아파트 분양이라는 정책을 제시했으나 원조 반값으로 이해되지 않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가 최근 진짜 원조 현풍 할매곰탕(?) 논쟁이 반값 등록금으로 옮겨와 온 나라가 열풍에 쌓였다. 5세부터 실질적으로 의무교육실시 정책이 발표되고, 연간 900만원을 상회하는 대학등록금을 반값만 내고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하겠다니 대학생 본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는 학부모들에게는 심정적으로는 로또에 버금가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9%(또는 82%)로 세계경제포럼의 발표로는 139개국 중 1위로 교육최대강국(?)이라고 하는데 교육의 질은 겨우 60위권 안에 턱걸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변신한지 오래되었고 계속 채용인원을 줄여가고 있어 반값등록금 수혜자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늘어나는 이들 대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난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3일 모 일간지를 보니 ‘대학 안 가도 살 수 있는 세상’이란 제하의 부산대 김충락 교수의 기고문에서 대학은 공부할 능력이 있고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 경제적 이유로 진학이 어려운 경우에 국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반값 등록금 논쟁에 앞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800조원이 넘었고, 이 중 상당액이 교육비라고 하니 정부나 여당으로 서는 당연히 묘책을 제시해야만 하나 국가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과잉 현상이 올 것이 자명한데 이에 대한 대책을 미래 세대들에게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장자(莊子 기원전 370-290)의 추수(秋水)편에 ‘井?不可以 語於海者, 拘於虛也(우물안 개구리가 바다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것은 사는 곳이 얽매어 있기 때문이고) 夏蟲不可以語氷者, 篤於時也(여름 벌레가 얼음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것은 때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고) 라는 말이 있다. 교육에 문외한이 더 이상 반값 등록금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면세유로 돌아가 보면 정부는 어민들에게 면세유를 공급하여 연간 약 9천억 원 전후의 세금부담을 경감해주고 있다고 생색을 낸다. 그러나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의 종류를 보면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는 교육세, 교통세, 주행세 3종은 목적세로 전체 기름 값의 약60%를 차지한다. 농어촌은 교육환경이 열악하여 특례입학 등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받는 곳으로 어민이 사용하는 어업용 유류에 교육세 과세는 잘못된 방향이고, 육지의 도로가 아니라 바다를 항해하는 어선에 도로 건설 등에 소요되는 교통세 부과는 설득력이 없으며 또한 도로의 개. 보수 등에 소요되는 재원인 주행세를 도로와는 관계가 없는 어선용 유류에 부과하는 것 역시 또한 본래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과세문제는 수차 재기된 바와 같이 개별세법 개정을 통하여 원천적으로 비과세 되어야 한다. 더욱이 수산업은 각종 사회적 비용을 거의 유발하지 않는 어류단백질 공급원으로 건강한 식량산업이다.

면세유 공급 가격이 드럼 당 20만원을 웃돌고 있다. 유류대가 고기 잡아 얻는 수익을 넘어선지 오래되어 어항에는 만선의 깃발이 퇴색된 정박 어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생산의 현장인 어촌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정말로 지금의 면세유를 진정 반값으로 공급하는 정책이 나와 60만 수산인의 주름진 얼굴에 햇살이 비치는 날을 기다려도 될 런지?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