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년의 탄생 역사를 가진 해삼은 평생 주행거리가 15m에 불과한 느림보이다. 촉수로 바다 밑바닥을 더듬어 모래와 니질(泥質)을 삼킨 후 그 속에 있는 유기물은 섭취하고 모래는 다시 항문을 통하여 배설하기를 반복하여 연간 3.5kg의 더러운 모래를 항문을 통하여 처리함으로써 바다의 정화기라 불리고 있다.

해삼은 눈이 없고 입과 항문만 있는 극피동물(棘皮動物)로 불가사리와 성게와는 가까운 친척벌이 된다고 한다. 해삼은 구석기시대 함경도 해안에서 퉁구스족이 말린 해삼을 처음으로 먹었다고 하며 이후 일본과 중국으로 식용문화가 전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해삼요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갓 잡은 해삼을 썰어 회 중심으로 먹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껍질은 먹지 않으나 내장(고노와다)까지도 이용하고, 내장 중 난소만을 따로 모아 말린 식품(고도코)도 있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해삼을 상어 지느러미, 제비집, 곰 발바닥, 낙타 등, 사슴 꼬리, 시어라는 물고기(1890년경 멸종) 등과 함께 여덟 가지의 진귀한 식재료의 하나로 치부하고 있으며, 황제에게만 올렸다는 바다의 비아그라인 연꽃해삼찜은 특수한 요리사 자격증을 가진 장인만이 만드는 등 오히려 다양하게 발달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해삼 전체 생산량의 약 80%를 중화권에서 소비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약 1,100종의 해삼이 서식하고 있으며 가장 큰 것은 5m를 넘는 종류도 있으나 대부분 식용은 홍삼, 청삼, 흑삼으로 약 20-30cm정도가 이용되고 있으며 불로장생의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해삼 이용은 고사기, 일본서기, 만엽집 등에 기록이 있는데 약 1,300년 전부터 해삼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해삼은 한문으로 해남자(海男子) 또는 해삼(海蔘)이라고 쓰는데 약효에 있어서 육지의 인삼(人蔘)과 대비되는 강장제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중국 명나라 문헌인 오잡조에 기록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해삼을 징그럽다고 혐오식품으로 먹지 않다가 최근 그 효능이 알려지면서 프랑스와 이태리에서 해삼을 말린 후 다른 요리의 부재료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1695년경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시대 중국과의 비단 교역에는 초기에는 금과 은으로 그 대금을 결제하였으나 후기에는 말린 해삼(乾海蔘)으로 결제수단이 대체되기도 하였다고 하니 그 가치를 알만하다.

따라서 막부는 해삼의 판매나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였고, 임진왜란 중 또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동해, 남해 해삼을 싹쓸이하여 가져갔으나 교역과 내수에 모자라 특권계층만이 해삼을 먹었고, 일반인은 남겨진 내장만을 먹을 수 있어 내장요리가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후에 일본 시쿠시마 어촌에서 만든 내장젓갈(고노와다)은 천황과 영주에게도 진상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더욱이 남태평양의 마이크로네시아, 피지, 통가 등에서도 말린 해삼을 가져가기 위한 자숙용 나무를 벌채하는 비용이 더 들어 갔다고 한다.

1922년 4월 17일자 동아일보에는 해삼중학교(海蔘中學校) 설립을 위한 모금 기사가 있다. 그 내용은 서백리아(西伯利亞) 조선교육회가 해삼위(海蔘威)라는 곳에 중학교를 설립하고자하니 동포들의 원조를 요청한다는 기사다. 해삼위는 147년의 도시 건설 역사를 가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조선시대 해삼위라고 불렀는데 바닷가에 해삼이 많아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척거는 남자의 상징과 비슷하고, 문설은 여성의 상징과 비슷한데, 척거는 해삼이며 문설은 홍합’이라는 기록이 있다. 다산 정약용은 경제유표에서 중국으로 떠나는 우리나라 사신이 말린 해삼을 구해 중국 현지에서 경비를 조달하기 때문에 그 폐단이 매우 컸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밀무역선이 나타나고 백령도 부근에는 해삼을 몰래 잡아가는 10여척의 중국어선의 부정 어업이 심했다고 한다.

일본계 미국인 쓰루미 요시유키(鶴見良行)가 쓴 ‘해삼의 눈’(1990년 일본의 권위 학술상인 신초<新潮> 학예상 수상)이라는 책에는 중국의 산동 반도-우리나라의 가거도, 거제도-일본의 홋카이도로 이어지는 해삼 삼각무역벨트가 있다고 적고 있다.

해삼에는 인삼에 다량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항암 작용을 한다. 해삼은 자르면 3개월 만에 절단부위가 복구될 만큼 재생력도 뛰어나며 칼슘, 철분, 알긴산 등이 풍부해 치아와 뼈의 형성기에 있는 어린이가 먹으면 발육이 촉진된다. 성인들의 경우에도 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몸을 보호하는 약효가 인삼에 필적할 만하다. 인삼과의 궁합이 잘되어 양삼탕이라는 보양식은 영양면에서 탁월하다.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칼로리가 적어 비만 예방에도 탁월하고 해삼에 들어있는 요오드는 말리면 그 농도가 더욱 강화되어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고혈압에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한 해삼의 연골에는 콘드로이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노화를 예방해주고 기미, 주근깨를 제거해 주어 피부미용에도 좋고, 천식, 궤양성 대장암,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립수산과학원(남서해수산연구소)은 남해안 연안 수하식 패류양식장바닥에 해삼을 양식해 저질의 개선 효과는 물론 어업인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해삼 씨뿌림 양식 기술개발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복 해상가두리 양식장에 해삼을 복합 양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 네 학생과 교수의 자살 사건에 대한 뉴스와 국회 청문과정을 보면서 한갓 미물인 해삼은 몸이 두 동강 나고 내장을 전부 빼내도 재생력을 가지고 살아남는데 고등동물인 사람이 그렇게 쉽게 미래의 꿈을 접는 것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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