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초가집과 함석집 그리고 듬성듬성 기와집이 뒤섞인 주거지와 논과 밭이 펼쳐진 평야 사이로 남대천이라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어린 시절 대처로 나가 큰 강을 본 일도 없고 더욱이 바다와는 인연이 먼 내륙지다 보니 남대천이 내 마음속에 흐르는 강의 전부였다.

덕유산 계곡을 주 발원지로 하다 보니 물의 맑기가 그야말로 명경지수(明鏡止水)이다. 어릴 적 할머님이 지어주신 풀을 많이 먹인 삼베옷을 입던 날은 어찌나 살 곁을 스치는지 불편한 걸음걸이로 남대천에 나아가 또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옷을 입은 채로 풍덩 뛰어들던 기억이 또렷하다. 시냇물에 몸을 던진 이상 그냥 나올 수 없어 물안경도 없이 자맥질을 하고 물 밖으로 나올 때는 모두들 나선모양으로 황갈색에 적갈색 띠가 있은 고둥(다슬기의 사투리)을 한 주먹 움켜쥐고 나왔다.

이렇게 수차례 하고 나면 검정 고무신 양쪽에 한가득 고둥이 고봉으로 담겼다. 이 날 저녁은 삼베옷을 버렸다는 꾸지람은 뒤로 한 체 어머님이 고추장과 마늘잎을 듬뿍 넣고 끓여 주시는 고동국의 행복감과 건져놓은 고둥을 가족들이 둘러앉아 탱자나무 가시로 파먹던 그 시절의 하루해가 너무나 짧았던 기억이 새롭다.

오일장 날 간고등어가 시골에서 접할 수 있는 전부였던 시절 고둥은 그야말로 조물주가 준 크나큰 선물이었다. 고향을 떠난지 반세기가 흘렀지만 지금도 고향에서는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고 있다 하니 아직도 남대천에 깨끗한 물이 흐르고 1-2급수에만 산다는 고둥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고둥은 반딧불이의 중간 숙주로 애벌레시기에 유충의 먹이가 되므로 고둥이 없는 곳엔 반딧불이가 살 수 없다.

반딧불이는 1982년 곤충으로는 장수하늘소 다음으로 천연 기념물 322호로 지정받아 보호를 받고 있다. 중국 진(晋)나라에 사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차윤(車胤)이라는 사람은 발광 생물이기도 한 반딧불이 꽁무니에서 나오는 형광을 이용하여 글을 읽어 과거에 급제했고, 손강(孫康)이라는 사람은 겨울에 내린 눈 뭉치로 등잔불을 대신하여 입신(立身)하였다 하여 중국에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사자성어까지 있다.

다슬기는 올갱이, 고디, 물고둥, 고둥 등으로 불리고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특유의 맛과 영양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참다슬기, 곳체다슬기, 주름다슬기, 염주알다슬기, 띠구슬다슬기, 좀주름다슬기 등 3속 7종이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고 자웅이체이며 난생 또는 난태생이다.

다슬기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과 중국의 강과 하천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조선시대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다슬기는 신장과 간에 작용하며 간염, 지방간, 간경화 등 간질환의 치료 및 개선에 도움이 되며, 숙취해소와 신경통, 시력보호는 물론 자주 빈혈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며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더욱이 무 지방 고단백질 식품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좋고, 원활한 신진대사와 위냉증, 위통과 소화불량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열을 내리고 눈을 밝게 하고 당뇨, 이질, 치질, 위암, 변비 등에 좋을 뿐 더러 우울증을 없애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되어 있고, 칼슘이 풍부하여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마그네슘도 많아 신장 및 담낭 결석이 예방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순종 때 태어난 신약이라는 민간의서를 쓴 인산(仁山) 김일훈 선생은 신약본초(神藥本草)에 다슬기에 들어있는 푸른 색소가 사람의 간색소와 닮았기 때문에 갖가지 간과 관련된 병에 훌륭한 약이 된다고 하였다. 중국의 명나라 오서가 쓴 일용본초(日用本草)에는 열독을 풀고 주독을 해소하며 소변을 이롭게 하고 부종을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다슬기는 요리로도 개발되어, 다슬기부추칼국수, 다슬기부추전, 다슬기야채죽과 다슬기국 등이 있다. 또한 건강식품으로 다슬기 엑기스가 제조되어 민간요법으로 주로 간질환 환자들이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 물결의 범람과 함께 대부분의 강이나 하천 등이 오염되어 다슬기 자원이 줄어들고 있어 전북의 완주 고산천, 남원 요천, 무주 남대천에는 2003년부터 다슬기 치패를 생산하여 살포하고 있고, 경북 봉화의 현동천, 경북의 산청군과 청송군 관내 하천은 물론 충북의 괴산 그리고 충남의 예산 등에서도 많은 양의 치패를 살포하고 양식장 조성과 관광객을 위한 체험장 조성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여 마을 공동체 소득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간 소비량이 약 6천 톤 전후라고 추정되나 국내 공급량은 약 3천 톤 내외로 그동안 부족량은 북한이나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여 왔으나 2010년부터 북한으로부터 수입이 전면 제한받게 되어 중국산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실정이다.

현 단계에서 다슬기 완전양식의 문제점은 경제성 있는 양식용 사료개발과 양식기술개발이 과제이다. 국립수산과학원(중부내수면연구소)은 2002년부터 종패양산, 사료개발, 양식장시설 및 자재연구 성과가 산업화 단계에 이르렀고, 점진적으로 양식농가에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20여개의 양식업체가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고, 금후 100여개 업체가 양식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월의 제철 웰빙 수산물로 멸치와 더불어 다슬기를 선정 발표했다. 이 두 품목은 4월 한 달 동안 온라인 홍보와 함께 특별 할인 판매도 실시되며, 지역 특산 수산물을 이용한 축제행사도 개최된다고 한다. 또한 농식품부 밥상지킴이로 활동 중인 주부 블로커들이 여러 가지 요리를 선보인다고 하니 4월 한 달이 풍요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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