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1769-1821)은 지중해의 코르시카섬 아작시오에서 출생했다. 프랑스혁명의 사회적 격동기 후 제1제정을 건설했고, 제1통령·황제로 국정을 정비하고 법전을 편찬하는 등 개혁정치를 실시하였으며 오스트리아와의 결전을 서둘러 1800년 알프스를 넘어 전승을 이룩하는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침략하여 세력을 팽창함으로써 세계사상 알렉산더 대왕이나 카이사르에 비견된 군사·정치의 천재였다.

영국을 최대의 적으로 간주했던 프랑스 함대는 1805년 가을 영국의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 함대에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패했으나 프랑스 육군은 전 유럽을 제패하여 나갔다. 그러나 1814년 러시아 원정 실패로 엘바섬에 그리고 1815년 워털루 전투 패배로 대서양의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되어 5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18세기 후반 유럽 각지에서 승전한 나폴레옹은 전술뿐 아니라 군량 보급에서도 탁월했던 명장이었다. 군대의 건강과 사기 진작을 위해 무기 확보와 군대용 식량 개발에 힘썼다. 당시 모든 물자가 부족하고 특히 식량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전쟁터에서는 무엇보다 휴대하기 간편한 식품 개발이 절실했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이 프랑스 전역에 내린 명령이 장기간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용기의 개발 공모였다.

1809년 케이크 판매 점원이었던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ert)가 고안한 병조림은 유리병에 음식을 넣고 코르크 마개로 밀봉한 후 끓는 물에 넣어 살균하는 방식이었으나 나폴레옹은 만족해하여 상금 12000프랑을 수여하였고, 1810년 그는 상금으로 병조림 공장을 설립하여 후에 큰 부자가 되었다.

1810년 같은 해 영국인 피터 듀란트(Peter Durant)가 아페르의 병조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수작업에 의한 납땜식으로 통조림을 만들었으나 캔 속의 냄새가 문제였다. 그러나 1813년 영국의 브리언 도킨(Bryan Dorkin)과 존 홀(John Hall)이 냄새 없는 최초의 상용 통조림 공장을 세웠다. 이와 동시에 이민자였던 미국인 토마스 케세트(Thomas Kessett)가 뉴욕에서 굴, 육류, 과일, 야채를 장기 보관할 수 있는 통조림 공장을 세워 상용화 시켰다.

이와 같이 통조림의 효시는 나폴레옹의 병조림이었으며 세계 제1-2차 대전에서 병기 못지않게 부패하지 않게 음식을 보존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승리의 요인이 되었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환하는 한국군 병사들이 선물로 가져왔던 A.B.C 레이숀은 결국 미군들의 전투 식량으로 캔에 든 통조림식품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루이 파스퇴르가 음식의 부패원인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생물의 성장이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 낸지 50년 뒤에 성취한 결과물이었다.

이 세상에는 각종 전쟁에 의하여 개발 또는 발전한 음식이 무수히 많다. 미국의 햄버거나 육포(Beef Jerky)는 징기스칸이 유럽 정벌 때 말안장에 매달고 다닌 쇠고기 전투식량에서 유래됐고, 마요네즈는 마흔 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백작의 요리장이 즉석에서 만들어낸 아이디어 식품이며, 오스트리아와 터키(오스만 투르크)간의 전쟁에서 탄생한 크롸상 빵 등 파괴와 약탈이 이뤄지는 전란기에 음식도 새로운 환경에 걸맞게 변화하여 설탕과 커피 또 만두 국수 같은 식품과 음식문화를 확산시켰고 어패류, 과일류, 채소류, 육류와 과일음료, 기호음료, 잼류, 유아식품, 애완동물 먹이 등 전 세계에 1200여종의 통조림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신문 데일리 메일이 선정한 이색 통조림을 보면 훈제 방울뱀 통조림, 햇빛에 말린 아르마딜로고기, 말 젖 우유로 만든 분유, 주머니쥐 고기로 만든 소스, 핀란드의 순록고기 통조림과 더불어 태국에서 생산되는 튀긴 개구리, 악어, 전갈, 귀뚜라미 통조림 등도 있다.

약탈한 음식을 한꺼번에 차려 놓고 각자 먹을 만큼 기동력 있게 먹는 뷔페방식은 8-11세기 지중해와 대서양을 누비던 해적 바이킹에서 유래됐고 그리고 빵 위에 과일, 야채, 치즈 및 해산물과 육류를 얹은 스뫼레브뢰라는 샌드위치가 등장했다. 고추와 고추장은 임진왜란 때 들어 왔고, 부대찌개는 한국 전쟁의 애환의 산물이기도 하다. 또한 이슬람교도들이 이탈리아에 전한 스파게티 또한 그렇다. 음식 이외에도 안전모, 트랜치 코트, 코펠, 네비게이션, 잠수함, 다이나마이트, 핵, 무전기, 지프 그리고 크림 전투에 등장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한 간호사라는 개념 역시 전쟁의 산물이다.

1940년 분노의 포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존 스타인백(John Steinbeck 1902-1968)이 1945년도에 발표한 소설 ‘통조림공장 골목’에는 창녀, 뚜쟁이, 도박꾼 등이 등장하지만 가난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삶의 모습 즉, 물질문명에 물들지 않은 공동체적 삶의 다양한 모습을 통조림이라는 공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외국의 한 회사가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 통조림’을 발매해 관심을 끌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끈 것이었지만 통조림은 뚜껑을 따서 확인하기 전에는 내용물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묘한 호기심을 부르고 상황에 따라서는 공포심도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 통조림이 처음 제조된 것은 1892년 일본인이 전남 완도에서 전복 통조림을 제조한 것이 처음이라고 하나 현재는 80여종의 통조림이 생산되고 있다. 장수를 기원하며 웰빙식품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한편 맛과 저장성이 뛰어난 꽁치, 고등어, 골뱅이, 굴, 참치 등의 수산물이 통조림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 통조림 판매가 13.5% 증가했다고 한다. 유비무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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