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신화의 나라라고 하고 특히 그리스에는 더욱 신화가 많다. 메두사 역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서 힘을 의미하는 스텐노, 멀리 떠돈다란 뜻의 에우뤼알레 그리고 여왕이란 뜻의 메두사로 이루어진 세 자매들 중 하나인 마녀이다. 원래 이 세 자매는 아름다운 여인들이었으나 유독 미모가 출중한 메두사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아테나의 신전에서 불륜을 저지르다가 아테나 여신에게 발각되어 여신의 저주로 흉측한 괴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멧돼지의 어금니와 청동의 손, 용의 비늘, 튀어나온 눈, 길게 늘어뜨린 혓바닥 그리고 머리카락 대신에 한 올 한 올은 꿈틀거리는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메두사를 직접 보는 사람은 돌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은 이와 같은 저주에 그치지 않고 영웅 페르세우스를 시켜 메두사의 목을 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메두사는 괴물중의 괴물인데 해파리를 영어로 메두사(Medusa 또는 Jellyfish)라고 부르고 있어 해파리를 바다에 사는 괴상한 생물체로 인식하는 것 같다. 우선 해파리는 한자어로 수모(水母), 해모(海母), 해차(海錯)라고 부른다. 재물보(才物譜 조선 후기 학자 이만영)에는 해차, 물명고(物名攷 조선 순조 유희)에는 수모라 하였고, 본초강목(本草綱目 이시진 1518-1593)에는 해차, 저포어(樗浦魚), 석경(石鏡)이라고도 하였다. 그리고 자산어보(玆山魚譜 정약전 1760-1816)에는 해타(海鶴)라 하고 속명을 해파리라 하였다. 또한 전어지(佃漁志 서유구 1764-1845)에는 물알이라 하여 동양에서도 그 이름을 짓기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2000년대에 들어와 해파리의 개체수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액은 연간 3,000억 원으로 구제역 평년 피해액(‘10-’11은 약 2조 육박) 수준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원래 온수성 생물인 해파리는 과거 남해안과 제주도 지역에 국한하여 분포하였으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과 해양오염이 심해짐에 따라 서해와 동해에 까지 대량으로 출몰하여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고 해파리의 천적으로 알려진 대형어 특히 말쥐치 자원이 줄어들면서 먹이 사슬이 붕괴되어 번식 속도가 몇 배 빨라지고 있다고 전문기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연안에 출현한 해파리는 10-15cm 크기의 보름달 해파리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크기가 1-2m에 달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어떤 것은 길이 2m에 무게만도 200kg에 달하는 것도 우리 서해안과 일본 서해안에 대량으로 나타나 지난 날 세계대전에서 맹위를 떨쳤던 B-29의 융단 폭격을 연상하게끔 무차별적으로 수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으나 한중일 3국간에도 효율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 양쯔강의 오염도가 높아지면서 폴립(Polyp)상태로 해저에 놓여 있던 이 종의 폭발적인 번식을 돕고 있다고 진단할 뿐 해결책은 없다.

특히 해파리 떼는 수산업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름철 해수욕객들에게도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 해파리에 쏘이면 가시 같은 작은 독침(4개에서 수백 개)이 몸에 남게 되는데 이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 영향이 꽤 오래 갈뿐더러 ‘바다 말벌’로 불리기도 하는 등해파리(Chironex Fleckeri)의 독은 단 몇 초 만에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북태평양의 팔라우섬의 호수에 분포하는 해파리들은 수영 객들이 그 모양과 부드러움을 즐기면서 수영을 하고 있으나 이들 종은 독이 있는 자포(刺胞)가 퇴화되었다고 한다.

해파리는 6억 년 전 부터 출현한 생물로 5억 3천5백 만 년 전의 캄브리아기의 대폭발 이후 다섯 차례의 대량 멸종 사건에도 살아남았고, 5억 8천 만 년 전의 혹독한 빙하기는 물론 공룡들까지 멸종된 환경 하에서도 살아남은 생명력과 환경 적응력이 질긴 종이다. 특히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강력한 독을 가진데다가 개체수도 많아 어업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해파리의 먹이 활동은 몸체에 2mm의 작은 구멍이 있는데 이곳을 통해서 플랑크톤과 치어 및 알까지 먹어 치우기 때문에 수산자원 증식에도 치명적이다.

해파리의 몸체는 9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약 10일 정도 그물망에 가두어 놓으면 작은 조각으로 떨어져 나가는데 이런 현상은 해파리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종족을 보전하기 위한 일종의 산란과정과도 같은 것이라 한다. 해파리는 히드라, 산호, 말미잘과 같이 자포동물의 일종으로 약 250종이 해수, 기수, 담수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약 130종이 분포하고 있고, 이중 100여종이 독성을 가진 해파리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노무라입깃해파리가 가장 치명적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 생태계에서는 특정의 어류나 새우류 등은 독성이 있는 해파리와도 공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식용할 수 도 있는 해파리(냉채 등)도 약 4~5종이 있다고 한다.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식용이 가능하나 비린내가 많이 나고 크기 때문에 가공하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울진이나 영광원전의 냉각수 취수구에도 해파리 떼가 몰려 매년 이의 퇴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일본이나 브라질 연안에 출현하는 ‘꽃모자 해파리’는 하나의 꽃 부케를 닮아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파리로 알려져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미래 해양은 해파리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간과해서는 곤란하며 금년도 해 수온이 상승하기 전에 2003년부터 시작한 한중일 3국간의 해파리 제거 기술 개발이 결실을 맺고, 또한 효율적인 공동 대응방안이 도출되어 어업인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바다의 신음도 달래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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