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미국의 에드워드 즈윅이라고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에 의해 제작된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aiamond)라는 영화가 국내에서 상연된 바 있다. 그리 국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했으나 평년작의 흥행 성적은 거두었다.

종족 간 분쟁으로 내전이 한창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을 배경으로 불법무기 밀거래를 일삼던 용병 대니아처는 감옥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솔로몬이 아주 크고 희귀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하여 숨겨두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한편 솔로몬은 종족 간 분쟁으로 난민이 된 자기 가족과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이아몬드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목숨과 같이 여긴다. 또 한편으로는 분쟁 다이아몬드 거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고 열혈 여기자 매디가 이 이야기에 합류하게 된다.

결국 아처(용병)는 매디(여기자)의 도움으로 솔로몬과 함께 반란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는 광산지역을 찾아가 소년병 아들을 구하고 땅속에 파묻어 놓았던 다이아몬드를 찾아냈으나 이 과정에서 용병 아처는 반란군의 총에 중상을 입고 그렇게도 갖기를 원했던 다이아몬드를 솔로몬에게 건네주고 솔로몬을 탈출 시킨 후, 매디 기자에게 솔로몬 가족의 안위를 부탁하고 최후를 맞는다.

결국 솔로몬 가족은 매디의 도움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자유를 얻게 되고, 매디 기자는 피의 다이아몬드라고 이름 붙여진 분쟁 다이아몬드를 가공의 원산지를 만들어 밀무역으로 다이아몬드 국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종족간의 피의 학살을 조장함은 물론, 소년·소녀 병을 양산할 뿐더러 독재자의 야욕만을 충족시키는 실태를 고발함으로써 2003년 1월 40개국이 참여한 분쟁지역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방지하는 킴벌리 협약을 출범시키는데 공헌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원산지가 불분명한 피를 부르는 다이아몬드가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산지(country of origin)란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상품의 경제적인 국적을 의미하며 동·식물의 경우에는 성장한 국가를, 공산품의 경우는 제조 가공이 이루어진 국가를 말한다. 따라서 원산지 규정은 물품의 국적을 정하는 기준으로서 법령, 조약 등을 말하며 대다수 국가들은 원산지가 어디인지 판정하고 확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결정된 원산지 국가를 수입 상품에 보기 쉽고 견고하게 표시하도록 하여 소비자가 원산지를 알고 구입할 수 있도록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수산물 원산지표시 제도는 1993년 7월에 최초로 도입되어 모든 식용 수산물이 의무표시 대상이고 표시 의무자는 수산물 및 수산가공품을 생산·가공하여 출하하거나 판매 또는 판매할 목적으로 보관·진열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수산물 원산지 표시사항은 국내산일 경우 ‘국산’ 또는 ‘국내산’(수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 제18조), 원양산일 경우 ‘원양산’(원양산업발전법 제6조 제1항), 수입산은 원료 원산지 ‘국가명’이고 수산 가공품의 경우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하며 2개 이상의 원료를 사용한 경우에는 배합비율 순위를 고려하여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원산지 표시제는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는 아니다. 반면 소비자에게 해당 식품이 어디서 생산 됐는지를 알려 주자는 취지이다. 즉 원산지에 따라 소비자 선호도가 다르고 이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를 수 있으므로 올바른 생산국 정보를 알려줘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토록 하는 것이지 원산지가 A국가이면 위험, B국가이면 안전하다고 예단하는 것은 본래 목적과는 다른 것이다. 이것은 마치 친환경 표시가 있는 상품만 안전하고 또 일반식품은 전부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따라서 원산지나 친환경 표시는 식품 안전을 담보하는 표시가 아니라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를 위한 표시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즉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수산물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 형성은 물론 신뢰사회로 가는 초석을 다지자는 범세계적인 약속인 것이다. 지난 달 서울시에서 낙지의 머리(먹물과 내장)에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검사에 사용된 낙지의 일부가 중국산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산지를 속여 판 업주가 구속되었다고 하나 이것은 원산지 표시의무 위반이지 중국산 낙지는 전부 카드뮴이 높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검사 시료를 전부 국산(서울시는 판매상에게 속았다고 함)이라고 한 것이 첫째로 문제가 된 것이고, 발표가 당해 어업과 어업인들에게 미칠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둘째이고, 셋째는 국감에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있었듯이 서울시가 과연 이런 문제를 발표할 수 있는 기관으로 타당한가에 있고, 넷째로는 서울시가 검사표본의 오류는 인정하면서도 유해성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업인들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낙지 데이(Day)를 만들고, 2700마리 무안 낙지를 서울시 구내식당에서 먹었다고 해서 성난 어심(漁心)을 달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8월 11일자로 시행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층 확대 강화된 원산지 표시제도(음식점 원산지 표시)의 조기 정착을 위해 전국 순회 설명회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예로부터 원조(元租)라는 말을 즐겨 쓰는 자존심을 자극하면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제도는 정착이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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