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참치는 고급 식당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다. 참치의 종류만도 수십 가지지만, 일반적으로 참치란 고등어과에 속하는 다랑어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참치에도 가짜가 있었다. 이른바 ‘기름캄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3일 MBC의 ‘불만제로’는 고급 생선인 참치와 메로로 속여 팔리고 있었던 기름치에 대해 방송했다.

기름치는 참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새치류의 일종이다. 일본어 ‘백마구로’에서 유래한 ‘하얀 참캄는 참치 중에서도 비싼 부위에 해당한다. 덕분에 이 부위와 유사한 색을 띠는 기름치는 값비싼 참치로 둔갑될 수 있었다.

기름치는 참치와 구분이 쉽지 않다. 맛이 비슷한데다 우유 빛깔이 도는 기름치와 섞어놓고 보면 구별이 쉽지 않아 유통업자들과 판매업자들이 소비자에게 값비싼 참치로 속여 팔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한 업소에서는 기름치를 판매하는 직원들조차 기름치를 참치의 한 종류인 줄 알고 있었다. 기름치의 가격은 참치보다 훨씬 저렴하다. 소비자가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었던 것.

불만제로 측이 서울 시내의 전문 참치집 총 20군데를 돌며 백마구로, 황새치, 흰 참치, 메로구이로 판매하는 어종을 수거해 국립수산과학원에 DNA 검사를 의뢰한 결과, 무려 6종이 기름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참치와 기름치의 주지방산 조성 성분을 비교해본 결과, DHA 주 지방산은 기름치가 참치의 6분의1에 불과했던 반면,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는 기름 성분인 왁스 에스테르 함량은 기름치가 4배나 높았다. 부경대 식품생명공학과 조영제 교수에 따르면, 기름치를 많이 먹으면 예민한 사람이나 노약자 어린이 같은 경우 설사, 복통 구토, 두통 불쾌함 등의 증상이 나타날 뿐 아니라, 기름이 피부에 스며 나오는 피지루증까지 나타난다.

기름치의 둔갑은 참치뿐만이 아니었다. 노릇노릇한 표면으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로구이. 메로 가격의 6분의 1에 불과한 기름치는 메로구이로도 둔갑하고 있었다. 구워서 양념까지 곁들이면 육안으로 거의 식별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식당, 술집, 횟집 등에서 메로구이로 둔갑해 팔리고 있었던 것. 심지어는 더 비싼 값을 받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고, 메뉴판에 메로구이 친척이라고 표기해놓고 소비자를 농락하는 곳도 있었다.

불만체로 측이 문제 업체를 찾아가 보니, "소량으로 먹었을 때는 괜찮은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또한 기름치 구이를 메로구이로 판매한 한 업체는, “메로가 아닌 메로 쿄다이(형제)이라 표기했다”며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는가 하면, 매장과 본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등 발뺌하기 바빴다.

지난 10월 29일 식약의약품안정청은 식품원료에서 기름치를 제외하는 행정예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행정예고 결과에 따라 규제심의를 거쳐서 최종 확정이 되면 사용금지가 될 예정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원재료를 속인다거나 식품의 중량을 속여서 파는 경우 영업 정지에 상당하는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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