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소재한 국제해양연구원인 센서스 오브 마린라이프(COML)는 360여명의 해양학자들이 참여한 10년간의 북극해와 남극해를 포함한 전 세계바다(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 발틱해, 멕시코만 등) 25개소에 수중 카메라와 로봇잠수함을 이용하여 해양생물을 조사(조사비 6억5000만 달러)한 결과, 23만여 종(種)으로 그 중에는 게 등의 갑각류가 19%, 오징어 등 연체류가 17%, 어류가 12%, 그리고 단세포 미생물이 10%이나 고래 등 포유류는 2%에 불과 했다고 한다.

이를 단위 면적(10㎢)으로 보면 해양생물종이 가장 풍부한 곳은 한국(32.3종)으로 9900종의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그 뒤를 이어 중국(26.9종), 남아공(15.3종), 멕시코 만(10.1종)순이라고 한다. 반면 해양생물의 보고로 알려졌던 알래스카, 남·북극해, 파타고니아 등지의 생물 종은 이에 비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곳은 호주로 3만2889종으로 조사되었고, 일본이 3만2777종, 그 다음이 중국(2만2365종), 지중해(1만6848종), 멕시코 만(1만5374종) 순이라고 한다. 특히 지중해에서의 무분별한 남획과 오염 및 멕시코 만은 원유 유출 사고 이전부터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종은 조사기간 동안 개체수가 90% 줄었는데 이는 남획과 환경오염에 기인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니크한 바다는 호주, 뉴질랜드, 남미대륙 주변 바다와 남극해로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생물체들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가장 다국화 된 바다는 지중해로 이곳에 서식하는 1만7000종 중 약 600종은 홍해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호주와 일본 근해에서는 아직도 미확인 해양생물종이 각각 80%, 70%에 이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영국 링컨주의 남부해역에서 잡힌 길이 60cm의 혀에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드래곤 피시(Dragon fish 동남아 지역이 원산지인 가물치 종류로 물 밖에서도 4일간 생존할 수 있다고 함)와 일본 이즈오시마(伊豆大島)근해에서 발견된 심해 해파리를 최초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한편 이번 조사와는 별도로 주로 아마존 강에 서식하면서 사람과 동물 심지어 동족까지도 뜯어 먹기로 유명한 피랴냐는 그 크기가 약 30cm정도인데 약 800-100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피랴냐의 조상으로 크기가 1m나 되는 메가피랴냐의 화석이 1980년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바도 있다.

또한 중국과학원은 4억1900년 전인 고생대 실루리아기에 서식했던 Guiyu Omeiros의 화석이 중국 남부에서 발견되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어류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됐던 턱이 있는 어류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되고 있고, 턱이 없는 어류화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북아메리카의 오르도비스기 중기 암석에서 발견된 어류의 조각 화석으로 4억5000만 년 전의 것도 보관되어 있다.

캐나다에서는 바다와 인접한 플레이어 강에서 영국인 원정 낚시꾼들에 의해 포획된 무게 226kg, 길이 3m가 넘는 철갑상어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괴물 물고기는 그 연령이 100년 이상이 된 희귀종 일 것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영국 켄트주의 파빈 노부부는 15년 동안 앞뜰에 장식물로 두었던 돌 한 점이 무려 8천만 년 전 어류화석으로 밝혀졌으며 감정 결과 이 돌이 견골 어류의 조상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통보 받고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디종 호수에서 잡힌 45kg자리 거울잉어(mirror carp)는 현재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것 보다 3kg이나 무거워 세계기록을 경신하였다고 한다.

고생대 데본기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바다에 서식했다고 알려진 실리컨스라는 어종은 화석으로만 보존되어 있고 5000만 년 전에 멸종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인도양의 마다카스카르 근해에 생존 하고 있는 것이 밝혀져 살아있는 화석물고기로 전 세계 해양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전설적인 물고기인 가사어(袈裟魚)가 있다. 지리산 연못(龍遊潭)속에만 산다는 무늬가 몹시 아름다워 스님의 가사와 같다 하여 이름을 가사어라 하였다고,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기록되어 있다. 잡기가 매우 어려우나 삶아먹으면 만병통치의 약효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화석도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 본 사람도 없다. 한 평생 민물고기 연구를 한 고 최기철 선생은 가사어의 정체는 황어의 일종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국제협약(CITES)에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황제의 관상어라는 녹미어(Asian arowana)는 금색과 붉은색 비늘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고 희귀보호종이기 때문에 환경부 장관의 수입 허가가 필요하며 그 값이 무려 한 마리에 1억 원이 넘는 것도 있고, 소유주가 바뀌면 전입신고까지 하는 사람과 동격으로 취급되고 있다.

진(秦)의 재상 여불위(呂不韋)가 쓴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앙급지어(殃及池魚)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뜻은 성문의 불을 끄기 위하여 연못에 있는 물을 다 퍼가니 결국 그 연못 안에 있는 물고기들이 영문도 모르고 죽게 된다는 것이다.

금번 국제해양연구원의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인간이 연못의 물을 막 퍼내고(남획) 오염시킨다면 아무리 풍요롭고 신비한 바다와 강이라고 해도 앙급지어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는 단지 한 끼만의 식사를 위해 사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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