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대가리 잡다가 꽁지를 잡았다’는 말이 있다. 큰 것을 바라다가 겨우 조그마한 것밖에 얻지 못하였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가리는 국어사전에 ‘동물의 머리(말 대가리, 생선 대가리) 그리고 논두렁에다 대가리를 처박고 죽을지언정..대가리에 피도 안 마르다 등으로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생선도 대가리 대신 머리(대구머리, 낙지·문어 머리 등)라고 존칭(?)을 붙여 부르고 있다. 1995년도에 미국으로부터 대구대가리 수입압력을 받을 당시 식용(食用)을 대가리라고 쓰는 것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어감(語感)도 좋지 않아 사람에게만 쓰던 머리가 생선으로까지 옮겨 쓴 이래 언론도 계속 머리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원조는 1970년대 초 곤지암. 강릉 소머리국밥이 아닐까? 한편 열차대가리, 콩나물대가리 그리고 못(釘)대가리 등은 머리로 고쳐 써서는 어색하다.

중국 시안(西安)에 소재한 한 식당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족집게 문어로 이름을 날린 ‘파울’이라고 명명한 문어 요리를 개발하여 월드컵에 출전조차 못한 자국 팬과 월드컵에서 패한 국가의 열성 팬들에게 대단한 인기가 있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다.

파울 문어요리는 이태리 요리법으로 로즈마리 등 허브 일곱 종류와 양파를 넣은 후 오븐에 구워 완성한다고 한다. 문어는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는 먹지 않는다. 그러나 지중해 연안국가인 스페인, 이태리, 그리스에서는 많은 종류의 요리가 개발되어 있다. 특히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서 제일 유명한 문어 요리로 뽈뽀(Pulpo)가 있다.

최근에는 대서양이나 지중해산 문어생산이 감소하자 아프리카로부터 대부분을 수입한다고 한다. 문어는 그냥 삶으면 질기기 때문에 생 문어를 바닥에 여러 번 패대기를 친후 큰 솥에서 두 시간 이상을 삶는데 이때에 양파와 월계수 잎 그리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끓이고, 끓인 물로 감자를 익혀 요리를 하면 익히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어 요리는 꽤 많이 개발되어 있다. 문어해신탕, 문어사합(돼지고기, 홍어, 굴, 문어), 문어두루치기, 호박통문어해물탕, 문어숙회 등으로 4월(낙지는 10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어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일본으로 전 세계 어획량 20여 만 톤 중 3분의 2인 14만 톤을 일본에서 소비한다고 하니 문어 소비 대국이다. 일본에는 문어요리 3총사라고 하여 타코야끼(풀빵), 오코노미야끼(부침류), 타코텟빤야기(철판구이) 등이 있다.

문어는 지능도 다른 연체류에 비해 높지만 힘이 장사로 자기 몸무게의 10배까지 들어올린다 한다. 문어는 시력회복과 빈혈 방지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뿐더러 콜레스테롤계의 담석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는 타우린을 약 34%가량 함유하고 있다. 그 외 다량의 비타민 함유로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예로부터 혈압이 높거나 심장병 등 순환기계 질병에 걸리면 문어를 푹 고아 먹었다는 민간요법의 비법도 전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1940년대에 문어(낙지) 삶은 국물에서 타우린을 추출하여 심장 및 결핵 치료제를 개발 했는가하면 타우린이 혈액중의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간의 해독작용으로 피로회복에 대단히 좋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해 냈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고 혈압조절, 두뇌 개발과 신경정신 활동에도 관여하여 눈의 망막 기능을 정상화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두드러기가 났을 때나 동상에 걸렸을 때 그 삶은 물로 닦아내 치료하기도 했고, 손질하는 과정에서 떼어낸 먹통에 들어 있는 먹물은 치질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보양과 만병통치의 문어가 시비에 휘말렸다. 지난 달 13일 서울시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9건의 낙지와 4건의 문어머리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이 기준치(1kg당 2.0mg)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검사결과 중국산 낙지의 머리 쪽 내장에서 kg당 29.3mg의 카드뮴이 검출됐고, 문어 머리에서는 기준치의 15배를 초과하는 31.2mg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약청은 낙지와 문어는 안전하다고 서울시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식약청은 내장의 비중이 전체의 10% 이하인 점과 검사 시료의 대표성을 고려할 때 이번 서울시의 시험결과는 기준치 이하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kg당 31.2mg이라고 밝힌 카드뮴의 경우 이를 전체의 기준으로 할 때는 kg당 1.7mg인 것으로 나타나 13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식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서울시의 특정부위 검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같이 두 기관이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자 생산자는 일손을 놓고 소비자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시의 발표대로라면 전세계 문어의 3분의 2를 소비하는 일본에서는 1950년대 도야마현과 경계지역인진즈천(神通川) 기후현 미쓰이금속(三井金屬) 가미오카광산(神岡鑛山)의 폐수에 포함된 카드뮴으로 인하여, 최초 발병된 전신이 마비되고 움직일 수 없으며 너무나 심한 고통에 견딜 수 없는 환자들의 호소에 기인하여 붙여진 이타이이타이병 환자가 넘쳐나야 하는 게 아닐까?

서울시의 금번 검사에 저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고 1천2백만 서울시민의 건강을 위한 조치였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먹거리와 관련된 것은 주무부처인 식약청이나 수산물검사기관에 맡기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판사 경력의 효봉 선사가 한 수좌에게 했다는 ‘친절한 금자씨’의 대사‘너나 잘 하세요’가 떠오른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