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은 어업인들은 수산업 발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데도 이런 역할에 대해서는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개정 수협법이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간섭한 부분과 수산업 최일선 협동운동 지도자들인 조합장까지 법으로 비상임화 하는 것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

-금양호 선원 수협장이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어업인을 뿌리로 하는 수협으로서 생업을 뒤로하고 국가의 부름에 주저 없이 나선 선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값진 희생을 간직하기 위해 전국 어업인 마음을 모아 수협 최초로 수협장(葬)을 거행하게 된 것입니다. 장례기간 조문해 주신 국민들과 정부 관계자, 현장에서 고생한 수협 임직원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금양호 선원들의 의사자 인정이 무산됐는데
▶3월 26일 천안함 침몰이후 어업인의 역할이 컸습니다. 수색작업에 참여하며 해군보다 앞서 함미를 발견했고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에 쌍끌이어선 대평호가 어뢰와 프로펠러 등 결정적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무엇보다 사고해역이 까나리 조업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생업보다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객관적인 기준으로만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어업인들 전체 사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앞으로 어느 어업인이 국가의 부름에 흔쾌히 응할 것인지 숙고해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 수협은 이 같은 결정이 재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어업인의 사정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금양호 희생자들만 보더라도 제대로 된 가정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일년에 수개월을 바다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과 문화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할수록 더 오래 배를 타야 하고 문화와 복지로부터 더욱 사각지대로 몰리게 되면서 사회적으로도 소외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009년 어가소득이 3,395만원, 어가부채 3,586만원으로 소득보다 부채가 더 많으며 더욱이 어촌인구 4명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들, 고령화 속도는 갈수록 빨리지고 있습니다. 연근해 조업으로 수산자원이 감소돼 어업인들은 갈수록 원거리 조업으로 사고의 위험에 노출. 올해 들어서도 59명이나 어선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기에 간척, 매립으로 조업구역이 갈수록 축소돼고, 갯벌도 조력발전소 건립 등으로 훼손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수협이 어업인들을 위해 펼치는 사업들은?
▶어업인들이 이렇게 힘든 이유는 어획량 부족, 유류비 상승 등에다 도시와 비교해 열악한 교육과 문화적 환경도 원인입니다. 수협에서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지난 해 9월 ‘어업인교육문화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재단과 수산과학원의 노력으로 지난 4월1일 어황방송을 개국해 전국 9개 지역 수협을 통해 어황, 수온, 어가 등을 동영상으로 제작 방송 중입니다.
어업전문방송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으로 다양한 문화사업으로 제대로 된 문화 누리지 못해 어촌 떠났던 젊은이들 귀어(歸漁) 계기될 것입니다. 어업인의 문화와 교육, 복지수준 향상이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울 계획입니다. 지난 16일에는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수산업과 협동조합이 발전하기 위한 세계 석학들의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어업인복지재단 추가 재원 마련 대책은?
▶재단이 지난 해 9월 설립돼 재단에 대한 홍보와 역할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중이며 한편으로는 어업인을 위한 다양한 사업전개를 위해 기부금품 모집도 진행중입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어업인 현실에 공감하고 목숨을 담보로 수산물 생산하는 것에 고마움 느끼는 국민들도 많지만 어업인을 도울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재단을 알리고 기부방법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의 일환으로 지난 5월 24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였습니다. 지난 3월3일 기부금품 모집 시작한 이래 1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밖에 경조사때 화환으로 받는 것을 기부로 대신하는 ‘Fresh Donation'등도 전개하며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중입니다. 언론에서도 재단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 많은 홍보를 해준다면 수협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참여해 어업인 복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일부에서 수협의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
▶같은 협동조합이다 보니 농협과 비교돼 아직도 결손금이 남아있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때도 있으나 따져보면 농협과 수협은 그 규모면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수협의 규모로 볼 때 한해에 1천억원 가량 수익을 낸 것은 임직원들의 밤낮 없는 노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공적자금으로 인한 제약 속에서도 어업인을 위한 지원을 늘려가며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지속적인 예산절감과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통한 재원마련으로 어업인과 회원조합 지원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현재 수협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도록 임직원 급여반납 등 자체 추진과제를 포함하는 ‘신수협 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수협 자체추진과제와 정부 협조추진과제로 구분해 42개 추진과제로 진행중입니다.

-수협법이 시행될 예정인데 당사자로서 이에 대한 견해는?
▶수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선진화를 위한 목적으로 하는 개정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 잉여금 배당순서를 출자배당우선에서 이용고배당 우선으로 바꾼 부분은 협동조합 본질 더욱 강화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간섭한 부분은 아쉽습니다. 수산업 최일선 협동운동 지도자들인 조합장까지 법으로 비상임화하는 것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어업인 손으로 선출한 중앙회장을 어업인을 위한 사업에서 손 떼게 만든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어업인 지원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체성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아쉬움이 큽니다.
지나치게 경제논리로만 접근한 것 같지만 아쉬움은 묻어두고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협은 어업인이 더 잘살게 되고 더 풍요로워지는 데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어업인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협동조합이 되기 위한 노력 다할 계획입니다.

-수협법 시행 이후의 중앙회 경영방향은?
▶당장은 어려운 수협의 경영환경으로 인해 자율성이 제한되는 부분은 수협을 더 살찌워 어업인에게 돌려주기 위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어업인을 위한 사업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효율성에 치중한 나머지 어업인 존재 간과한다면 주식회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주식회사가 주주이익을 우선하는 경영을 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협도 어업인 이익이 우선돼야 합니다.
특히 전문경영인이 투입되는 만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어업인에게 환원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수협이 정상화된 이후에는 다시 어업인의 자조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훼손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개방화시대 경쟁력 있는 협동조합상을 말씀해 주십시오.
▶경제규모가 성장하면서 협동수준을 뛰어넘는 시장기업이 등장해 이들과의 경쟁 불가피함에 따라 생존을 위한 효율성 추구도 필요하지만 정체성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더 빠른 가치실현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사회제도 역시 조합원이 강력한 조직력으로 뭉칠 수 있도록 이탈하지 않고 유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해 ICA 수산위원회 위원장국으로 선출된 만큼 세계적으로도 이런 협동조합 가치를 실현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천안함과 98금양호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어업인들은 수산업 발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업인 없으면 전국의 섬들은 무인도화 돼 관리측면에서도 어려움 예상되며 안보측면에서도 심각한 위험 상황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런 역할에 대해서는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금도 동서남해에서 해군과 해경을 도와가며 충실히 우리바다 지킴이 역할을 다하고 있으니 국민들도 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수산업은 생명산업의 원천이자 국가식량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한 산업입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온갖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런 수산업을 굳건히 지켜 나가고 있는 어업인들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대담-한상동 편집국장>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