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겨룬다는 꽃게
김 민 종 전 수산경제연구원장
2016-10-07 수산인신문
북해도 방문 중 어느 분이 게 해(蟹,かに)자를 풀이하길 뿔(角)도 있고, 칼(刀)도 있는 소(牛)지만 사실은 벌레(虫)를 뜻하는 합성어로 가장 잘 만들어진 표의문자라고 해석한 말이 생각난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梁)나라 사람으로 도교사상가이며 의학자인 도홍경(456-536,陶弘景)이 ‘억센 가재가 범과 다툰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자산어보>에도 꽃게는 힘이 음력 8월이 되면 매우 강해져 능히 호랑이와 싸울 만하다며 꽃게의 힘과 용기를 칭송하고 있다. <성호사설(星湖僿說)>을 쓴 이익(李瀷)은 자기가 본적이 있는 열 가지 게를 열거한 적이 있다. 그 중 꽃게는 바다의 큰 게이며 빛이 붉고 등에는 뿔과 가시가 있어서 속칭 암자(巖子)라고 했다. 중국의 문헌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진나라의 필탁(畢卓)은 술안주로 게 발을 항상 즐겼다고 하였고, 시인 이태백(李太白)도 <월하독작사수시(月下獨酌四首詩)>에서 한손에 게 발 들고 한손에 술잔을 들고 주지(酒池)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데 무엇을 더 바라리오라고 하였다.
꽃게는 산란기(7-8월) 이전인 6월과 10월 이후가 맛이 좋다고 한다. 6월은 살이 가득차고 속에 풍부한 알이 있기 때문이고, 10월 이후는 산란 이후 강한 식욕으로 인하여 새살이 차기 때문이란다. 꽃게는 대개 탕, 찜과 게장의 재료로 쓰인다. 게장은 6월에 담근 것을 최고로 꼽는다. 게살에 들어 있는 메치오닌, 시스테인, 타우린 등은 간을 보호하고, 고혈압 그리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타우린의 보고이다. 또한 비타민 B12는 빈혈예방과 신경계 기능에도 작용하고 있다. 게 껍질에 풍부한 키틴과 키토산은 동물성 식이섬유로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체내의 지방 축적을 억제해 다이어트 건강식품의 원료로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특히 소화 능력이 탁월하여 고령자와 어린이 및 수술 후 회복환자에게 사철탕 대신으로 추천하고 싶다. 옛 문헌인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꽃게는 산후의 위경련과 산부의 보혈작용을 돕는다고 했다. 꽃게를 이용한 음식에 관한 기록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와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식용 시기, 게의 감별법 및 게장 담그기 등의 설명이 있다.
최근 고등어의 미세먼지 주범 및 콜레라 누명 등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수협과 이마트의 할인 행사와 더불어 충남의 서천(홍원항), 보령(무창포항) 등에서는 꽃게, 대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서해안에 대거 출현한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과 일부 몰지각한 어선들의 남획으로 꽃게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 얼마 전 소래포구에서 만난 한 어업인은 서해에 무분별하게 투하하고 회수하지 않은 통발이 너무 많아 물이 빠지면 통발만 밟고 중국까지 건너 갈 수 있다고 탄식하고 있었다. <자산어보>를 지은 정약전(丁若銓)은 꽃게가 물에서 세차게 헤엄치면 큰 바람이 불 징조라고 했다. 이 큰 바람이 수산업을 도약시키는 큰 돛을 미는 순풍이 되었으면 한다. 꽃게가 10월의 어식백세 웰빙 수산물로 모든 소비자의 식탁에 푸짐하게 오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