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상업포경이 금지된 이후로 초기에는 포경선 선주나 종사자들이 포경재개에 희망을 갖고 있었으나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옆 집 고래 포수 아저씨도 몇 년 전 운명하셨고 고래잡는 작살도 사라졌으며 이제 고래고기 전문점 벽에 붙어 있는 옛날 고래 사진 몇 점과 구룡포 읍사무소 한 켠에 어느 포수가 조준했을 일명 고래총만이 남았다. 어쩌다 회유하던 고래가 어구에 걸려 죽은 채 잡히면 새로운 볼거리일 뿐이었다. 개체수가 줄어들어 상업포경을 금지한 이후로 고래는 어민들의 어로를 크게 방해하지 않았고 어민들 또한 그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고래든 돌고래든 그런대로 철저히 보호되었고 그 혜택으로 개체수는 증가하였으며 몇 년 전부터 밍크고래나 모여드는 돌고래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00년, 44척의 100톤급 오징어 어선이 러시아 연해주 수역으로 조업을 나선 이후 2006년까지 연해주 수역내에서 대형고래를 봤다는 보고는 단 1건도 없었으나 2007년, 40여일 간 조업을 마치고 귀항한 선장에게서 5차례 대형 밍크고래가 출현하여 조업을 방해해서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가 몇 건 있었다. 밍크고래가 습격하는 날, 오징어 어군이 엄청나서 고래가 오지 않았다면 조업일수를 최소 열흘 이상은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연해주 수역은 밍크고래의 회유 경로로 알고는 있었지만 목격되긴 처음이었고 따라서 개체수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 오징어채낚기 어선들 큰 피해

고래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다. 채낚기 어선은 일몰 경부터 다음날 일출 때까지 집어(集魚)를 위해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100톤급의 하루 연료소비량은 최소 1,000~1,500리터 정도이며, 그 외에도 낚시, 부식, 인건비 등 많은 경비가 투입되는데 하루 평균 비용이 최소 200만원에 이른다. 밤이 깊어지면 오징어가 수면 가까이 부상해서 군집을 이루지만 오징어를 먹기 위해 돌고래떼가 나타나면 쇠추를 던지거나 심지어 조난 시 써야 할 신호탄을 쏴 쫓으려고 하지만 비웃듯 오징어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그러다 보면 어군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돌고래떼도 성찬을 즐긴 후 어느새 사라져 버리면 어선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조업을 포기한다. 채낚기어업의 특성상 씨앵커를 투묘하고 가만히 정지된 상태에서 조업을 하기 때문에 다시 이동한다는 것은 그 날의 어로는 망치는 것이다. 따라서 채낚기 어선에게 피해를 주는 종은 돌고래류이며 어민들은 그들을 '도적'이라 부른다.

□ 과보호 또다른 생태계 교란

2005년, 울산에서 IWC총회가 개최될 즈음 언론은 포경재개에 대한 관심을 보였었다. 나를 비롯한 어민들은 수많은 언론에게 똑 같은 주장을 반복하였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연근해에 구룡포 채낚기 어선 수 십 척이 조업에 나서지만 아직까지 밍크고래가 조업을 방해했다는 보고는 들은 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상업포경까지는 원치 않는다. 개체수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과학적 조사의 뒷받침 없이 단지 자주 목격된다는 이유로 개체수 증가로 단정짓기에는 무리이며, 단지 어업에 피해를 주는 돌고래만큼은 제한적인 채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징어를 잡기 위해 투자를 한 어업인에게 "그냥 재수없어서 돌고래떼 만났다고 생각 해!"라는 위로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재수 없는 날이 아니라 절도범에게 당한 것이다. 죽이자니 방법이 없고 위법이며 변상을 요구할 수도, 욕을 해도 들을 수 없으니 어민만 죽을 맛이다. 조업을 하지 않고 묘박 상태에서는 접근하지 않으며 항해할 때 같은 방향으로 유영하는 돌고래는 잡을 수가 없다. 가까이 오지도 않는다. 설령 한번 잡아보라고 해도 오징어 채낚이 어선 구조로는 잡을 수가 없다. "나 잡아봐라!"는 식이다. 그래서 대형 고래류를 제외한 돌고래에 대해 자기의 어로행위를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부분 포경은 허용돼야 한다. 꼭 집어를 하면 나타나기 때문에 내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도둑을 쫒아낼 최소한의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물론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어떠한 동식물이든 하나의 생명체로서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가장 극악한 포식자인 인간으로부터 보호돼야 하며 세계적 추세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나친 보호는 또 다른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오기 때문에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회유나 서식하는 고래수도 모르는 상황에서 돌고래가 먹어 치우는 수산물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래에 의한 오징어량 감소가 사람이 잡는 양 못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제 것만 먹으면 되는데 인간의 것을 훔쳐 먹으니 말썽이 아닌가.

□ 자기방어 차원의 포경 허용해야

인도네시아의 작은 마을 라마레라처럼 고래가 식량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채포가 아닌 자기방어 차원에서의 돌고래에 국한된 포경을 허용해야 한다. 돌고래류 가운데 개체수가 적은 보호종을 구분하고 연간 채포량을 제한하되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부 몰지각한 포식자, 사람에 의한 불법 고래잡이가 적발된 적이 있었지만 그물이나 통발에 걸려 죽은 고래만으로도 기호가들의 입맛은 채울 수 있는 것 같다. 귀하기 때문에 맛이 있지만 기호 식품이 아니며 여러 방법으로 단백질 섭취가 가능해진 시대에 전면적인 허용보다는 피해 어업을 중심으로 채포권리를 주면 좋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에 의한 정확한 통계가 있어야 접근이 가능할 것이며 인간보다 더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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