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환에 편승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업자와 손잡고 전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수산업계의 반대 입장을 정리해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수산업계 뿐 아니라 특별법안에 반대하는 농업인 단체들과의 연대까지 모색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한수총) 해상풍력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전북 부안·고창 해상에서 발표한 ‘7.17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통해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상생과 공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으나 정부는 이 약속을 이행하지도 않은 채, 최근 47명의 국회의원 명의를 빌려 ‘풍력발전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어업인들은 정부가 어업피해 최소화와 어업인 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해상풍력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지난해 10월 무려 53만8337명이 동참한 ‘일방적 해상풍력 추진 반대 서명운동’에서 어업인들은 어업인 중심의 민관협의회 구성,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의 철저한 검증, 민간사업자의 기존 해상풍력 입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등을 요구한 바 있으나 정부는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미래 성장 동력 등 허울 좋은 구호를 내세워 ‘풍력발전 특별법안’에 어업인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선 해상풍력의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의 의견수렴과 동의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는 7.17 해상풍력 발전방안에서 지구별수협 등 실질적 이해당사자가 민관협의회에 참여해 집적화단지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명시한 바 있지만 ‘풍력발전 특별법안’은 민관협의회의 구성·운영에 관한 근거만 제시하고, 민관협의회의 구성방법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령에서 해상풍력과 육상풍력을 구분하지 않고 해상풍력을 지지하는 기관이나 단체, 지역 주민 위주로 민관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민관협의회는 사업추진을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어업인은 실질적 이해당사자로서 어떠한 지위도 보장받을 수 없다.

또 해상풍력사업에 걸림돌이 된다며 ‘환경성 평가와 협의절차’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상풍력은 걸음마 단계로 해상풍력이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풍력발전 특별법안’은 특례를 두어 환경영향평가법과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한 환경성 평가를 모두 생략할 수 있게 하거나 기능을 약화시켰다.

환경성 평가를 실시하더라도 주민 의견수렴은 생략할 수 있고, 협의 기관은 평가서에 대해 보완·조정을 요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해진 기간 이내에 협의 절차를 마쳐야 한다.

기존 민간사업에 대해 입지 재검토 등 처리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정부는 7.17 해상풍력 발전방안에서 민간업자가 어업활동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풍황 계측기를 설치해 입지를 선점하는 행태가 해상풍력사업의 부진요인이라고 밝혔지만 ‘풍력발전 특별법안’은 무분별한 입지 선점으로 해양공간의 합리적 이용을 침해하고 있는 민간사업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뿐만아니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해양수산부의 해양공간에 관한 고유권능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해양공간의 이용·관리는 해양수산부 소관 업무임에도 ‘풍력발전 특별법안’은 공유수면의 점·사용허가, 해상교통안전진단 등의 해양수산부 소관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일괄 처리토록 하고 있다.

또한 해양환경영향평가와 협의절차는 물론 해양공간계획마저도 무력화시켰다. 즉 해양공간계획이 수립돼 있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발전지구’로 지정·고시하면 어떠한 협의절차도 없이 해상풍력사업을 위한 ‘에너지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를 비롯해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등 수산업계는 지난 2일 전남 목포에 위치한 김원이 의원 사무소 앞에 모여 ‘풍력발전 특별법 규탄대회’를 열고 특별법 추진을 규탄했다. <사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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