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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실크 매생이김 민 종 전 수산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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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27  01: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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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는 전 세계에 분포하나 한국에서는 전라남도의 강진, 완도 장흥 등에서 남해안의 특산물로 생산된다. 주로 겨울철에 채취하며 파래처럼 생겼지만 김보다는 더 푸른빛을 띠고 김과는 달리 덩어리로 판매된다. 2000년대 이전에 매생이는 김 품종을 저하시키는 해적생물로 취급받았지만 매생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매생이 양식에 김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약간의 오염물질만 닿아도 녹아버리기 때문에 청정지역에서 자라나는 무공해 해조류라는 영예를 얻었다. 매생이의 김에 대한 한판승이다. 반면 남도에는 예로부터 ‘미운 사위 오면 매생이 국 끓여 준다’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매생이는 굵기가 누에고추 실보다 더 가늘어 끓는 김이 밖으로 뚫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뜨거운 줄 모르고 입안에 퍼 넣었다가는 입천장이 훌렁 벗겨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쁜 사위에게 웰빙 별미로 끓여주고 있으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정약전(丁若銓)의 어류 연구서인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르고,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그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조선 성종 때의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 東國與地勝覽>에는 장흥지방의 ‘진공품(進貢品)’으로 기록되어 있고 그 품질 또한 장흥산이 제일이라고 하나 타 생산지역에서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수지방은 맛 자랑 10미(味)로 서대회와 돌산갓김치 등을 꼽고 있듯이 고흥지방에도 전어, 참장어가 포함된 9미(味)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매생이이고 보면 그 주장도 일리가 있고, 완도는 매생이 전체 생산량의 약50%를 상회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또한 설득력이 있다. 혹자는 강진산이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갯벌에서 갓 따낸 석화(굴)에 매생이를 풀어 넣고 끓여낸 매생이국은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특히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의 3배로 주당들에겐 속을 풀 수 있는 해장국으로서 으뜸이다. 한때 매생이는 남도의 김 양식 어민들에겐 양식 발에 달라붙는 매우 귀찮은 존재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김에 치여 온갖 천대와 괄시를 받던 매생이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고 어민들에겐 짭짤한 소득원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김이나 파래와는 또 다른 감칠맛에 웰빙 식품으로 손색이 없는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공 채묘 기술이 개발되어 그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생산지역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양식덕택에 “한때”, “날새”, “고타리”라는 생소한 단어도 생겨났다. 철분과 칼륨, 요오드, 단백질, 비타민 군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특유의 향기와 맛을 지니고 있어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애용되어 왔다. 특히 정월 대보름에 향토음식으로 사용되었다. 더구나 소화흡수가 잘되는 알칼리성 식품이고, 니코틴 중화 효과가 뛰어나 애연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칼로리가 전무하다시피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 식품으로 여성 팬을 많이 가지고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매생이가 혈청 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저하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상승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장에서의 담즙 산의 재흡수를 방해하여 분변으로 스테로이드 배설을 증가시킴으로써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또한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제일 뛰어난 속성은 해양 엽록소가 풍부하여 우리 몸 안의 노폐물은 물론 유해한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현대 식품의 총아라는 점이다.

매생이는 갈파래과의 매생이속의 녹조류로 바다의 이끼이나 파래와는 약간 다르다. 따라서 채취는 주로 11월부터 시작하여 3월까지 계속되나 채취한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신경’이라는 전라도 사투리로도 불리는 매생이는 포구에서 헹군 뒤 적당한 크기로 뭉치는데 이를 ‘재기(잭이)’라고 부른다. 매생이는 열이나 산에 약하여 오래 끓이거나 식초를 넣는 조리법은 적당하지 않다. 가장 보편적인 요리는 매생이국으로 굴이나 홍합, 새우 등의 부재료와 매생이를 함께 냄비에 넣고 참기름 한 수저를 두르고 잠시 볶은 후 집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다진 파나 마늘을 넣어 먹는다. 그 외에도 매생이전, 매생이무침, 매생이수제비와 떡국 등수도 없는 요리법이 개발되어 있다. 남도 어느 해안 마을은 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김양식이 주업이었으나 매생이로 양식 업종을 변경한 후 단기간에 높은 소득을 얻었다고 한다. 김발을 매는 철이면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한데 매생이 까지 달라붙어 골치를 아파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요즘은 그 반대 현상이다. 바다는 우리 수산인들에게 알파요 오메가로 우리 60만 수산인의 옥토이고 문전옥답이다. 어머니의 품과 같아서 무한한 생산력을 가지고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한국조류학회는 최근 매생이는 미세먼지 배출 효과도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바다의 비단으로 일려진 매생이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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