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외국인 간 임금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로 외국인 선원에 적용하는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같게 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부산·경남지역 어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임금 격차를 줄이려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을 40% 넘게 올린 상황에 추가 인상은 자칫 심각한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내외국인 선원 최저임금 일원화를 위한 정책 검토에 들어갔다. 핵심은 선원법에서 정한 ‘적용 특례’ 폐지다.

선복량 20톤 이상의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선원법에 따라 해수부장관이 별도로 고시하는데 보통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을 고려해 육상 노동자보다 높게 책정된다.

올해 선원 최저임금은 221만 6000원으로, 육상 179만 5000원(주 40시간 기준)에 비해 20%가량 많다. 20t 미만 어선 노동자는 육상처럼 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그런데 내외국인이 동일한 육상과 달리, 어선원은 국적에 따라 다르다. 선원법에 명시된 적용 특례에 근거해 외국인 선원에 대한 처우는 별도로 정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선원노동단체(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와 선박소유자단체(수협중앙회) 간 단체협약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올해 책정된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172만 3000원, 내국인 선원의 78% 수준이다.

이주 노동자 인권단체로 구성된 ‘선원이주노동자 네트워크’는 이를 ‘명백한 위법’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선원법 어디에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위임’과 관련된 규정이 없는 만큼 법령의 위임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원법이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6조를 준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등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반면 수산업계는 내외국인 선원 사이 발생하는 임금 격차는 ‘합리적 차별’이라고 항변한다.

내국인보다 떨어지는 숙련도와 불편한 의사소통, 문화 차이로 인한 부적응, 임금구매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 외국인 선원을 고용할 때 선주가 관행적으로 부담하는 항차비와 생산수단, 용돈, 생활용품 등 다양한 현금·현물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최저임금이 절대 낮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가 2016년 진행한 ‘외국인 선원 고용제도 개선 연구용역’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국제적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현 수준을 유지해도 문제가 없다. 당시 최저임금은 126만 5000원이었다.

그런데도 임금 차별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수협중앙회와 해상노련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육상 내국인 노동자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이후 올해까지 45만 8000원, 44%를 올렸다. 내년에는 5.7%를 더 올릴 계획이다.

이 상황에 최저임금을 일원화하면 30% 이상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내외국인 간 최저임금 차액은 49만 2000원. 일원화 시 기본임금 인상에 4대 보험료, 퇴직금, 각종 관리비 인상분을 합쳐 1인당 월 최소 60만 원 상당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외국인 선원 수요가 많은 업종일수록 부담은 눈덩이다.

선단당 적게는 20명, 많게는 30명을 외국인 선원에 의존하는 멸치잡이 권현망선단의 경우 당장 연간 2억 원 상당을 더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내국인 선원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이 7.8%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인상액이 100만 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가 부담을 전제로 급격한 제도 변화는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어선어업은 자원량 추정이 불가능하고 어획량도 일정치 않다. 인접 국가의 어업정책이나 이상기후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도 많아 경영 불안정성이 매우 높다”면서 “내국인의 승선 기피로 외국인 없인 조업이 불가능한 현실에 급격한 임금 상승은 업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법 개정을 유보하거나, 인상 부담을 최소화할 보조금 지원 등 보완책 마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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