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갯내음이 나는 바다에는 두 얼굴이 있다. 갯벌에 물이 들어오면 바다가 되고 또하나는 물이 빠지면 갯벌이 되면서 이곳은 어민들의 희로애락이 깃든 생활터전이 된다. 이 갯벌에 수많은 사연들을 품고 수산 생물들이 오손 도손 모여 살고 있는 보금자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해안가 갯벌에는 모래 갯벌과 진흙(뻘)갯벌 두 종류가 있으며 모래 갯벌은 바닥이 주로 모래로 덮여 있어 단단하고 파도와 물살 때문에 물결무늬가 그려져 있고 맛조개, 고동이 살고 있다. 진흙갯벌은 바닥이 주로 진흙으로 덮여 있어 밟으면 다리가 빠질 정도로 질척거리지만 꼬막, 바지락, 낙지, 달랑게가 살고 있다. 그러면 발이 빠지는 뻘갯벌에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 보성 여자만, 득량만에서는 한쪽다리로 노를 젓는 뻘배를 이용하여 꼬막과 낙지를 잡고 있다.

갯벌 속의 조개들은 기다란 관을 밖에 내어놓고 입수관을 통해 물을 빨아 들여 물속에 작은 먹이를 걸러 먹고 찌꺼기와 물은 다른 출수관을 통하여 밖으로 내보낸다. 몸속에는 판모양의 아가미도 있고 물에 산소를 빨아들여 숨을 쉬게 한다. ≪고동≫은 발의 근육을 오무렸다 폈다해서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끈적한 물질이 발을 감싸서 잘 다니고 나사모양으로 감긴 껍떼기가 둥근 모양으로 골뱅이, 소라가 그렇다.

≪맛조개≫는 입수관 출수관이 다른 조개보다 유난히 길어서 갯벌에 물이 차면 구멍위로 올라와 물속에 영양분을 걸러서 먹고 산다. ≪세발낙지≫는 다리가 8개이고 발이 가늘다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머리가 작고 발이 가늘고 긴 것이 특징이며 긴다리로 바다에서 짝 벌려 떠다니다가 물을 내뿜으면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다. 갯벌 속에 구멍을 파고 살면서 주로 밤에 갯벌로 나와 게 등을 잡아 먹는 야행성 활동을 한다.

≪말뚝망둥어≫는 물고기이지만 갯벌에서 살고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천천히 기면서 펄쩍뛰어 오르기도 한다. 파도가 세게 치면 갯벌에 박힌 말뚝에 붙어 있어 말뚝망둥어라 이름 붙여졌다. 겟벌에 구멍을 파고 살면서 물이 빠지면 갯벌위로 나와서 공기 호흡을 할 수 있다.

≪갯지렁이 개불≫은 지렁이처럼 길죽하게 생겨서 낙지처럼 갯벌 깊숙이 구멍을 파고 집을 짓고 산다. 이들 갯벌에 파고든 구멍으로 신선한 공기와 바닷물이 들어와 갯벌을 깨끗이 해주고 몸의 앞부분만 밖으로 내어 놓고 촉수를 펼쳐 물속에 떠다니는 부유생물(프랭크톤)을 걸러 먹고 산다.

순천만 갯벌에는 맛조개와 새꼬막이 살고, 벌교 갯벌에는 짱뚱어가 있는가 하면 남해 문장리 갯벌에는 쏙이 살고 있다. 소중한 바다 갯벌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보존 되기를 기대하면서 갯가에 사는 어느 시인은 “어쩌랴 갯가에서 자연이/ 주는 만큼 거둬들이고/ 없으면 그만이지/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 / 그것이 운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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