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동·서·남해안을 통틀어 생산되는 물고기 중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오래 전부터 괄시를 받아온 물고기가 있었지만 세월 따라 그 가치를 인정받아 비로소 별미 식품으로 되기까지 상전벽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고 괄시를 받거나 버려졌던 물고기는 누가 보아도 겉모양이 징그럽고 민망스러울 정도이어서 그럴 만 하겠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물속에 살아가는 과정에서 천적으로부터 피하면서 위장능력을 키우다보니 주변 환경에 적응하게 되면서 진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눈도 없고 뼈도 없어 먹지도 않으며 만지기조차 꺼릴 정도로 버려진 물고기가 어느날 먹을 것이 귀해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짚불에 던져 놓고 불을 붙여 익혀 보았더니 그 맛이 일품이 되었다는 먹장어(꼼장어)가 그렇다.

아마도 예부터 꼼장어 짚불구이는 경남 기장이 유명하다. 남해안에 짱둥어는 툭 불거져 튀어나온 눈망울에 겉모양이 독특하여 뻘위를 훑으면서 기어다니는 모습은 놀랍지만 보양식품으로 인기가 높은 물고기이다.

동해안의 삼세기도 머리와 피부에 혹모양의 돌기와 가시로 덮여 있어 거칠고 흉측스럽게 보이지만 한겨울에 얼큰한 특유의 맛으로 인기가 높은 물고기이다. 서해안의 쑤끼미도 껍질이 우둘두둘하여 악마와 귀신을 연상케 할 정도에 등지느러미에는 강한 독이 있어 만지기조차 꺼리지만 이것 또한 별미 식품이다. 이른바 못난이 삼형제라는 물고기는 도치(뚝지), 꼼치, 아귀를 말하고 있지만 동해안 뚝지(도치)는 지난번에 설명한 바와 같이 겉모양이 징그럽지만 겨울철 별미 식품이고 남해안에 아귀는 물고기 중에 제일 못난이라 말하면서 살이 물컹하고 입도 크고 우툴두툴한 피부에 돌기가 덮여 있어 이름 자체가 징그럽고 흉측스럽지만 값도 비싸고 인기 높은 식품으로 변신했다.

꼼치도 예전에는 그물에 걸리면 징그럽다고 재수 없다고 물속에 버릴 때 텀벙 소리가 난다 하여 ‘물텀벙’이라는 별칭이 있지만 이것 또한 별미 식품으로 변했다.

고흥 녹동항 물양장의 건어물 좌판에는 서대가 풍년이지만 생김새는 가자미도 아니고 넙치도 아닌 것이 처음 보는 사람은 거부감이 있지만 지방에서는 별미식품으로 유명하다.

이 모두가 생김새와 별난 이름으로 고향에 물고기라 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지만 계절에 따라 생선 특유의 맛을 찾아 바닷가를 떠나가면서 스스로 코로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우리의 건강도 챙기면서 즐거움도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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