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국산 ‘김’이 타국에 비해 품질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어 김 품질에 따른 ‘등급제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국의 김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5억 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수출액 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김 수출액은 2010년 1억 1000만달러에서 9년 만에 5배 넘게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참치를 넘어서고 수출 품목 1위가 됐다.

주요 수출국인 일본, 중국, 미국 외에 러시아와 독일,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한국 김을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김 수출국도 2007년 49개국에서 100여개 국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김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99%가 생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 김의 시장점유율은 55%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김은 김스낵, 조미김 등의 형태로 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 중이다.

그러나 국산 김은 고무적인 수출 규모와 생산량 비해 김 품질 등급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제품의 부가가치가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현재 김은 김밥용, 스낵용 등 다양한데, 이런 제품 분류시 품질 등급에 따른 제품 세분화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식품업체들은 대량으로 양식한 물김을 경매사로부터 사들여 제품 분류 시 일정한 등급없이 경매사 경험과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해 분류한다. 경쟁국인 일본이 반찬용 김과 초밥용 김, 간식용 김 등 종류를 세분화 하고 품질 등급 관리에 힘을 쏟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중국과 일본처럼 ‘국가가 기준을 품질을 체계화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는 물론 학계, 산업계에서도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이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등급제는 김의 단백질 함량, 빛깔 등 김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기준에 따라 감별사가 점수를 매겨 등급을 부여한다. 김은 원초(물김)→마른김→조미김의 형태로 가공된다 일본에서는 마른김 상태의 김에 감별사가 측정한 등급을 붙이고, 그 등급에 따른 가격으로 마른김을 구매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따온 원초 상태에서, 오랫동안 김 사업을 지속해 온 업자들의 직관에 따라 경매가 이뤄진다. 원초를 상온에 내놓고 경매가 이뤄지다보니 경매를 하는 도중에 김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고 이물이 혼입될 수도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국산 김이 타국 대비 훨씬 청정해역에서 생산되고, 고품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대가 현저히 낮다는 문제점도 있다. 물김을 말린 마른김 기준으로는 한국이 전 세계의 50%를 생산해 가장 많다. 그러나 한국 마른김의 가격은 일본 김의 45%, 중국 김의 7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정한 등급에 따른 분류 기준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바이어가 와도 구체적으로 입증하거나 설명할 방법 역시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소고기와 같이 공인된 품질등급이 있다면 좋은 김은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아 판매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김을 생산하는 업체도 더 좋은 품질의 김을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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