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 고성쪽에 정착하여 어부생활을 하는 탈북민이 TV에 뚝지 4마리를 갖고 나와 즉석요리를 해보이고 있었다. 겨울철에 동해 북부 고성과 간성 지역에 가면 뚝지란 토속 물고기가 있다. 비늘이 없고 미끌거리는 생김새가 배가 볼록하여 마치 바람 든 올챙이와 닮은 꼴의 물고기이며 거기에 배지느러미가 변해서 둥그런 발판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불명예스럽게도 못난이 물고기 삼형제인 도치, 곰치, 아귀에 끼게 되었으니 창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뚝배기보다 장맛이 좋다」라는 속담같이 겉모양보다 그 내용물이 훨씬 맛이 난다는 말로서 뚝지, 도치가 그런 물고기인 것 같다. 그것도 3형제 모두 세월 따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뚝지 도치의 담백하고 독특한 맛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져서 값비싼 생선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뚝지 이름보다 도치 심퉁이라는 별명이 더 알려진 물고기이다. 동해안 지역에 가면 당초 이름이 도치였는데 이곳의 어느 어부가 가난한 살림살이에 제삿날 제물을 구하지 못하고 잡힌 물고기가 겨우 도치였기에 원래 제사상에는 ‘치’자가 붙은 생선은 쓰지 못하였으므로 고심 끝에 도치를 심퉁이로 이름을 바꾸어 제사상에 올렸다는 얘기가 뜬소문처럼 알려져 있다 그리고 뚝지의 참맛은 그 알로 끓인 알탕이 있으며 그 알탕이 겨울철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토속 별미 음식이다.

암놈은 알탕으로 끓이고 수놈은 뜨거운 물에 데쳐서 숙회로 많이 먹으며 아귀처럼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또다른 맛을 내고 있으며 도치알찜, 도치회무침 요리도 알려져 있다. 뚝지에 뚝은 흔히 뚝심, 무뚝뚝, 뚝머슴 같이 미련하고 융통성이 없는 대상을 지칭해서 쓰는 말로서 뚝지가 바로 그렇다 하여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동해안에 뚝지도 도루묵과 생활사가 비슷하여 냉수성으로 깊은 바다에 살다가 2~3월이면 산란기에 연안으로 몰려와서 산란하는데 도루묵은 해초에 알을 붙이지만 뚝지는 갯바위에 알을 붙이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뚝지 배쪽의 발판은 바위에 단단히 붙어 심한 파도에도 견디고 바위 색깔과 같아서 바위로 위장하여 적으로부터 보호를 받거나 먹이 사냥을 하기도 한다.

움직임이 둔하지만 발판이 보완해주고 있으며 잠을 잘 때도 바위에 붙어서 자는 신비스러움도 있다. 뚝지 어업은 이틀 전에 어장에 나가서 긴 직사각형의 자망 그물을 설치하고 부표를 띄워 놓는다. 멀리서 설악산이 보일 듯 말 듯 부표를 찾아 선상에서 양망기로 그물을 끌어 올리면 뚝지가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 겨울철 유년 시절에 즐겨 먹던 도루묵과 뚝지는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동해안 토속 물고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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