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광고성 카피가 유행한 이래 지금도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게 맛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중독성 강한 멘트는 기성세대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소비자에 대한 고도의 심리전이고 독선이고 지독한 역설이라 하겠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 한 모 회사의 ‘크랩 버거’ 를 홍보한 배우 신구 님이 한 말이다. 겨울 게(蟹) 철도 아닌 한여름에 무슨 게 타령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16세기를 전후한 일본 무로마치(室町)시대에는 전란이 멈추질 않았다. 이를 빗댄 민담이긴 하나 게의 중요성도 암시한 “원숭이와 게 싸움(さるかに合戰)”이 있다. 교활한 원숭이의 꼬임으로 감 씨와 주먹밥을 맞바꾼 게는 감 씨를 심고 열심히 물을 주어 감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그러나 게는 감을 따러 나무에 올라갈 수가 없었다. 이를 본 원숭이가 감나무에 올라가 익은 감은 자기가 먹고 푸른 감만을 게에게 던져 큰 상처를 입혔다. 전말을 듣게 된 게 친구인 밤과 맷돌과 벌이 원숭이에게 각각 복수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갑각류 중에서 새우와 더불어 게를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꼽는다. 특히 홋카이도(北海道)는 게의 주산지로 그곳 주민들의 자부심은 우리 영덕과 버금간다. 옛 문헌에 게는 한자로는 해(蟹)라 했고, 궤(跪), 방해(螃蟹), 횡행개사(橫行介士), 무장공자(無腸公子)라고도 했다. 우리말로는 궤, 게라고 했으나 지금은 게가 표준어이고, 방언에 거의, 궤, 그이, 기, 끼 등이 있다. 게류는 전 세계적으로 약 4,500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18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특정 지역 명을 붙인 대게와 털게, 꽃게가 대표종이다. <동국여지승람>, <자산어보>, <우해이어보>, <전어지>, <물명고> 등의 문헌에는 게의 서식지와 종류가 기록되어 있다. <규합총서>에는 게의 보장법과 젓갈 담그는 법을 위시하여 각종 요리가 소개되고 특히 <동의보감>에는 열, 위, 피부병, 산후의 복통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가재와 게 등 갑각류의 껍데기가 향후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재라는 기사가 났다. 1950년데 기적의 재료로 화려하게 등장한 플라스틱은 지금은 전 세계가 당면한 현안 중 가장 골치 아픈 문제다. 현재까지 80-100억 톤이 생산되었으나 10% 정도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80%이상이 매립되거나 바다를 떠돌고 있어 환경 재앙이 뒤따를 것 이라고 예고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분리한 고분자 물질이다. 이것이 완전히 분해되려면 수백 년이 걸려 자연생태계를 파괴한다. 따라서 현재 과학계에선 천연물질을 이용해 ‘바이오 플라스틱(생물 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가재와 게 같은 갑각류의 껍데기가 주목받고 있다. 가재와 게의 껍데기는 ‘키틴’과 ‘키토산’의 보고로 이를 추출해서 플라스틱 대체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천연물질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고 원료확보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해양투기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바다에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 갑각류 껍데기의 약 30-40%는 키틴으로 이뤄져 있다. 키틴은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과 같은 고분자 물질로 열을 가하면 쉽게 가공할 수 있다. 반면 자연에서 수개월 내에 완전히 분해가 된다. 매년 전 세계에서 600-800만 톤의 갑각류 쓰레기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역시 많은 량의 갑각류 쓰레기가 사장되고 있다. 한편 이같이 버려지는 키틴을 활용해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려는 연구가 크게 진전을 보고 있다. 일례로 영국왕립예술대와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공동 연구진은 지난 3월 키틴을 사용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최근에는 쉘워크라는 스타트업(혁신형 창업기업)을 세워 키틴으로 제작한 플라스틱 컵과 그릇 등 일회 용기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크루즈폼은 올해 초부터 키틴으로 만든 서핑 보드를 판매하고 있다. 기존 보드는 해양에 버려질 경우 500년이 걸리는 반면 키틴 서핑 보드는 6개월 지나면 햇빛에 분해된다고 한다. 일본 도요타도 자동차의 내장부품을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으로 바꾸려는 연구에 큰 진전이 있다고 한다. 국내 에서도 이미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물을 이용한 친환경비닐을 만드는데 성공 했고,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에 목재 펄프를 첨가해 6개월 안에 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봉지도 만들었다. 더불어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관련주들도 상승하고 있다. 다만 경제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바다는 지구표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고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최후의 공유재이다. 플라스틱제품 사용량을 줄이고 해양투기를 억제한다면 바이오 플라스틱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다. 수산입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깨끗한 바다는 우리의 미래다. 수산정책당국과 수산인들의 책무가 엄중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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