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자 지인들로부터 「새해 복받으라」면서 24종의 복어 사진과 함께 보내왔다. 물고기를 빗댄 기발한 인사가 아닌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다섯 가지 복을 오복이라 했다. 이른바 천수, 강령, 부자, 유덕호, 고종명의 오복을 얘기해 왔으나 그 오복도 세월에 따라 현실에 맞게 건강, 배우자, 재산, 일, 친구로 변했다. 새해에 들어 덕담을 나누던 그 오복을 받을 수 있다면 삶에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바다에도 같은 발음에 복어가 살고 있으니 미식가들 사이에 복어는 캐비어(칠갑상어알), 송로버섯(떡갈나무숲), 푸아그라(거위간 요리)와 함께 세계 4대 진미라고 전해온다.

원래 복어는 종류도 다양해서 세계적으로 120종이 살고 있으나 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는 정부에서 식품으로 허가한 복어는 21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일찍이 중국 시인 소동파는 복요리는 죽음과 맞바꿀 가치가 있다고 극찬하면서 중국에는 복어를 먹고 나서 백가지 요리가 맛이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속담에 「복어는 먹고 싶고 목숨은 아깝다」라고 하면서 가시가 있는 장미가 아름다운 것처럼 복어도 독이 있어야 그 맛이 빛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복요리 사랑은 유별나다고 한다. 오래 전 일본에 갔을 때 접시위에 종잇장 같이 얇은 복어회 한 점을 치켜들고 감격해 하는 일본인을 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복어회에 희석한 독을 뿌려 먹으면서 더 맛있고 미세한 독이 몸에 퍼지면 피로와 숙취를 풀어 준다고 얘기하고 있다. 복어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가 제철이면서 특히 겨울 추운 날씨에는 뜨끈하고 시원한 복국이 절로 생각나는 바로 이때가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복어는 자주복, 검복, 까치복, 얼복, 졸복, 은복, 복섬이 제일 많이 이용되고 있는 편이며 복중에는 자주복이 가장 맛이 있으며 흔히 참복이라 부르고 있다. 생김새는 젖소처럼 검은 얼룩이 등에 박혀 있는 참복과 그 다음으로 까만등과 흰배 사이에 노란 줄이 들어간 검복을 쳐주고 있으며 다음으로 까만 줄무늬에 지느러미가 노란색인 까치 복어가 있다. 시원하고 얼큰한 복어국은 은복이나 밀복을 많이 쓰며 통영·마산 등 경남지방에서는 졸복을 복국용으로 최고로 치고 있다. 모든 생선이 그러하듯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선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복어를 맛보는 방법은 한국식과 일본식으로 크게 구분되고 있다. 일본에 복요리는 며칠씩 숙성시키면서 숙성시킬수록 감칠맛은 증가하지만 씹는 맛은 떨어진다. 한국인은 씹는 맛과 감칠맛을 선호하기에 숙성시간은 길어야 10시간 정도이다. 복국도 두 나라가 확연히 다르다.

일본에서는 복어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하여 맑은탕(지리)에 다른 재료는 조금 넣지만 반면에 한국식 맑은탕에는 다양한 재료와 조화로운 맛에 포인트를 두기에 마늘과 채소를 푸짐하게 넣으며 특히 일본에 넣지 않는 미나리를 듬뿍 넣어야 제맛이 난다고 하면서 오히려 미나리가 복어독을 중화시킨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아무튼 올 겨울철에 절로 생각나는 복어국을 즐겨 보도록 많은 사람들에 권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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