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첩은 잡는 방법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에게 전해질 때까지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처야 한다. 잡아 올린 재첩에는 모래, 자갈과 빈 껍질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현장에서 1차적으로 일일이 조리나 체로 걸러내고 손으로 재차 골라야 한다. 2차적으로 가공공장에 도착한 재첩은 장시간 해감작업을 반복적으로 해야 모래 등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다. 이 후 재첩 살을 발라내는 작업도 재첩을 삶아서 떠오른 살을 수작업으로 건져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세척을 여러 번 한다. 삶아낸 육수도 여과장치를 통하여 불순물을 제거한다. 보통 관계자들은 5단계 작업을 거친다고 하는데 국내 다큐멘터리 ‘극한작업’에서 까지 다룰 정도의 까다로운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처 소비자에게 전달된 재첩은 국 한 그릇에 100여 마리의 재첩 살과 육수가 필요하다. 보기에는 조그맣고 볼품 없어도 단백질 함량이 100g당 12.5g으로 같은 양의 두부 9g보다 높다. 메티오닌과 타우린 등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재첩을 조개류의 보약으로 여겼다. 입추전의 재첩은 ‘간장약’이라 할 정도다. 따라서 재첩으로 만든 요리는 타우린이 담즙분비를 활발히 해서 간장 해독 및 숙취 제거, 황달에 효과가 높다(目黃). 보통 크기가 1/10밖에 되지 않는 바지락에 비해 영양가는 3배가 훨씬 넘는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성으로 재첩은 다른 음식과 같이 먹어도 부작용이 없으며(無毒), 눈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준다(明目). 위장을 편하게 하고(開胃) 소변을 맑게 하여 당을 조절(消渴)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칼슘과 인의 구성비가 약 1대1로 되어 있어 칼슘 흡수율이 높아 악성빈혈을 다스리는데 효과적이다. 잡맛이 전혀 나지 않는 순수한 맛을 수 십 년 동안 지켜온 섬진강 재첩은 오장을 부드럽게 하고 기갈(飢渴)을 달래 준다고 해서 유명세를 더욱 타고 있다. 재첩 요리는 재첩국외에 재첩회, 재첩수제비, 재첩숙회, 재첩덮밥, 재첩전 등으로 다양하다. 재첩국에 정구지(부추)를 넣는 것은 재첩에 부족한 비타민 A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강바닥에서 작은 조개 속에 들어 있는 신비롭고 깊은 맛을 채굴하는 것이다. 재첩은 섬진강의 황금빛 보물이다. 재첩 잡이에 생계를 이어오고 아들, 딸의 대학 등록금이 여기에서 나왔다. 한 겨울을 제외하고 재첩 잡이에 뛰어든 아낙들은 수 십 년을 하루같이 오늘도 함지박을 띄워놓고 오순도순 둘러서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된 전통 재첩 잡이 손틀어업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면 하동·광양지역 및 섬진강 재첩의 브랜드 가치 향상 뿐 아니라 어촌주민의 소득 증대,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