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지금쯤이면 2~3차례 수확을 해야 하는데 겨우 한차례 수확했어요. 태풍 피해 주변 어가들도 모두 같은 상황입니다."전남 해남군 화산면에서 김 양식을 하는 주재국(42)씨는 평년 같았으면 이미 2차례 이상 수확했을 시기이지만 지난해 말에야 올겨울 첫 김 위판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태풍피해로 김 채묘 시설을 새로 하느라 2배 이상 비용이 들었지만, 무사히 채묘를 끝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던 것도 잠시. 수확이 예상보다 더 늦어지면서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이은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해남 김 양식이 좀처럼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남군의 2020년산 물김 생산량은 지난해 말 기준 1만4천163톤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85.9%인 1만6천490톤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 두 달 사이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다. 11월 말까지의 생산량은 전년의 30%에도 미치지 못한 1천975톤에 불과해 역대 최대 흉작 우려까지 일었다.

생산량 저조는 지난해 잦은 태풍으로 인해 김 양식시설이 대규모 피해를 본데 따른 것이다.

김의 씨앗을 붙이는 채묘 시기에 덮친 태풍으로 인해 해남지역 637어가 중 272어가가 피해를 봤다. 전체 10만7천483책 중 30% 정도인 2만8천여책의 김 양식장이 태풍으로 유실되거나 파손됐다. 이 때문에 채묘 시설을 복구하고 채묘 시기가 늦어지면서 수확 시기도 늦어졌다.

또 겨울철 고수온 현상이 지속하면서 김 엽체가 탈락하는 갯병이 발생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피해 어가들은 현재까지 대부분 한 번 정도 김 수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김의 수확이 11월 중순부터인 점을 고려하면 어가로서는 한해 농사를 망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김 생산량이 줄면서 올해 김 위판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억원가량 많은 148억여원의 위판고를 올리고 있지만 작황이 나빠 어민들은 울상이다.

김 위판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올해 추세로 보아서는 50% 정도까지 작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몇 년 사이 김 수출이 늘면서 수익이 높아져서 김 양식을 하겠다고 귀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한창 바쁠 시기인데 어촌도 침체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남은 전국 물김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물김 생산지이자 마른김 가공공장 또한 100개소가 넘는 전국 최대 김 생산지이다.

해남군의 2018년산 물김 생산은 9만3천860톤, 983억여원의 위판고를 기록했다. 2019년산 물김 생산 8만2천776톤, 665억여원 위판액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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