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개비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200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6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따개비 요리가 발달된 곳은 남미의 칠레이다. 우리나라에도 울릉도의 특산물로 따개비 밥, 따개비 칼국수가 있으나 대개는 따개비가 아닌 복족류인 삿갓조개라고 한다. 울릉도에서는 삿갓조개를 따개비라 부른다. 영국 뉴캐슬대학이 주축이 되어서 따개비의 강한 부착력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따개비의 유생은 인산이 공유결합을 한 복합단백질인 인단백질(phosphoprotein) 성분의 접착물질을 사용해 울퉁불퉁한 바위표면에 부착한다고 한다. 특히 부착할 표면의 물을 제거하려고 기름방울을 떨어뜨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하여 강력한 합성 생체접착제 개발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선저(船底)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칠하는 방오페인트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운물류업계에서는 선박에 달라붙는 따개비의 퇴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운업계는 부착생물로 인해 입는 경제적인 손실이 세계적으로 약 7조5000억 원이나 된다고 추계한다. 1차적으로는 선저를 부식케 하고, 마찰 저항이 커져서 선박의 항행속도를 떨어뜨리고 연료의 낭비를 초래한다. 2차적으로는 외래종이 유입되어 자국의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이와 같이 따개비는 국경을 비자 없이 넘나드는 방랑자이기도 하다. 더불어 고래나 상어, 바다거북 등에도 석회질을 분비하여 무차별 달라붙어 일생을 지내므로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주머니벌레라는 따개비는 게(crab)에게 달라 부터 그 게의 배안에 자신의 알을 낳아 돌보게 하여 게의 생식능력을 없앤다고 한다. 러·일 전쟁의 쓰시마 해전을 배경으로 한 ‘짜르의 마지막 함대’라는 역사 교양서를 보면 발틱함대 사령관 ‘지노비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북해에서 동북아까지 오는 긴 여정 중에 함대 전투함들의 함저(艦底)에 따개비가 붙어 기동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염려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다. ‘캐리비안 해적’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에서도 사람 얼굴에 따개비가 붙은 존재를 흔히 볼 수 있다. 부착물의 극대화로 그로테스크(怪奇美)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지역은 우리나라 고유종인 ‘고랑따개비’(조무래기따개비. 검은큰따개비, 청홍따개비 등) 대신 외래종인 ‘주걱따개비’가 대부분 점령하였다.
한편 영국, 프랑스 등 유럽 해안 외에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화산따개비’도 부산항을 중심으로 분포지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모두 외항선의 선저에 부착되어 항구에 입항한 후 떨어져 나온 종들이다. 외래종 따개비는 번식력이 강하고, 오염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아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암반 조간대 하부에서 발견되는 ‘거북손’은 거북이의 손을 닮아 거북손이라 불리는 자루형 따개비류이다. 울릉도에서는 ‘보찰’ 또는 ‘검정발’이라고 부른다. 남해안의 도서지역민들은 따개비의 맛이 전복을 닮았다 하여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따개비 사냥을 한다. 정약용의 <자산어보>에도 식용으로 흑산도 따개비에 대한 언급이 있으나 삿갓조개와 혼동한 내용도 보인다. 따개비는 생체 접착제 개발전망 등 순기능도 있겠으나 역기능이 많은 해적생물로 보고 있다. 인류에게 유용하게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