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개비(barnacle)는 약 4억 4천 만 년 전인 고생대의 ‘실루리아기’에 등장하여 현재까지 살아남은 생명력이 질긴 종이다. 이 시기는 무수한 무척추 동물과 어류의 원시형인 무악류(無顎類-턱이 없는 척추동물)가 탄생한 시기라고도 한다. 절지동물인 거미나 곤충류 등이 육지로 진출한 시기이기도 하다. 강원도 정선지방에서도 실루리아기 석회암층이 1890년에 발견된 바 있다. 바닷가 갯바위에는 삼각형 삿갓모양의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조석간만에 따라 바닷물에 잠겼다가 공기 중에 노출되는 조간대가 따개비의 서식처다. 이곳은 환경변화가 아주 심하여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생물만이 살 수 있다. 물 밖 공기에 노출되면 몸이 건조되고 강한 햇볕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고 겨울철에는 동사하기 쉽다. 뿐만 아니라 비가 내리면 염분 농도가 떨어지고 수분이 증발하면 염분 농도가 높아진다. 휘몰아치는 세찬 파도에도 견뎌야 한다. 19세기에 진화론으로 종교계와 과학계를 경악시킨 ‘찰스 다윈’이 따개비는 조개가 아니라 갑각류의 일종이라고 처음 밝혔다. 8년 동안 연구하여 1000쪽에 달하는 연구보고서를 남겼다. 따라서 따개비는 연체동물인 패류처럼 보이나 사실은 게나 새우와 친척인 갑각류의 절지동물이다. 특히 절지동물 가운데 만각아강 완흉목 따개비과에 속한다고 분류한다. 만각(蔓脚)이란 넝쿨모양의 다리(6쌍)라는 뜻이며 완흉(完胸)은 완전한 가슴이란 뜻이다. 따개비는 화산분화구처럼 보이는 석회질 껍데기 안에 들어있다. 껍데기 윗부분을 열고 만각을 휘저어 물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간조 시에는 뚜껑을 단단히 닫아 수분증발을 최소화 한다.

따개비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200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6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따개비 요리가 발달된 곳은 남미의 칠레이다. 우리나라에도 울릉도의 특산물로 따개비 밥, 따개비 칼국수가 있으나 대개는 따개비가 아닌 복족류인 삿갓조개라고 한다. 울릉도에서는 삿갓조개를 따개비라 부른다. 영국 뉴캐슬대학이 주축이 되어서 따개비의 강한 부착력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따개비의 유생은 인산이 공유결합을 한 복합단백질인 인단백질(phosphoprotein) 성분의 접착물질을 사용해 울퉁불퉁한 바위표면에 부착한다고 한다. 특히 부착할 표면의 물을 제거하려고 기름방울을 떨어뜨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하여 강력한 합성 생체접착제 개발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선저(船底)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칠하는 방오페인트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운물류업계에서는 선박에 달라붙는 따개비의 퇴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운업계는 부착생물로 인해 입는 경제적인 손실이 세계적으로 약 7조5000억 원이나 된다고 추계한다. 1차적으로는 선저를 부식케 하고, 마찰 저항이 커져서 선박의 항행속도를 떨어뜨리고 연료의 낭비를 초래한다. 2차적으로는 외래종이 유입되어 자국의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이와 같이 따개비는 국경을 비자 없이 넘나드는 방랑자이기도 하다. 더불어 고래나 상어, 바다거북 등에도 석회질을 분비하여 무차별 달라붙어 일생을 지내므로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주머니벌레라는 따개비는 게(crab)에게 달라 부터 그 게의 배안에 자신의 알을 낳아 돌보게 하여 게의 생식능력을 없앤다고 한다. 러·일 전쟁의 쓰시마 해전을 배경으로 한 ‘짜르의 마지막 함대’라는 역사 교양서를 보면 발틱함대 사령관 ‘지노비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북해에서 동북아까지 오는 긴 여정 중에 함대 전투함들의 함저(艦底)에 따개비가 붙어 기동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염려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다. ‘캐리비안 해적’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에서도 사람 얼굴에 따개비가 붙은 존재를 흔히 볼 수 있다. 부착물의 극대화로 그로테스크(怪奇美)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지역은 우리나라 고유종인 ‘고랑따개비’(조무래기따개비. 검은큰따개비, 청홍따개비 등) 대신 외래종인 ‘주걱따개비’가 대부분 점령하였다.

한편 영국, 프랑스 등 유럽 해안 외에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화산따개비’도 부산항을 중심으로 분포지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모두 외항선의 선저에 부착되어 항구에 입항한 후 떨어져 나온 종들이다. 외래종 따개비는 번식력이 강하고, 오염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아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암반 조간대 하부에서 발견되는 ‘거북손’은 거북이의 손을 닮아 거북손이라 불리는 자루형 따개비류이다. 울릉도에서는 ‘보찰’ 또는 ‘검정발’이라고 부른다. 남해안의 도서지역민들은 따개비의 맛이 전복을 닮았다 하여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따개비 사냥을 한다. 정약용의 <자산어보>에도 식용으로 흑산도 따개비에 대한 언급이 있으나 삿갓조개와 혼동한 내용도 보인다. 따개비는 생체 접착제 개발전망 등 순기능도 있겠으나 역기능이 많은 해적생물로 보고 있다. 인류에게 유용하게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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