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지동물인 게(蟹)는 고생대의 페름기(Permian period, 약2억5000만 년 전)의 대멸종(해양생물 96%, 육상척추동물 70% 이상)에도 살아남아 현재까지 번성하는 종이다. 전 세계에 약 4500종, 우리나라에도 180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니 끈질기고 경이로운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다. 이 페름기 멸종 사건은 20만년 가까이 지속되어 중생대의 행성 간 충돌로 인한 공룡멸종 사건을 뛰어넘는 대 절멸 사태라고 한다. 페름기 이전의 화석에는 현존하는 갑각류보다 절지(節肢,segment)가 더 조밀하고 세분화된 기능을 가졌다고 한다. 중국 고대 전설국인 하나라의 우(禹)임금은 황하의 잦은 범람으로 애를 먹었다. 특히 치수사업을 한 제방과 밭고랑에 구멍을 내고, 집게발로 사람들을 물어 괴롭혔다. 이에 파해(巴解)라는 장사를 보내 끓는 물을 부어 게를 일망타진케 했다. 그런데 죽은 게의 몸이 빨갛게 변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서 먹어보니 맛이 일품이었다. 이에 우임금은 파해의 공을 인정하여 파해의 해(解) 아래 벌레 충(虫)자를 넣어 게 해(蟹)자를 만들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그리스 로마신화에는 헤라클레스와 히드라 간의 싸움에서 밟혀죽어 하늘의 별자리(게자리, the cancer)가 된 게의 불규칙한 모양에서 비롯되어 암(cancer)이란 단어와 동일하게 쓰고 있다. 중국의 대문호로 필명이 루쉰(魯迅, 본명 周樹人, 1881∼1936)은 게의 험악한 생김새 때문에 ‘게를 처음 먹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양팔에 달린 집게는 방어수단 겸 먹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고 해저의 사체를 주로 먹는다고 하여 바다의 청소부라는 별명도 붙었다. 게는 집게발과 바닥을 걷는데 사용하는 발 그리고 헤엄칠 때 배의 노(櫓)마냥 널찍한 다리 한 쌍이 가장 아래에 있다. 옛날에는 게의 압 발을 지니고 다니면 저승사자도 접근하지 못한다는 무속신앙도 있었다. 꽃게, 참게, 대게 같은 종들은 맛이 일품으로 서양에서는 주로 살만 요리해서 먹는다. 반면 우리는 살 외에 간장게장, 등껍질 내장비빔밥, 게찌개, 게무침, 회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한다. 조선 후기 21대 임금이 된 영조(英祖, 1724∼1776)는 게를 이용하여 20대 경종(景宗)을 독살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과학적인 근거는 희박하나 꿀과 게, 게장과 감은 궁합이 맞지 않다고 전한다. 미국에 불법으로 유입된 한국산 참게 때문에 미국 토종 게가 큰 피해를 입자 미국 환경담당 관리가 재미교포들의 불법 참게 잡이를 크게 환영했다고 한다. 일본의 야쿠자들은 오래 전 반대파 조직원들을 드럼통에 넣고 그 안에 게를 가득 채워 일명 ‘게 드럼통 욕조’로 고문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있다.

10월 중순 방한한 노르웨이 수산부 장관(하랄드 톰 네스빅)은 인천의 소래포구를 방문하고 직접 킹크랩을 시식한 후 노르웨이에서 먹은 맛과 똑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으로 수입되는 노르웨이산 킹크랩이 증가 추세라고 기뻐하고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인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호평했다. 그 동안 킹크랩은 주로 러시아, 미국, 일본산이 수입되었으나 여기에 노르웨이산 킹크랩이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 방문에서는 극지연구, 수산물교역 등에 대하여 양국 장관 간에 의견 교환이 있었다. 최근 시장 동향을 보면 국내 E마트는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red king crab)을 수입산 대게보다 싸게 판매한다고 한다. 예년의 경우 킹크랩이 대게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에 판매됐으나 금년은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수산물 수입 바이어들은 킹크랩의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경기둔화로 갑각류 수입이 상당량 줄어든 반면 러시아의 킹크랩 어획고는 최근 50% 이상 증가했다. 한편 대게는 캐나다 등 주요 생산국의 어획량이 감소한데 비해 미국과 일본에서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킹크랩 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동해안의 삼척, 울진, 영덕 등지의 수입산 선어 게 유통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10월 말로 대게(영덕, 울진, 삼척 등)의 금어기가 끝났다. 조선 초기 대나무 죽(竹)자가 들어가는 섬에서 대게를 잡어 임금에게 진상했다고 한다. 여기에 게의 여섯 마디와 집게발이 찌르는 침과 같다 하여 죽육촌침해어(竹六寸針蟹魚)라 불린 것이 죽해(竹蟹) 즉 대게가 되었다는 현장 발 기사도 있다. 대게 마니아들의 가슴은 벌써 설레고 있을 게다. 그러나 영양가 풍부하고 살이 꽉 찬 일명 박달게를 먹기 위해서는 내년 1∼2월을 기다려야 한다. 대게는 단백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은 적다.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다. 해열제가 없던 시절 대게 삶은 물을 먹고 열을 내렸다.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 회복과 생체리듬까지 조율한다. 가장 보편적인 요리법인 찜통에서 게의 배를 위로하지 않고 다리를 고정하지 않은 채로 찐다면 대부분의 영양가가 허실됨을 유의해야 한다. 앞으로 수입산 킹크랩이나 대게가 국내산 대게 생산자와 소비자가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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