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달고기 창에는 달에서 와서 달고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그럴듯한 댓글이 달려 있다.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 달 탐색선(1969. 7. 16)을 타고 달에 착륙한 후 귀환 시 흙과 함께 ’고요의 바다‘(月面의 일부로 실제 바다가 아님)에서 가지고 온 물고기라는 친절한 해설까지 달았다. 물론 달에는 생물이 살지 못하므로 이는 사실이 아닌 유머다. 그러나 달고기(Zeus faber)의 학명에 그리스 신화에 하늘이라는 뜻의 제우스(Zeus, 主神)신이 들어 있어 그럴듯한 추측을 낳았다. 달고기(John Dory)는 제주도와 부산, 홋카이도 이남과 인도양 그리고 태평양에 서식하는 조기강, 달고기과에 속하는 어류다. 이 어류의 양쪽 몸통에 달 모양의 둥그런 원이 그려져 있어 상상력을 동원한 픽션(fiction, 虛構)의 산물이다. 한편 달고기는 성 베드로 고기(St. Peter’s fish), 허너구(경남), 정강이(전남), 태양(해)의 고기(네덜란드, Zonnevis)라는 별칭도 있다. 이 외에도 점돔, 달돔, 마또, 양철이 등의 방언도 있다. 특히 허너구란 말은 ‘광채가 있어 훤하다’라는 경남의 방언이라 한다. 몸통에 반점이 없는 민달고기(Mirror Dory, かがみだい)와 4촌 쯤 되며 사냥 시 주둥이를 두 배나 늘려 먹잇감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한 번에 체중의 75%까지 먹는 대식가다.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소형 어류, 오징어, 새우, 게 등을 먹는다.

별칭의 ‘베드로고기’라는 호칭은 이스라엘의 동북부에 위치하여 요르단 강물이 흘러드는 갈릴리 호수(Sea of galilee)에서 이식되어 왔다는 것이다. 성경에 베드로는 어촌인 ‘벳새다(Bethsaida)’ 출신으로 예수의 12제자가 되기 전 시몬(Simon)이라는 이름으로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였다. 이 때 잡은 어종이 달고기라는 것이다. 이 지역 여행객들은 의례 해변 식당에서 베드로고기를 주문하여 먹는다. 역돔 모양을 한 이 고기는 달고기와 외양이 비슷하고 측면에 달무늬도 있다. 또 다른 전설은 베드로가 이 고기를 잡자 이 녀석이 하도 슬피 우는 바람에 손가락으로 집어 다시 갈릴리 바다에 놓아 주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이 달고기의 몸엔 베드로의 엄지손가락 지문이 남게 되어 베드로의 지문고기(Peter’s thumbprint fish, 拇印)라고도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모양이 쥐치와도 비슷한 이 고기는 달고기의 먼 아류(亞流)이거나 상술(商術)에서 기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구이나 스테이크의 맛은 담백하고 그 옛날 베드로가 잡은 고기를 먹는다는 자부심으로 주문이 쇄도 한다고 한다. 성경에는 오병이어(五甁二魚)로 오천 명을 먹이고 부스러기가 열 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기적이 기록되어 있다. 이 때 보리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의 이 두 마리가 베드로고기 즉 달고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종의 정식 명칭은 ‘틸라피아 갈릴레아(galilee tillapia)’이고 베드로고기는 애칭이라고 한다. 한편 베드로고기는 옛날 자기 자신과 성전세(聖殿稅-마17:27)를 납부했던 시절에 등장했던 물고기라고 알려져 있다.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리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뷔페’의 “생 피에르가 있는 정물”(5∼7억원 상당)에 등장하는 물고기도 달고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듯이 프랑스에서는 베드로고기가 고가인 1급 스테이크 재료의 하나다.

하여튼 달고기는 이래저래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달고기는 우리나라 수도권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제주도 여행 경험이 있는 분들은 제주 특산물인 달고기를 찾는다. 달고기 회, 달고기 구이, 달고기 생선가스, 달고기 미역국, 달고기 간장조림, 달고기 전 등 요리도 다양하다. 그러나 큰 머리 때문에 가식부(可食部)가 적어 아귀처럼 한 때 천대받던 물고기였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2018,4.) 식탁에도 달고기 요리가 선보여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신분도 상승됐다. 부산 방파제에서는 광어나 고등어 낚시 중 부수적으로 딸려 나오는 ‘손님 고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제주도의 양파 기름에 튀긴 달고기 ‘피시 앤 칩’은 상어 고기 칩과 함께 토속적인 맛을 자랑한다. 제주도에 가면 달고기 요리, 모자반과 무청이 잔뜩 들어간 몸국, 성게 칼국수는 맛봐야 할 필수 코스다. 계란을 적셔 부처 낸 달고기 전은 부산에서도 명절 차례 음식으로 귀하게 쓰이고 있다. 삼천포에서는 쥐치, 성대 등과 더불어 알록달록한 어포인 ‘화어포’를 만들 때 달고기를 쓴다. 더불어 달고기의 간(肝)은 아귀나 쥐치의 간처럼 맛이 있어 버리면 안 된다. 일본에서는 달고기 몸통의 둥근 무늬가 활의 과녁을 닮았다 하여 마토다이(まどうだい, 的鯛)라고 하고, 중국에서도 하이팡(海魴, haifang) 또는 일본하이팡(日本海魴)이라 하여 귀한 대접을 받는다. 달고기는 고단백 저지방 어류다. 비타민 군(A∼E)이 다양하고, 니아신(3.30mg/100g)과 더불어 칼륨(145mg/100g)과 칼슘(72mg/100g)도 풍부하다. 달고기 회(膾)한 접시 앞에 두고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정취에 취해 보자. 정부의 정책적 배려까지 더해진다면 새 지평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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