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텀벙(아귀)은 껍질과 간, 아가미, 난소, 위, 꼬리지느러미, 볼때기 살 등 7가지 부분 모두를 먹을 수 있는 칠색진미의 어류다. 아귀는 우리나라 서남부 및 동해남부 연안에 서식하고, 일본, 중국과 필리핀, 멕시코 등의 태평양에 12여종이 분포한다. 아귀(Anglerfish, 鮟鱇魚, あんこう)가 맛있는 제철(12월∼익년 2월)이 다가오고 있다. 아귀는 생긴 모습과는 달리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몸에 좋으며 무와 파 등의 야채를 넣고 끓인 아귀탕은 일품요리다. 물컹물컹한 껍질을 씹을 때 묘한 감촉을 느낄 수 있고 흰색의 살은 담백하다. 또한 내장을 포함한 몸통의 모든 부위와 콩나물을 넣고 만든 아귀찜은 환상적인 맛을 뽐낸다. 더욱이 아귀의 간은 세계 3대 진미식품의 하나인 프랑스의 푸아그라와 비교하여 ‘바다의 푸아그라’라고 한다. 반면 푸아그라가 집 거위를 학대하여 간을 부풀게 한다는 동물애호가들의 거센 항의가 있는 반면 아귀 간 요리는 여기에서 자유롭다. 아귀는 아꾸, 물꿩(水雉), 물텀벙, 망청어, 꺽정이 등의 여러 방언을 가지고 있다. 이 중 물텀벙은 잡아 올린 아귀의 모습이 흉측하여 팔수도 먹을 수도 없어 어부들이 재수 없다고 바다에 텀벙 버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아귀는 갈비뼈가 없어 몸이 흐물흐물한데다 비늘도 없어 매우 미끄럽고 징그럽다. 이와 같이 아귀는 그 생김새 때문에 천대받던 어종의 대표주자 취급을 받았다. 아귀는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조사어(釣絲魚), 속명 아구어(餓口魚)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 모양이 올챙이 같고 또 머리위에는 두 개의 낚싯대가 있다고 했다. 낚시 줄 끝에는 밥알 같은 미끼가 있는데 이것으로 물고기를 유인하여 잡아먹는다고 한다.

한편 아귀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계율을 깨는 악업(惡業)을 저질러 굶주림의 형벌을 받은 귀신을 일컫는 아귀(餓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인도 신화에 따르면 죽음의 세계를 염마왕계(閻魔王界)라 하고, 그곳에 사는 백성들을 아귀라고 부른다고 한다. 불가(佛家)의 속전(俗傳)에도 아귀는 배가 산처럼 크고 목구멍은 바늘 같이 좁기 때문에 늘 배고픔의 고통을 당한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아귀의 큰 턱(악,顎)과 위(胃)를 가진 악위(顎胃)가 어원이 됐다는 것이다. 즉 아귀는 본디 배고픈 귀신으로 음식을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는 모습을 보고 ‘걸신들렸다’고 하는데 이 때의 걸신(乞神, 빌어먹는 귀신)이 아귀라고 한다. 이와 같이 입은 크나 목구멍이 가늘어 먹지도 못하면서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죽도록 싸운 데서 ‘아귀다툼’이란 말도 생겨났다. 식탐이 많은 아귀의 뱃속에는 통째로 삼킨 고급어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아꾸 먹고 가자미 먹고’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일거양득이라는 뜻이다. 아귀찜은 마산의 대표음식이고 원조로 불리고 있다. 마산부두에서 식당을 하던 주인이 오래 전 싼값으로 산 아귀가 팔다가 남게 되자 이를 빨랫줄에 걸어 말렸다고 한다. 어느 날 단골손님이 메뉴에 없는 요리를 요구하자 빨랫줄에서 꾸덕꾸덕 말린 아귀와 콩나물, 파, 마늘, 고춧가루를 섞고 양념(다대기)으로 간을 해 찜을 내놓았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고, 이후 이 요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지금도 마산에서는 부산이나 여수와는 달리 생 아귀를 쓰는 대신 말린 아귀로 찜을 한다. 여기에 더하여 아귀는 머리가 몸통의 반 이상으로 양기가 강하다고 한다. 반면 양기가 강한 콩나물의 대가리를 제거하고 몸통의 음기만을 넣어 음양의 조화를 이룬 오묘함이 숨어있는 음식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반면 200년 전인 조선 후기(正祖) 현지 음식을 소개한 한 문인(李學逵)은 영남지방 여행에서 아귀 음식을 보고 ‘먹는 음식치고는 참 구차하다’라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1950년 한국전쟁 때 부산에 피난민이 몰려들어 인구가 2배(47만∼84만 명)로 늘자 값싸고 지천인 아귀로 허기를 달랬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197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책상과 기차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요리의 재료가 된다는 중국에서 조차 아귀는 외면당하고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미 300년 전인 17세기 에도(江戶)시대의 농업서인 <본조식감(本朝食鑑)>에 아귀가 등장하고, 도미, 복어와 같은 반열로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아귀 간 요리를 세계 4대 진미식품에 포함시키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귀 간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선술집(居酒屋, いざかや) 메뉴 상단에 간 요리(あんきも)를 올려놓고 있다. 간 요리를 즐기는 어류로는 쥐치, 돌돔, 아귀, 명태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옛날 영국에서도 아귀는 ‘가난한 사람이 먹는 바다가재(poor man’s lobster)‘라고 하여, 맛은 괜찮으나 부자들은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귀에는 필수아미노산을 비롯하여 비타민 군(群), 타우린, 오메가3의 일종인 DHA. EPA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과 면역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 어느 음식평론가(윤덕노)는 지옥에서 천당으로 아귀의 ’어생역전(魚生逆轉)‘이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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