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으면 어식(魚食) 100세 수산물로 전어(錢魚)가 주인공이 된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은 이제 고전이 됐다. 요즘은 죽기로 맘먹은 사람도 전어 굽는 냄새에 죽기를 포기하고 새 희망을 찾는다고 한다. 그만치 가을 전어 맛의 유혹은 대단하다. 그러나 금년 가을 자연산 전어가 실종됐다고 생산지나 시장에서 아우성이다. 시장에서 자연산 전어 품귀현상으로 도매가가 무려 전년대비 약70% 올랐다고 한다. 영양가면에서 뒤지지 않는 양식산이 출하되고 있으나 수요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산지의 전어 잡이 어업인들은 금년은 태풍도 많았고, 해파리의 극성, 서남해의 저 수온으로 전어가 길을 잃었다고 한다. 전어는 한자로 錢魚, 剪魚 라고 쓰나 全魚, 典魚 라고도 쓴 기록도 있다. 특히 자라면서 이름이 바뀐다는 방어, 농어 등과 같이 출세어(出世魚)라고도 부른다. 우리는 대개 작은 것은 전어사리, 중간 크기는 엿사리, 큰 것은 대전어 등으로 부른다. 지역별로도 호남지방에서는 되미, 뒤에미, 엽삭 등으로 경상도에서는 전애라고 부른다. 강원지방에서는 새갈치라고도 한다. 옛 문헌인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 <전어지(佃漁志)>,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에는 전어(錢魚) 라고 하여 귀천에 관계없이 모두 좋아해 돈(錢)을 생각하지 않고 사먹었다 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전어(箭魚)라 하였는데 그 모양이 화살촉 모양으로 생겼고 빠르게 헤엄 치 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여지도서(輿地圖書)>, <여도비지(輿圖備志)>, <세종실록(世宗實錄)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에도 모양, 생산지, 맛에 대한 기록이 상세히 나와 있다. 반면 김려(金鑢)가 진해 유배 생활 중 지은 어류학서인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나 허균(許筠)이 쓴 조선 최초의 음식 품평서인 <도문대작(屠門大嚼)>에는 전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아마도 약 30-40년 전 만 해도 남서해안에서는 전어는 지천으로 생산되어 너무 흔한 생선 이였다. 보통 넙치, 고등어, 삼치, 병어 등을 팔 때 덤으로 주던 것이 전어였다고 한다. 반면 선조 때 의병장 겸 학자인 조헌(趙憲)의 <동환봉사(東還封事)> 라는 문집에는 경주에서는 가을 전어를 명주 한 필을 주고 바꾸어 진상했다고 적고 있다. 지금 전어는 대부분 서남해에서 잡히고 있으니 당시에는 경상도에서도 많이 났다고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지금도 우리와는 달리 전어회나 구이를 먹지 않는다. 초절임을 해서 초밥에 얹어 먹을 뿐이다. 일본의 구전에 의하면 큰 전어(17cm 이상)를 고노시로(子の代, 鰶)라고 한 것은 딸을 첩으로 줄 것을 강요하는 영주를 기만하기 위하여 딸 대신 전어를 태워 그 냄새로 영주를 속였다는데서 온 이름이라 한다. 그러나 <일본어 어원사전>에는 고노시로의 유래가 후세에 만들어진 이야기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1942년에 발행된 일본의 풍속서인 <아키다풍속문상답(秋田風俗問狀答) 에는 아이 태반을 전어와 함께 묻으면 아이가 잘 자란다는 풍습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풀이하고 있다. 하여튼 우리는 전어 굽는 냄새를 고소하다고 느끼지만 생선왕국인 일본은 다른 모양이다. 전어는 1990년대 초만 해도 생산지를 제외하고는 우리도 회로 잘 먹지 않았다. 그러나 활어, 냉장 및 냉동 수송수단의 발달과 함께 2000년대 중반 양식이 본격화되면서 산지에서 도시권으로 뼈째회(背越, 새고시) 등 회(膾)문화가 퍼져나갔다. 그 이전에는 주로 적새를 사용하여 구워서 먹었다. 전어 구이는 씨알(18cm 이상)이 굵은 것을 골라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칼집을 낸 뒤 굵은 천일염을 듬성듬성 뿌려서 숯불에 바로 구워야 제 맛이 난다. 가을 전어 대가리에 참깨가 서 말(林園經濟志)이라는 것은 좀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나 구운 전어를 대가리부터 씹어보면 그 비유를 알만도 하다. 전어는 염신품으로도 유명하다. 전어 작은 것을 통째 담근 것을 엽삭젓 또는 뒈미젓이라고 한다. 내장으로 만든 것은 전어속젓 그리고 내장 가운데 모래주머니 모양의 위만을 모아 담근 것을 전어밤젓 또는 돔배젓 이라고 한다. 전어로 담근 젓갈은 고가이나 밥도둑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전어는 7-8월인 여름에는 지방 성분이 낮아 개도 안 먹는다고 한다. 11월 이후 겨울철에는 가시가 억세져 먹기가 힘들다. 그래서 9-10월 까지 잡히는 전어를 최고로 친다. 전어는 타 어종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아 22.4%나 되고, 지방함량은 2% 내외지만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전어는 피로회복, 피부미용, 성인병, 심혈관계 질환에 좋다고 한다. 특히 칼슘성분을 취하여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과 글루타민핵산이 풍부히 들어 있어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좋다. 충남 서천의 홍천항, 전남 광양의 망덕포구, 보성의 율포항 등에서 전어 축제의 징 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한다. 전설이 돼가는 가을 전어가 한층 그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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