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학지로부터「나의문학 나의일생」제목의 글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무겁고 거창한 내용이라서 망설이다 한편으로 이 기회에 걸어온 삶을 뒤돌아보고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2006년부터 수산인 신문과 오랜 인연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을 넘게 쓰면서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기고하면서 매사가 그렇듯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님을 느낀 것은 단번에 글을 써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교정하고 다듬으면서 자료도 뒤적거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리기 일수였다. 아마도 도예가가 도자기를 만들면서 그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지없이 깨어버리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글을 쓰면서 작품을 구상하는 소재에 사실 묘사와 창작에 대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문득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는 창작의 고통을 잊으려고 술과 담배와 여자를 가까이 할 수 있다면서 산다는 것이 고통이기에 차라리 강원도 산골짜기에 소나무로 태어나고 싶다.라는 심정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글을 만들어가는 창작의 고통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나를 지탱해주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삶에 대한 겸손과 감사함을 배우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1950년 말부터 불모지의 수산을 배우기 시작하여 수산을 바탕으로 60년 이상을 버티고 기대어 살아온 셈이 된다. 수산을 익히면서 현역을 떠나면서 독자와 후학들에 도움이 되고 소통할 수 있는 칼럼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음은 참으로 감사하다는 마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수산인신문이야 말로 내게는 동반자요 은인 같은 큰 존재로 남아있다. 문학의 본질과 같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폭넓은 공간에서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용기와 희망을 안겨 줌은 고마운 마음으로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자연과 우연 속에서 소재를 찾아서 헤매는 고심 속에서도 한편으로 창작의 힘이 나를 격려하면서 때로는 한없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면서 내 겨드랑이에 날개가 붙어있는 신비스러움이 글을 만들고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4월에 중국 대련에서 문학 세미나 발표자로 나서면서 수산에 대한 수필을 발표하면서 서두에 나는 수산학을 전공하고 수산 최고 행정기관을 거쳐 10년을 수산관련 신문에 칼럼을 쓰는 자칭 수산전문가입니다. 오늘 수산에 관한 이야기를 수필 문학에 접목시키려는 목적으로 이 자리에 섰노라고 말했다. 이제 건강과 여건이 허락한다면 내년 후년까지 만이라도 바다와 물고기에 대한 폭 넓은 소재의 글을 쓰려 하지만 소재 빈곤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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