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 남해안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굴 출하에 나설 계획이다.

굴수하식수협은 오는 17일 ‘2019년 생굴 초매식’을 갖는다. 초매식은 수협 공판장에서 진행되는 첫 경매 행사다. 통영과 거제, 고성 앞바다에 밀집한 굴 양식장에선 매년 10월 중순 출하를 시작해 이듬해 6월까지 생산 시즌을 이어간다. 이 기간 중 4만여톤에 달하는 생굴이 전국으로 공급된다.

다행히 올해 작황이 나쁘지 않은 데다 별다른 악재도 없어 무난한 출발이 예상된다. 이미 수도권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납품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일부 작업장은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에 젊은 층의 수산물 기피 현상까지 겹쳐 내수 시장이 여의치 않아 어민들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식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었고 특히 수산물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호불호가 강한 기호품이라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래도 제철 굴은 조금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지만, 소비자들에게 먹힐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수출도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산 굴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불안 요소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서 시작된 한·일 갈등이 상대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굴 수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남해안에서 생산된 굴의 20% 정도가 날것이나 냉동, 자숙 형태로 가공돼 일본에 수출된다. 보통 9월 초부터 수출이 시작되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생굴 31톤이 선적됐다.

일본인들은 생굴을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는 프라이를 즐기는데, 소비량에 비해 현지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가뜩이나 위생에 민감한 일본 입장에선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까지 받은 한국산 굴만 한 게 없다.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는 일본 현지의 반한 감정과 불매 운동이다. 남해 지역 굴 생산 어민들은 자칫 이 같은 상황이 악화되면 한순간에 수출 길이 막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라고 여기고 있다. 여기에 내달부터 일본 최대 굴 산지인 히로시마에서 출하를 개시하면 수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굴 가공업체 관계자는 “만약 한국산 굴 취급을 거부하는 곳이 1곳이라도 생기면 걷잡을 수없이 번질 공산이 크다”면서 “수출만 놓고 보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이라 중단 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일본 불매 운동 만큼이나 일본의 반한 감정도 고조되고 있어 일본 정부가 나서서 수입을 제한하거나 불매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수출이 막히면 단가 폭락 등으로 굴 양식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미친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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