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좋지만 요리가 힘들었던 수산물이 가정간편식(HMR)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과 젓갈류 등에만 국한됐던 수산가공품은 가정간편식 열풍과 만나 서서히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리 방식도 염장에서 조림, 구이, 덮밥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업계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수산물 가공 산업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5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도 59.9㎏(2015년 기준)로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조리된 수산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업계가 소매점 매출로 추산한 데이터에 따르면 김과 해조류, 소재형(캔·연육가공), 간편식 제품을 모두 합친 수산가공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조8730억원이다.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생선통조림과 어묵, 맛살 등 연육가공품이 포함된 '소재형'이다. 2016년 1조300억원, 2017년 1조400억원, 지난해 1조380억원으로 정체된 상태다.

반면 김과 해조류 등 원물 가공 시장은 2016년 5455억원에서 2017년 5610억원, 지난해 5689억원으로 소폭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초기 단계인 수산 간편식의 경우 지난해 시장 규모가 2660억원으로 규모가 작지만 2016년 2200억원과 비교할 때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상온에 보관하는 등 조리 방법이 간편하고 유통기한이 긴 제품이 생산되면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수산가공품 간편식은 머리, 꼬리를 떼고 내장, 비늘을 제거하는 등 1차 가공과 비린내를 제거해 양념과 조리를 하는 2차 가공이 모두 복잡해 개발 과정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런데 업계에서 관련 제품을 우후죽순 내놓는 것은 수산물 가공 생산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식품, 유통업체 가릴 것 없이 수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반찬가게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조림, 구이류 제품이 연이어 나오고 편의점 등 유통채널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이 점차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고등어·코다리·꽁치를 활용한 조림 간편식 '비비고 생선조림' 3종을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는 고등어·가자미·꽁치·갈치·삼치로 이뤄진 '올반 간편생선구이'를, 오뚜기는 고등어·꽁치·삼치를 활용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생선구이'를 내놨다. 동원F&B도 밀키트 제품 '수산 간편요리 KIT' 3종(골뱅이비빔·꼬막간장비빔·꼬막매콤비빔)을 선보였다

국내 수산가공업계는 수산가공품 시장이 현재 6조원이 넘는 일본 수준으로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보다 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장어 덮밥', '아귀찜' 등 더 까다로운 제품이 나올 수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리가 비교적 쉬운 육류 중심의 식품 시장에서 아직 초기 단계인 수산가공품 시장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며 "조리 형태 역시 조리와 구이뿐 아니라 찜, 탕 등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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