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맞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수협과 수산업 혁신을 위한 소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임직원을 비롯해 전국의 조합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조합 현안사항을 챙기는 한편 경제사업 및 공적자금 등 수협의 당면 과제를 차질없이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조합과 중앙회가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만드는데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회장으로서 이례적으로 ‘전국수산물중도매인협회’를 찾아 어업인과 중도매인간 상생과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하는 등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더 강한 수협, 더 돈되는 수산’을 위한 리더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업무에 적극 매진하고 있다.

임 회장은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사업 혁신을 위해 “직접 현안을 챙기고 별도의 팀과 인력을 구성해 유통구조 분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어업인이 행복한 풍요로운 어촌, 고기떼가 넘치는 깨끗한 바다, 조합과 중앙회의 상생협력으로 대한민국 수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새로운 수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100일을 맞은 소회가 어떠신지?

▶과거 음식점(선망조합장 재임 중 개설한 고등어 요리 전문점) 사업을 해보니 정말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의욕만 앞세우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리더가 세심하게 잘 살피고 챙기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수협과 수산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수산물 유통에서는 누구보다 실물 경험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경제사업 혁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전국 조합과 어시장 등 유통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현재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앞으로 남아있는 임기를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아왔던 경험을 되살려 중앙회에서도 경제사업 혁신을 이루기 위해 조합장분들, 임직원들 구별 없이 조언을 구하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경로를 통해 현장에 다가설 수 있는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더 강한 수협, 더 돈되는 수산’이라는 슬로건의 구체적인 의미는

▶현재 전체 수협은 그간 끌어올린 수익성을 바탕으로 세전이익이 연간 5천억원 가까이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토대를 바탕으로 이제는 어업인과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수산물 유통의 변화를 이루고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해 수협이 어업인을 직접 지원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더 많은 역할을 해내고자 ‘더 강한 수협’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공적자금을 상환한 후 수천억원의 수익을 어촌과 조합 그리고 수산업에 투자하는 수협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수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고 젊은이들이 한번 도전하고자 하는 고소득 기회를 제공하는 ‘더 돈되는 수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사업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지금 수산업의 가장 큰 난제는 유통이 동맥경화에 걸려 비용만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업인이 눈물짓고 소비자는 불만으로 가득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는 수산물 가격이 저렴할 때 수매를 통해 비축하고 시세가 좋을 때 수매해 둔 상품을 되팔며 중간유통업자만 이익을 보고 있다.

어업인은 값이 좋아지려고 하면 풀리는 비축 물량 때문에 어가에서 손해를 봐야 하고 소비자는 복잡해진 경로 때문에 불어난 유통비용으로 풍어가 되도 싸게 먹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면 수출, 가공을 비롯해 새로운 유통 경로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가령, 특정 어종이 대량으로 생산됐을 때 그것을 국내에 유통시키지 않고 해외로 내보내면 국내 어가 교란도 막고 어업인도 안정적인 판로에서 조업이 가능해진다. 어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냉동창고에서 보관할 게 아니라 수산식품·생명공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원재료 형태로 분산해서 비축하고 판매한다면 그만큼 과도하게 생산된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어업인이 생산만 하면 나머지는 수협이 책임지겠다’는 구상은 단순히 수산물 원물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수산물 수출, 가공수요 확대를 통해 어업인들의 생산물량을 흡수하겠다는 뜻이다.

조합장 재임시절에 외식사업에 진출하거나 고등어 초콜릿, 고갈비포 등 가공식품 개발에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이 된다면 원물로 거래가 이뤄질 때 보다 훨씬 높은 고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므로 앞으로 경제사업은 수출과 가공에 역점을 두고 생산물량을 충분히 흡수할 능력을 갖춰나갈 것이다.

-공적자금 조기상환 추진 계획은

▶지금 어가인구감소와 고령화, 해양환경파괴, 자원고갈 등 어촌과 수산업의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심각한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수협이 문제해결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공적자금이라는 족쇄를 풀고 어업인과 어촌, 조합, 수산업에 직접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본래의 기능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오는 2028년까지 상환하기로 예금보험공사와 협의돼 있는 상환스케줄을 따르다가는 시간이 늦어져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위기에 당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적자금 상환은 수협뿐만 아니라 어업인과 수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해서 임기 내 해결하고자 하며, 기존에 추진해온 세제 개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원금할인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찾아 향후 수년 내 완전히 상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조합장 때부터 정부와 국회를 수없이 찾아다니며 조합원과 어업인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애써왔던 경험을 살려서 누구든지 주저 없이 만나고 설득해 나갈 것이다.

조기상환만 된다면 그 이후부터 수협이 어촌과 수산업에 정부를 대신해서 투입 가능한 예산은 정부가 투입했던 원금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커다란 효과를 창출해낼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설득할 예정이다.

현재 중앙회와 은행이 거두는 수익규모를 감안할 때 당초 예정된 기한보다는 이르게 상환이 완료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대폭 앞당겨서 임기 내에 해결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직원들과의 소통 활성화 방안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장 혼자 독보적으로 앞서나가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협이라는 존재가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임직원들 스스로 어업인과 조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하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조직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그 일원이니만큼 같은 선상에서 호흡하고 생활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취임 직후 직원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누구라도 필요하다면 회장 사무실로 찾아와 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똑같은 조직의 주인으로서 함께 소통하며 더 좋은 수협을 만들고 싶고,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면 상응한 보답을 해주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 조합장간담회를 진행할 때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같이 식사도 하며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는 지역근무 직원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부서별로 직원들과 함께 식사모임을 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도 나눌 생각이다.

-조합장들과 소통을 위한 관계 정립 방안은

▶정확한 지적이며 수협운영에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수협중앙회가 혼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취임 후 강원지역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조합장 간담회를 진행해왔고 간담회에서 나온 조합별 현안사항을 즉시 검토해 조속한 답변을 조합에 전달하고 있다. 조합장 간담회에서도 지속해서 말씀드리고 있지만 평소에도 조합장님들의 말씀을 많이 듣고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어촌계 가입기준 완화 문제 등 지구별수협에 챙겨야 할 현안과 어려움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조합들이 안정적인 경영여건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수시로 찾아 이야기를 듣고 중앙회 임직원들과 상의해서 바로바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

-노량진수산시장문제 해결 방안은

▶그동안 수협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충분히 해왔던 만큼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른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시장과 무관한 외부단체 소속 인원들만이 목소리를 키우면서 갈등을 키워가는 이 상황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사회 정의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다. 어업인과 수협의 자산에 대한 심각한 침해와 이로 인한 손실이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조속한 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수단을 취하겠다. 또한, 신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상인들의 영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기존에 논의된 지원 방안들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챙겨나가겠다.

-수산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빈손에서 시작해 가난을 딛고 오늘날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어업인 여러분과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더 살기 좋고 행복한 어촌과 수산업을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어업인들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잡은 것을 걱정 없이 내다 팔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어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 수협이 올바르게 제 역할을 다해서 어업인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를 얻는 조직으로 거듭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담=한상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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