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의 <동의보감 東醫寶鑑>에 옛날에는 숭어가 100가지 어류 가운데 가장 맛이 뛰어나다고 해서 수어(秀魚)라고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숭어는 육질의 탄력성이 넙치의 1.7배 정도 뛰어 나고, 조피볼락(우럭)보다도 육질이 단단하여 겨울철 대표 횟감으로 꼽는다. 한자로는 숭어(崇魚)라고 표기하며, 치어(鯔魚), 수어(水魚)라고도 한다. 서양부자는 캐비어(철갑상어 알)에 망하고, 일본부자는 가라즈미(숭어 알)에 망하고, 한국부자는 굵은 소금이 뿌려진 고등어 껍질에 망한다는 말도 있다. 숭어의 모래주머니를 숭어 밤이라고 하는데 참기름 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고, 숭어 내장 젓갈은 목포산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이수광의 <지봉유설 芝峯類說>에는 옛날에 중국 사신이 숭어를 먹어보고 맛이 특별나 그 이름을 물었는데, 역관이 대답하기를 수어(水魚)가 아니라, 수어(秀魚)라고 설명하니 만족했다는 기록도 있다. 허균의 <성소부부고 惺所覆瓿藁>에는 수어(水魚)는 서해에 모두 있는데 경강(京江, 한강 일대)의 것이 가장 좋으며, 나주에서 잡은 것이 크고, 평양에서 잡은 것은 언 것이 좋다고 하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 작은 것은 등기리(登其里)라고 하고, 가장 어린 것을 모치(毛峙, 毛當, 毛將)라 하였다. 1433년(세종 15년)에 완성된 <향약집성방 鄕藥集成方>에는 수어(水魚)는 맛이 감(甘)하고 평(平)하고 무독할 뿐더러, 오래 먹으면 살이 찌고 건강하게 된다고 적고 있다. 숭어는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기수어(汽水魚)다. 숭어는 출세하면 사람들이 이름을 바꾼다는 뜻에서 출세어라고도 하며, 방언이 수 십 개에 달한다. 가장 큰 것은 숭어라 하고, 덜 자란 숭어에게 너는 숭어도 아니다 라고 하자 눈을 부릅떴다고 하여 명명된 눈부릅떼기까지 재미있는 이름도 많다. 그 외에도 흝어빼기, 참둥어, 덴가리, 중바리, 무거리, 나무래기 등 실로 많다. 또 숭어의 눈 색깔을 보고 가숭어(노란눈), 개숭어(빨간눈), 보리숭어(검은눈)으로 구별하여 부르는 곳도 있다. 숭어는 성질이 진흙 먹기를 좋아하므로 숭어를 먹으면 비장(脾臟)에 좋고, 그 알을 햇빛에 말리면 빛깔이 호박(琥珀)같은데 부자들이 이를 진미로 삼으며 건란(乾卵)이라 한다는 기록도 보인다. 잡식성인 숭어는 실제로 진흙속의 유기물이나 각종 조류를 진흙과 함께 먹는다.
조선시대에는 숭어 자원이 풍부했다. <조선통어사정 朝鮮通漁事情>에 의하면 19세기 말 한 일본인이 한번 투망으로 숭어 6,000마리를 잡았다는 기록도 있고, 일본에서도 숭어알은 부자만 먹는다고 한다. 에도(江戶) 시대(1대 쇼군 德川家康∼15대 쇼군 德川慶喜, 1603∼1867)에도 숭어 어란(からずみ)을 성게생식선(うに), 해삼창자(このわだ)와 함께 천하 3대 진미로 꼽고 있다. 대만에서는 어란을 우위즈(鳥魚子)라고 하고, 세계에서 제일 고급이라는 평가다. 이태리에서도 숭어 어란을 보타르가(Bottarga)라고 하며 건조한 후 갈아서 파스타나 피자 등에 뿌려서 먹는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가 1817년에 작곡한 가곡 ‘송어(Forelle, Trout)’가 있다. 이 가곡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일인들이 ‘송어’를 ‘숭어’로 오역하여 아직도 그 잔재가 음악책에 남아 있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한다. 최미선이라는 여행 작가는 이번 숭어가 내습한 강릉 해변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해안 비경에 눈이 호강하고, 싸한 겨울바람을 콧바람 송송 쐰 후 넘실대는 파도가 밀어내는 바다 향, 겨울 파도에 몸을 실은 ‘서퍼(surfer)’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