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오면 들판에는 봄나물 냉이, 쑥, 두릅이 파릇파릇 올라오지만 바다에도 봄나물 같은 봄 생선이 따로 있다. 살펴보면 봄도다리, 봄주꾸미, 여름민어, 가을낙지, 가을전어, 겨울넙치가 계절별로 말해 주고 있다. 봄이 오면 유별나게 영양이 많고 가장 맛이 있는 시기가 제철 생선인데 아마도 봄에는 도다리, 주꾸미가 대세인 것 같다. 바닷가 들판에 바다 찬바람을 맞으며 자란 쑥과 살이 도톰한 도다리를 끓인 『도다리 쑥국』은 봄철이 되면 대표적인 음식이며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친구가 평택에 오래된 도다리 쑥국집을 매년 간다면서 같이 갈 것을 권유해 왔지만 쑥국 먹으러 평택까지 가느냐며 거리가 멀다고 거절했다.

사실 도다리는 남해안에서 자라 산란하고 살이 오를 때가 맛이 좋은 4월이 되고 값도 덩달아 오른다. 도다리 쑥국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 도다리와 쑥과 된장을 넣어 쑥국을 만들고 있지만 삼천포(사천)의 도다리 쑥국은 된장을 넣고 진한 맛에 다양한 봄나물 냉이 봄동 쑥이 들어가지만 반대로 통영의 도다리 쑥국은 맑은 된장 국물에 도다리와 쑥만 넣고 담백한 쑥국을 만들고 있다. 도다리의 특성은 양식산이 아닌 자연산으로 고단백질에 흰살(백색)생선이다. 원래 문치 가자미가 수산용어지만 도다리는 지방 용어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같은 종이면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 동종이명(同種異名)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주꾸미는 비슷하게 생긴 낙지에 비하여 다리가 짧지만 제철도 봄과 가을로 구분된다. 봄 쭈꾸미는 알을 배는 시기가 가장 맛이 있고 영양가도 많다. 잡는 방법은 소라방이라 하여 소라껍데기를 줄로 엮어서 바다 속에 드리우면 산란을 위하여 소라 속에 들어가 있는 쭈구미를 잡는 전통방식으로 잡아내고 있다. 봄이 되면 투명하고 맑은 알이 가득 차 있어 쫄깃한 맛으로 서해안에서는 봄을 알리는 서천 무창포 주꾸미 축제가 유명하다.

그리고 유명한 미역 생산지 기장에 가면 봄 멸치를 많이 찾고 있다. 그물코에 걸린 멸치들을 터는 작업은 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사방으로 떨어지는 광경은 장관을 이룬다.

1953년 소설가 오영수가 발표한 소설 『갯마을』이 김수용 감독에 의해 영화(1965년)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기장군을 배경으로 낡은 삿갓모양 옹기종기 엎드린 초가가 스무집 될까 말까 조그만 멸치 후리막이 있고 미역으로 이름나 있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철따라 원양출어에 품팔이를 나간다. 멸치를 터는 일을 도와주고 생활하는 남편 잃은 젊은 아낙네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봄이 오면 이곳에서는『기장 갯마을』 멸치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지만 한 번 간다 하면서도 번번이 시기를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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