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권터 그라스(Gonter Grass)’는 독일 소설가다. 그는 1977년 <넙치(Der Butt)>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오랜 옛날 말을 할 줄 아는 넙치를 살려 준 보답으로 남성들은 놀라운 지혜를 얻게 된다. 넙치는 자신이 알려준 지혜로 남자들이 역사에 해악을 끼치는데 질렸다. 이번에는 여자들의 손에 잡혀 그들에게 지혜를 전수하려 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넙치를 재판에 넘겨 11마리의 동족 넙치가 시식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게 고충이었다. 형 집행이 끝난 후 넙치는 바다에 풀려나 자유를 얻어 인류역사를 다시 썼다는 내용이다. 넙치는 가자미목(目)에 속하고 생긴 모양 때문에 한자어로 광어(廣魚)라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세종 때부터 25회나 쓴 기록이 나온다.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도 속명을 광어라고 표기하고 있다. 넙치는 ‘꽃태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넙치는 눈이 왼쪽에 몰려있기 때문에 흔히 좌(左)광 우(右)도(왼넙치 오른가자미)라는 식별법이 일반적이나 예외도 있다. 넙치는 과거에 매우 귀한 고급어종이었다. 1980년대부터 제주지역(2017 전체 생산량 4만1천 톤)을 중심(약62%)으로 양식하면서 가장 값이 싼 국민 횟감(찜, 구이, 탕, 국 등)이 되었다.

해양수산부(2,28일)는 소비 부진과 수입 증대로 산지가격이 폭락하자 양식 어가를 돕기 위하여 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서 넙치구이를 제공했다. 또한 수협중앙회(3,6일) 역시 구내식당에서 3월의 수산물이기도 한 넙치와 숭어 회덮밥을 제공했다. 특히 수협쇼핑과 바다마트 등에서 소비자 직거래 가격으로 판촉행사도 가졌다. 반면 낚시로 잡는 자연산은 지금도 값이 꽤 비싸다. 자연산은 10∼200m 연안의 모래나 벌(펄)지역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남중국해, 쿠릴열도 등에 넓게 분포한다. 넙치는 광어 외에도 화제어(華臍魚), 비목어(比目魚, 가자미류 포함)라고도 부른다. 영어명의 총칭으로는 flatfish라고하나 fluke, halibut, turbot 등으로도 쓰고 있다. 일본어에서는 히라메(鮃, ひらめ)라고 하고, 중국은 牙鮃(yaping), 偏口魚(piankouyu), 牙偏(牙片, yapian)이라고 부른다.

한국 원양어선이 북태평양(베링해)에 명태를 잡기 위하여 1966년부터 조업했다. 그러나 1977년 미국은 200해리 경제수역(EEZ)을 선포하면서, 미국정부가 할당해 주는 명태 쿼터(1976년 48만3천 톤 생산)잡이는 끝나고 한. 미 공동 사업으로 명맥을 유지했었다. 대부분의 선박은 러시아. 일본 북해도 수역으로 이동했다. 미국 수역 조업 기간 중 명태에 섞여(混獲) 올라온 북태평양 넙치 한 마리를 먹었다. 그 결과 선박의 하수구에 버린 가시가 발견되어 수십 만 불의 벌금을 낸 적도 있다. 또한 연어잡이를 시도했으나 미국은 당시 AID(후진국 개발 자금)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대신 모천(母川) 회귀율(回歸率)이 높은 은연어(Coho종) 알을 무상 기증해 주었다. 미국은 넙치와 연어자원을 국익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하고 있다.

넙치스테이크는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식품이다. 해외 토픽으로 노르웨이에서는 몸길이 2.1m(102kg)의 대형 자연산 넙치가 잡힌 적도 있다. 우리의 양식 넙치는 수출 Top 4(2017년 6,500만 달러, 수입 8,100만 달러)에 드는 효자품목이다. 하지만 근년에 입초(入超) 품목이 되었다. 자연산은 거친 바다에 적응했기 때문에 양식산에 비해 식감은 더 쫄깃하게 느껴진다고 하나, 영양가는 양식산이 한 수 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횟집에서 판매하는 넙치의 90%이상은 양식산임을 알고, 자연산 유혹을 떨쳐 버리길 바란다. 자연산도 가두리를 탈출한 ‘빠삐용넙치’거나 양식치어를 방류한 것인지도 모른다. 넙치는 육질에 콜라겐 함량이 높아 살이 단단하고 생선 고유의 비린내도 없다. 저지방 고단백으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횟감이다. 맛의 최상 부위는 일본 명칭인 소위 ‘엔삐라(錄片,えんびら)’ 또는 ‘엔가와(綠側, えんがわ)’라고 부른다. ‘엔’은 널빤지를 이어놓은 ‘툇마루’라는 의미이고, ‘삐라’는 비라(片)의 경음화 현상으로 지느러미가 종이(전단지. 알림 쪽지)같이 펄럭펄럭이다.라는 뜻에서 왔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1890년대 영어의 계산서(bill)는 라틴어의 빌라(billa)에서 차용된 것이며, 일본도 재차용하여 비라(びら)가 되었다는 설이다. ‘가와(側)는 가장자리(지느러미)를 의미한다. 그러나 ‘엔가와’가 일본 표준어이고, ‘엔삐라’는 지역 방언이다. 특히 해부학 용어로 가시는 담기골(擔鰭骨)이라고 쓴다. 한편 넙치는 쌀 주식으로 결핍되기 쉬운 리신(lysine, 라이신),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성장기 아동에게 최적이다. 더불어 수술 후의 회복기 환자(縫合)에게 큰 도움이 되고, 간에 비타민 B12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빈혈예방에 좋다. 스트레스 예방, 칼슘흡수 향상, 세포 활성화, 피부 미용과 비만 예방에도 호평 받고 있다. 넙치에게 ‘꿈’이 있다면 3월이 다가기 전에 횟감의 정상을 탈환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 꿈을 이루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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