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스(豊洲, とよす)시장은 8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츠키지(築地) 시장의 전통을 이어받은 새로운 시장이다. 츠키지 시장은 약 400년전 에도(江戶) 시대 도쿄 니혼바시(日本橋 )근처에서 재래식 어시장으로 형성되었다. 에도 막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원활한 수산물 공급을 위해 오사카(大阪)의 어부들에게 특권을 주며 생선을 헌납하게 하였다. 이 어부들은 헌납하고 남은 생선을 니혼바시 근처에서 팔기 시작했던 것이 츠키지 시장의 모태가 되었다. 이후 1923년 9월에 일어난 관동대지진으로 파괴된 후 1935년에 츠키지 지역(東京都 中央區)으로 옮겨와서 시장을 재건했다. 넓이 약 23헥타르, 도쿄돔의 일곱 배에 가까운 이 시장 안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1000개가 넘는 도매상이 있다. 새벽 3시부터 시장 안과 밖에 불을 밝히기 시작하면 이곳은 밤이 낮처럼 움직이는 곳이다. 수산물을 실은 트럭이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다. 새벽 5시 경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도쿄도 내의 11개 중앙 시장 가운데 한 곳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다. 특히 이곳은 참치 경매장으로 유명하다. 매일 아침이면 세계 각지에서 잡힌 참치들이 꼬리는 잘린 채 가지런히 바닥에 누워 주인을 기다린다. 이 경매 기능이 2018년 10월 11일 도요스 시장으로 옮겨왔다.

2019년 1월 5일 초매식(오전 5시 10분)에서 278kg 크기의 일본 북부 연안에서 외줄낚시로 잡은 오오마산(大間産) 참치(참다랑어) 한 마리가 눈길을 끌었다. 경매가는 무려 34억7천 만 원(3억3,360만 엔, 1kg당 1,250만원) 으로 종전 2013년의 13억 8,800만원(1억3,340만엔) 기록을 2배가 넘는 가격으로 갈아 치웠다. 낙찰 주인공은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2012∼2019년간 ‘일본의 참치왕’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기무라 기요시(木村淸) 씨였다. 그는 도쿄에서 “스시 잔마이(すしざんまい)”라는 일식점 대표이다. 회(刺身,さしみ)문화가 제일 발달한 일본에서 세계 참치의 30%가 소비된다고 한다. 2013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수산물 기피현상이 일어나 츠키지 시장은 한 때 위기를 맞았으나 그 때도 수산물만큼은 하루 거래 금액이 세계 1위라는 것을 양보하지 않았다. 특히 이 시장은 일본 국내 시장의 표준 시세를 결정할 정도로 일본 국민들의 식탁과 건강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츠키지(築地)는 한자에서 보듯이 이곳이 매립지역으로 에도 시대에는 외국인 거류지로 지정되었다. 1899년 치외법권 철폐로 외국인 거류지는 폐지되었지만 이곳은 서양문화가 유입되어 지금도 가톨릭 츠키지 교회 및 세이로카 국제병원(聖路加國際病院)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에도 시대 이곳에서 개업한 일본인 의사(스키타 겐파구 衫田玄白)와 독일인 의사(Johann Adam Kulmus)는 공동으로 1774년 <해체신서 解体神書)를 발간한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여학원 발상지, 활자 발상지. 전신 창업지 등 츠키지가 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외국문물을 받아들인 1등 공신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54년 3월 미국의 수폭실험으로 피폭당한 제5후쿠류마루(福龍丸)의 참치와 상어류 전량이 폐기되고 츠키지 인근에 묻힌 슬픈 역사도 있다. 이런 즐겁고 우울한 역사를 품고 있는 츠키지 시장이, 그 기능들이 현대화된 도요스 시장으로 전부 옮겼다. 수산물 시장은 물론 가축, 과일 판매점은 물론 이곳에서 오랫동안 장사해온 식당도 이전했다. 다만 그 동안 츠키지 시장에 기생해온 그 많은 쥐들이 문제였다고 한다. 시장이 해체된 후 인근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츠키지 시장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긴자(銀座)까지 쥐가 유출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번의 작전에는 총4만장에 이르는 점착 시트와 쥐약 및 쥐덫을 이용한다. 현재는 잔여 마리 수를 약500마리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수십 대에 걸쳐 번식했으므로 그 이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작년 해에도 3회에 걸쳐 1400마리의 쥐를 포획한바 있다. 한편 츠키지 시장 역시도 도요스 시장으로 옮기는 데는 우여 곡절도 많았다. 첫째로 2016년 8월 취임한 ‘고이케 유리고(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도요스 시장 부지의 토양 오염 등이 우려된다고 시장 이전을 연기했다. 둘째로 구 상인들의 저항이 만만지 않았다. 너무나 오랜 기간 츠키지에서 고객을 확보한 시장 상인들과 주변 음식점 업계는 영업 손실과 불투명한 사업전망을 들어 이전에 반대했다. 그러나 관련 조합들의 설득과 도요스의 현대화된 시설과 츠키지 시장의 노후도를 고려할 때 시장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반면 2016년에 3월에 완공된 노량진의 새로운 시장은 아직도 입주가 완결되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새 시장의 협소한 장소, 환기 등 시설 문제를 꼬집지만 사실은 미래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하겠다. 수협중앙회는 이 문제를 법에 호소하고 명도는 물론 단전, 단수, 주차장 폐쇄 등 강수를 두고 있으나 사태의 원만한 해결책에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그동안 노량진시장이 서울시민을 위한 공익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키 어렵다. 수협중앙회와 기존 상인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세계 제1위의 츠키지 시장을 신설 도요스 시장으로 연착륙시킨 비결을 한 번 더 살펴보고, 기적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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