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해안을 대표하는 어종이었다. 오호츠크해나 베링해에서 시작하여 일본 북해도를 경유하고 북한 수역을 관통하여 강원도와 경북 연안까지 헤엄쳐 내려오는 회유어종이었다. 1970∼1980년대만 하여도 연간 8만∼16만 톤을 잡아 겨울철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했다. 이 후 5만 톤 내외로 줄어 금태 소리를 듣더니 2008년부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한 때 남·북한이 안보문제로 경쟁을 할 때 북한 수역을 경유하여 내려오는 명태 새끼(노가리)까지 깡그리 잡아 술안주로 먹었다. 당시 어용학자들은 노가리는 명태 새끼가 아니라고 애국(?)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우리 수역 명태는 자취를 감췄다. 이 후 원양어선이 러시아 수역에서 잡아오는 명태로 덕장에서 황태도 만들고, 동태탕과 생태탕을 만들어 먹었다. 이런 상황에 처하자 국립수산과학원(동해연구소)과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몇 년 전부터 살아있는 명태에 현상금(마리당 50만원)을 걸고 자원 회복을 위한 인공부화 방류에 고군분투 했다. 그리고 ‘2014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약48억 투입)’를 통하여 명태 완전 양식에도 성공했다. 그 결과만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금년 겨울철에 그 수(약 7톤 추산)를 헤아릴 정도의 양과 체장이 작은 명태가 동해안(고성)에 돌아 왔다. 그러나 자원회복을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런데 이를 잡아 생태탕을 끓여서 판매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설사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의 금지체장(27cm 이상) 크기를 넘어섰다고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잡는 것이 동해안 명태어업의 미래에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시행령을 고처 금년 1월21일부터 명태 어획 금지 및 국내산 명태로 만든 생태탕의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더불어 해수부 산하 동해어업관리단은 전담팀을 꾸러 국내산 생태탕 판매 금지에 따른 유통 전 과정을 육상단속 한다고 한다. 자원이 완전히 회복될 때 까지 어획금지 조치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고, 그동안 원양산 명태(2017년 22,420톤)로 요리를 즐기면 될 것이다. 요즘은 원양산도 보장 수송수단 발달로 일부는 생태로 반입하고 있고 수입 생태도 있다. 옛날 삼수갑산(함남, 함북) 의 농민들은 영양부족으로 자주 실명하였다고 한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농한기에 해안가로 이주하여 명태의 애(간 등)를 먹음으로써 눈을 밝게 했다고 전한다. 또한 내륙지 광산의 광부들 역시 어두운 갱 속에서 장기간 노동으로 시력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여 겨울철에는 광산을 떠나 명태의 애를 집중적으로 먹고 보양한 뒤에 광산으로 돌아가곤 했다. 관혼상제나 안택(安宅)고사에 북어(北魚)는 필수품이었다. 상갓집에 명태 한 쾌 얼려 부조하기도 하고, 섣달 세밑에 소작인들에게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심지어 화폐가 없던 시절에는 명태(北魚)로 세금을 냈다는 기록도 있다. 필자가 90년대 초 원산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겨울 명태 철에는 집집마다 처마 끝에 명태 몇 마리씩은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먹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태는 값싸고 구하기 쉬운 국민 생선이면서도 값비싼 약재 이상의 몫을 했다. 몸 안에 축적된 독성을 풀고 배뇨를 통하여 숙취를 해소하는 성분인 메타오닌과 아미노산의 보고로 주당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요리 전문가들은 명태는 버릴 부분이 하나도 없고, 36가지의 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고단백 저칼로리이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다. 특히 명태의 단백질은 성장과 생식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체액 및 혈액의 중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특히 한방에서는 독사, 지네, 광견 독을 푸는데 효과가 특출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래된 관습으로 새신랑의 발바닥을 다듬이 방망이가 아닌 북어로 때렸다. 발바닥의 용천혈(湧泉穴)을 자극하여 혈액순환을 돕고 첫날밤 신부를 즐겁게 해주라는 토속적 배려다. 한꺼번에 많은 새끼(알)를 낳아 ‘노가리 깐다’라는 속담까지 탄생시킨 명태도 남획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우리 수산업은 이번 명태자원의 성쇠(盛衰)를 통하여 많은 교훈을 얻어야 미래가 있다. 지금 동해안에는 오징어 자원도 현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어느 어류칼럼리스트가 지상파에서 사용했다 하여 유행이 된 ‘총알오징어’ 역시 오징어 새끼다. 노가리가 명태새끼가 아니라는 논리와 똑같이 12cm이하의 총알오징어를 무차별 남획했다. 여기에 수온상승 여파와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으로 오징어를 싹쓸이했다. 또한 국내 트롤어선 일부도 가담했다. 명태와 오징어가 사라진 동해안 어업은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 멸치, 오징어, 갈치, 참조기, 꽃게, 전갱이 등 주요 6대 어종의 어획량이 약 10%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수산업의 뿌리인 연근해어업 100만 톤 신화가 깨지고 있다. 도루묵, 꽁치, 양미리나 일부지역의 홍게나 대게만으로 전체 동해안 어업인들의 삶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지방정부에만 자원회복을 미루는 것은 가재 한 마리를 보고 지구를 등에 업고 가라는 형국이다. 금지와 단속도 중요하나 자원 회복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정책개발에 전력을 경주할 때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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